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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MB가 이용하는 '수상한 별장' ① - MB의 은닉재산?

[취재파일] MB가 이용하는 '수상한 별장' ① - MB의 은닉재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 그 가운데 청평호가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일명 ‘된섬’이란 곳, 그 곳에 별장 4채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별장들 앞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엔 청평호가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명당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별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찾았고, 지난해 여름에도 찾았던 곳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소유는 아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수십 년간 즐겨 찾았던 ‘수상한 별장’, 사람들은 이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 상속세 납부 대상에서도 제외된 '수상한 별장'

별장은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의 것이었습니다. 김 씨가 지난 1988년 6명의 지인들과 함께 설악면 일대 땅을 사들였고, 90년에 별장 4채를 지었습니다. 4채 가운데 1채는 김 씨가 소유하고, 나머지 3채는 공유자 6명이 둘 둘씩 나눠 가졌습니다. 2010년 김재정 씨가 사망하고, 이 땅과 별장은 김 씨의 아내 권 씨가 상속해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습니다.

김재정 씨가 사망하고 김 씨의 재산을 아내가 상속하는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최근 논란이 됐습니다. 흔히 가족이 죽고 재산을 상속 받으면 상속세로 현금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김재정 씨의 재산을 상속 받은 아내 권 씨는 상속세로 다스 주식을 납부했습니다. 현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상속세를 내는 걸 ‘물납’이라고 합니다. 물건으로 대신 납부를 하는 건데, 여기에도 해당되는 재산이 있고, 납부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인 국공채, 흔히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장 주식, 부동산, 그리고 다스 주식과 같은 비상장주식 순입니다. 하지만 가평 땅과 별장 가운데 일부는 다스 주식보다 우선순위로 납부해야 할 부동산이었지만, 실제 납부에선 제외됐습니다. 왜 그랬을까? 왜 가평 일대를 지켜야 했을까? 이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기 때문일까?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직접 가평을 찾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가평 별장, 수상한 별장
● 가평군 설악면 주민들 "당연히 MB 별장"

‘별장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 아닐까’에 대한 물음은 인근 주민들에겐 식상한 물음이었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별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공인중개소에 별장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은 “아, MB 별장이요?" 이었습니다. 공인중개소의 벽에 붙은 설악면 지도에는 아예 그곳을 ‘이명박 전 대통령 별장’이라고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댁 아니냐는 물음에도 “부동산 명의는 권 씨와 다른 사람들이 나눠 갖고 있는 걸로 돼 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MB 별장이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주변 가게와 펜션에서도 똑같은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 별장’이라고 답했습니다. 주민들은 저마다 기억이 달랐지만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그만 슈퍼를 운영하시는 한 할머니는 이 전 대통령과 직접 인사한 일화를 털어놨습니다.

“지난해(2017년) 여름인가 이 전 대통령이 개를 끌고 저쪽으로 운동하러 가더라. 경호원 4명인가 같이 있었어. 운동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내가 밖에 나와 있으니까 와서 인사하고 가더라."

인근 잡화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자기 집이니까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거지. 여기 뒤에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거기도 자주 올라갔다 오고 하더라고."

별장 4채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도 이 전 대통령이 자주 이용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 한두 차례 왔다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때도 이 전 대통령이 왔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스스럼없이 조깅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곳곳에서 포착되고 그 소식이 관리인에게도 들려온다는 것입니다. 관리인은 이 전 대통령이 별장을 찾아 인근 골프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관리인은 별장소유주인 김재정 씨의 아내 권 씨를 김 씨 사망 이후 본 적도, 연락을 주고 받은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 가평 땅과 별장 공유자 6명, 모두 MB맨

가평 땅과 별장이 이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란 의심은 소유자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깊어집니다. 지난 1988년 처음으로 땅을 사들이던 시점 때부터 처남 김재정 씨와 함께했던 6명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었습니다.

6명 가운데 3명은 당시 현대건설 부사장이었고, 나머지 3명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사장이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 시기 현대건설 회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재정 씨는 당시 자신의 건설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지 현대그룹의 임원은 아니었습니다. 과거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대건설에서 오랫동안 일하지 않았고 임원을 지낸 적도 없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과 현대그룹 임원들이 함께 땅을 사고 별장을 지었는데,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대신 처남인 김재정 씨를 내세웠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별장 관리인 "현대건설 출신 직원으로부터 관리비 받았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얘기는 별장 관리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별장 관리인은 인근 땅과 별장을 30년 가까이 줄곧 관리해 왔습니다. 별장 전기비, 가스비 등도 모두 별장 관리인이 직접 납부해왔습니다. 관리인 이렇게 납부한 관리비와 자신의 월급을 한 사람에게 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88년부터는 현대건설 이 모 과장에게 받았고, 한 10년 전부터는 현대건설 유 모 부장에게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관리비를 내고 제가 그 내용을 메일로 유 모 부장에게 보내면 월급까지 해서 유 모 부장이 입금해줬습니다."

김재정 씨와 6명의 공유자들이 함께 소유한 땅과 별장의 관리비를 현대건설 전 현직 직원이 지불해 왔던 것입니다. 현대건설에 확인한 결과 이 과장과 유 부장 모두 현대건설에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대건설에서 임원들 위해 별장을 지어주고 관리비를 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현대건설 측은 '과거 회사 차원의 관리비 지급 여부는 모른다'면서 '지금은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2007년 대선 때도 논란…MB "처남 소유 별장"

별장이 이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은 지난 2007년 대선 때부터 제기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테니스협회장인 선 모 씨와 함께 여성 성악가들을 부르고 호화 파티를 벌여 논란이 된 곳도 바로 가평 별장입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청문회에서도 이 부분이 지적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처남 소유 별장"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현대 임원들이 이명박 회장도 같이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룹에서 회장은 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 사람들이 미안하니까 김재정 사장 불러서 당신이 함께하자고 합니다."

별장에 딸린 테니스장을 선 회장이 보수 공사를 해줬는데, 이 전 대통령이 수리비를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이 전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선 회장이 테니스장을 포장한 건 별장 주인들을 위해서 한 게 아니고 나를 보고 해준 겁니다. 누가 그 돈을 내주겠습니까? 제가 공인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 돈을 가지고 갚아줬습니다."

● MB 은닉 재산 철저히 밝혀야

최근 검찰이 ‘내곡동 땅 실소유자는 이명박, 다스 실소유자도 이명박’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곡동 땅을 판 돈이 다스를 사는 데 쓰였을 뿐 아니라 다른 곳에도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은닉 재산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처남 김재정 씨, 그리고 그의 죽음과 상속 과정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깊이 개입한 정황을 보건 데 김재정 씨의 재산이 이 전 대통령의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취재파일] MB가 이용하는 '수상한 별장' ② - 누구를 위하여 테니스장은 지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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