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한 김 씨는 범행 하루 뒤인 어제(6일) 저녁 평택의 한 다리 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김 씨는 피해 여성을 몇 년 동안 스토킹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토킹이 또다시 강력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끊이지 않는 스토킹 범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화상을 입은 A 씨의 가족은 A 씨가 몇 년째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김 모 씨가 A 씨의 거절에도 계속 쫓아다니며 만남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김 씨가 피해자 A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공동 현관에 침입했다가 주거침입으로 입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강력범죄로 이어진 스토킹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남자가 도망가는 여자를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겁니다. 이 남자의 잔인한 행각은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1분여 동안 계속됐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는 과거 연인관계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헤어진 이후 남자가 피해 여성을 지속해서 찾아오는 등 스토킹을 해왔고 결국 끔찍한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지난해 9월 1년 6개월 만에 범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지만 피해자가 억울하게 살해당하기 전까지 스토커에게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고 유족들은 털어놨습니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입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피해자가 직접 제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복적인 괴롭힘'을 증명하려다가 가해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한 스토킹의 경우 거절 의사를 표현하더라도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증거 제출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 초 여성가족부는 법무부, 경찰청 등과 협력해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19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스토킹 관련 범죄를 특별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 4건이나 발의됐지만 단 1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스토킹이 사회문제로 부각될 때 일시적으로 관련 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법안 처리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스토킹 처벌 강화와 관련된 4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SBS와의 통화에서 "스토킹은 인명피해가 예고된 행위로 봐야 한다"며 "만약 스토킹을 범죄로 인지했다면 최근 평택에서 일어난 사건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는 "스토킹을 구애 행위로 여기고 처벌은 벌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 관대한 분위기가 스토킹 범죄를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