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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한국 문단에 '괴물'"…최영미 시인 인터뷰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최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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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학계에 '괴물'이 있다?…최영미 시인의 폭로

최영미 시인
"시 '괴물' 발표 때 상당한 용기 필요했다"
"판도라의 상자 아직 다 열지 않았다"
"고발보다 개선 위해 문제제기 한 것"


최영미 시인이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말 문학지에 게재한 괴물이라는 시을 통해 en 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했는데, 이 게 최근의 미투 열풍과 맞물리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과 공분을 이끌어냈습니다. 누구나 추정이 가능한 상황인데 왜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지, 앞으로 더 폭로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두려움과 우려, 분노, 그리고 가해자의 진솔한 사과를 얘기했습니다. en 시인보다 더 한 나쁜 사람이 있다며 그 사람의 행동까지 공개했습니다.

▷ 주영진/앵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에 우리나라 안에서도 나도 성추행, 성폭행,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라고 하는 자기고백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Me too 운동이라고 하죠. 지난밤에는 우리나라 문학계 내부에서도 정말 있을 수 없는 이런 성추행, 성폭행, 성희롱 발언들이 있었다고 하는 폭로가 있었습니다. 제가 그 폭로를 했던 분이 직접 쓴 시를 여러분께 잠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괴물, 최영미.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 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의 상의가 구겨졌다. 대충 이 내용만 읽어도 과연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이 시를 읽는 분들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쓴 최영미 시인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최영미/시인: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어제 JTBC 뉴스룸에 나오셨다고요.어제 나오셔서 말씀하시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고 또 말씀하시고 난 다음에도 상당히 많은 좀 힘든 일이,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떠십니까? 

▶ 최영미/시인: 잠이 안 오더라고요. 새벽 5시까지 잠을 거의 못 잤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 지점까지 오기까지 저의 인생을 한번 돌아보았죠. 

▷ 주영진/앵커: 사실은 이 시를 쓴 게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가 아니라 이미 이 전에 시를 쓰시고 발표하신 거 아닙니까? 

▶ 최영미/시인: 그렇죠. 시는 거의 9월 초쯤 청탁을 받고. 

▷ 주영진/앵커: 지난해 9월 초에 청탁을 받고? 

▶ 최영미/시인: 그리고 원고는 한 9월 말, 10월 초에 넘긴 것 같아요. 그리고 실린 곳은 겨울호니까 11월 말이나 혹은 12월 초에 나왔을 거예요, 시중에는. 

▷ 주영진/앵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그 내용을 시로 써야겠다, 저 내용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청탁을 받고 나서.황해문학사인가요? 

▶ 최영미/시인: 황해문화사.

▷ 주영진/앵커: 황해문화사에서 시를 써달라고 이렇게 연락을 해오면서 이런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 써달라고 이야기는 안 했을 거 아닙니까? 

▶ 최영미/시인: 그렇지는 안 했지만 페미니즘 주제로 써달라고 부탁을 했죠. 

▷ 주영진/앵커: 페미니즘.

▶ 최영미/시인: 페미니즘 특집호라고 하면서. 제가 페미니즘, 그쯤 아침 미국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될 때였어요, 미국 할리우드에서 스캔들들이. 그래서 어떤 시를 쓸까 생각하다가 당연히 맨 처음에 제가 문단에서 겪은, 가장 제가 여성으로서 겪은 가장 큰 사건들이 생각났어요, 소위. 그래서 한국 문단의 문제.그래서 그 시를 사실은 쓴 다음에도 먼저 친구들한테 읽혔어요. 

▷ 주영진/앵커: 아, 친구분들한테. 

▶ 최영미/시인: 네, 쓰고 친구들한테 친구들하고 술 마시면서 읽어도 주고 나중에 문자도 보내고 내가 이걸 발표해도 될까? 그래서 친구들이 발표해라. 그래서 저한테 사실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걸 발표할 때도.저는 사실 그 원고를 그 황해문화에 줄 때도 이들이 실어줄까? 제가 옛날에도 한 번 어떤 시를 문예기관지에 줬을 때 사실은 안 실어준 경우가 꽤 있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과연 이걸 실어줄 수 있을까 좀 염려하면서 보냈는데 뜻밖에도 실어줘서 좀 고마웠죠. 

▷ 주영진/앵커: 만약에 뜻밖에 실어줬다는 그 말씀에는 세상이 좀 달라졌다, 문학계 내외 기류가 좀 변했구나라고 하는 그런, 그런 생각으로까지 이어졌습니까, 그 상황이? 아니면 그냥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실어줬을까, 이 시를? 

▶ 최영미/시인: 세상이 변했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 황해문화가 메이저 문학잡지가 아니에요. 문단에 소위 파워 하우스가 있어요, 창비, 문지, 문학동네. 

▷ 주영진/앵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 최영미/시인: 그리고 문동인데, 이 세 파워 하우스들보다는 약간 외곽이거든요? 그래도 꽤 중요한 문학잡지인데 황해문화는 좀 더 유연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 주영진/앵커: 그런데 제가 어제 인터뷰 내용도 좀 읽어봤고 또 시도 읽어봤는데 말이죠. 서지현 검사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또 본인이 그런 피해를 당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실명을 공개해서 파문이 컸는데 시를 읽어봐도 많은 분들이 추정은 가능해요. 누구라고 추정은 가능한데 그 실명을 밝히지는 않고 계시는 상황이란 말이죠. 그것이 우리 최영미 시인께서 가슴 속에 갖고 계시는 어떤 걱정, 두려움, 우려 이런 것 때문입니까? 어떻습니까? 

▶ 최영미/시인: 둘 다예요. 우선 저는 시인이고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두 번째는 그런 어떤 사건, 불미스러운 사건. 뭐 불쾌한 사건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시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앞부분에는 그런 어떤 사건을 이야기하고 뒤에는 그렇게 우리가 그런 문단이나 사회에 만연한 우상숭배 그의 본모습과 관계없이 포장된 모습을 사람들이 소비하고 그를 숭배하는 어떤 거짓된 영웅을 생산하는 이 사회에 대한 비판이었어요, 풍자시였고.말씀하신 대로 제가 굳이 실명을 제가 지금 확인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 중에 또 하나는 제가 약간 두렵죠, 저도.물론 제가 그들과 싸울 힘이 없어요, 아직은.그래서 사실 제 친구들이 저한테 제가 그 시를 읽어줬을 때 발표할 잡지에 시를 보내기 전에 친구들이 저한테 영미, 너 이래도 괜찮겠니? 그리고 이렇게 그러면서도 너 아니면 누가 할까, 이런 일을.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친구들이 그런 말을 했고 제가 용기를 얻었습니다. 

▷ 주영진/앵커: 어쨌든 간에 오늘 말씀을 계속 나눌 텐데 말이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런 가슴속의 걱정, 두려움 또 나는 문학인이기 때문에 작품으로서 이야기할 뿐이고 이 생각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아마 많은 분들은 짐작은 하시지만 최영미 시인이 왜 거론됐던 성추행이나 성폭력적인 발언을 한, 행동을 한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을까? 공개하지 못하고 있을까는 상당히 궁금해들 하고 계실 것 같아요, 그 부분은.그리고 이 작품 속에 나타나는 그런 장면들 묘사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묘사를 구체적으로 한다 이런 부분이 아니라 이런 장면들을 우리 최영미 시인께서 기억하시기에 몇 차례 정도나 본 것 같습니까? 

▶ 최영미/시인: 제가 직접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고요, 90년대에. 

▷ 주영진/앵커: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고.

▶ 최영미/시인: 직접 피해자였던 경우가 있고 그걸 제가 구체적으로 여기서 그 사실을 좀 이렇게 묘사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어요, 제가 목격한 다른 사건에 비하면. 또 그가 어떤 여성 편집자를 공개된 자리에서 그녀의 몸을 만지고 말로 성희롱하는 것을 제가 목격했고 그때 제가 그와 붙었죠, 말로.그때는 제가 이미 피해를 경험한 뒤였기 때문에 제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제가 그에게 저보다 한 30년쯤, 뭐 27년, 30년 선배인데 제가 한번 그냥 심한 말을 했어요, 저도.하고 몇 마디 설전이 오갔어요, 우리 둘 사이에.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싸늘해졌어요, 분위기가. 그래서 저는 그들은 지금 기억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 자리에 있었던, 그 망년회에 있었던 사람들은.그리고 도중에 제가 나와버렸어요. 왜냐하면 저는 옛날에도 문단에서 술자리 가면 늘 불쾌한 일이 있었고 그때 이제 누가 나를 성희롱 할 때 제가 못 참고 제가 술잔을 던진 적도 있고, 그 남자 어떤 문인이나 예술가의 머리에 제가 한번 소주를 부은 적도 있고 그러면 저한테도 술잔이 날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한테 술잔이 날아오면, 제가 그때 코트가 새거였어요. 그래서 버릴까 봐 도망쳤죠. 제가 마지막으로 그 몇십 년 선배인 문인한테 제가 한마디 강하게, 뭐라고 그럴까.야단을 치고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일어나니까 지금도 기억나는 게 그 자리에 있었던 어떤 여성 편집자가 이러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 수습을 하고 가라. 그래서 내가 수습은 무슨 수습!그러고 그냥 나와버렸던 기억이 나요. 

▷ 주영진/앵커: 그러면 그 순간 이후로 사실은 이제 그런 이야기도 제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모임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른바 문단에서 주류, 또 문단에서 좋은 작품을 내면 바로바로 어떤 좋은 문예지에 실린다거나 이럴 수 있기 위한 하나의 작은 모임이다, 소그룹이다라고 생각도 되는데 그 이후에 그러면 그런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은 전혀 없었습니까? 어떻습니까? 

▶ 최영미/시인: 안 왔죠. 

▷ 주영진/앵커: 그 이후에도요? 

▶ 최영미/시인: 90년, 제가 주로 문단 술자리에 나간 것은 제가 등단한 이후 그리고 첫 시집 그리고 두 번째 시집 나올 때까지 한 3~4년 간이에요. 나중에는 제가 환멸스러워서 문단 그 소위 사교 모임은 피했는데 많죠. 많고 일단 그런 어떤 평론가라든가 문단의 남자들이 어떤 자리에 부를 때 안 가면 찍히는 거예요, 소위 찍혀요. 그래서 한두 번은 뭐 사정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핑계 댈 수 있고 아프다 할 수 있지만 너무나 여러 번 거절을 하면, 어떤 모임에. 그러면 완전히 찍히기 때문에 저도 가끔은 가죠. 가고 그런데 대개 술자리에서 늘 불쾌한 일을 저는 당했어요. 성희롱. 가벼운 어떤 언어적인 폭력도 있고 대부분 이제 성희롱이었고 말로 하는 폭력 그리고 직접적으로 신체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많았어요. 그래서 가장 흔한 경우가 악수하는 경우였어요. 저는 문단 무슨 시상식이나 이렇게 가면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아주 많잖아요, 저는 문단 초년생이니까.문단의 어른들 그리고 출판사 사장들을 포함하여.그러면 다들 악수를 청해요. 그러면 악수를 하면 그냥 보통 악수가 아니에요. 여기를 만져요. 느낌을 알아요. 여자들은 아마 경험했을 텐데 손을 안 놓는 거예요. 안 놓으면서 여기를 막 이렇게 심하게 여기를 자극을 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 불쾌한 경험 때문에 저는 어떤 한때는 장갑을 가을에도 끼고 다녔고 그다음에는 악수를 청하면 제가 악수를 안 했어요. 여름에도 악수를 청하면 맨손이니까 악수를 안 하면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더라고요. 악수도 안 하는 비사교적인 사람으로. 

▷ 주영진/앵커: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한 이후에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던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언론의 취재에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면 사과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요. 저도 직접적으로 제가 그 내용을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아닌데, 기사로만 봤는데 최영미 시인께서 언급하신 그분도 전체적으로 그런 객관적인 좀 제3자화되는 화법으로 어떤 사과의 의사를 밝혔다. 예전에 후배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던 행동이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성희롱이라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미안하게 생각한다 뭐 이렇게 그런 글을 썼다는 내용 혹시 들으셨습니까? 어제 인터뷰에도 그런 내용이 나왔던데요. 

▶ 최영미/시인: 그런데 그건 정말 거짓말...

▷ 주영진/앵커: 너무나 유사한 화법이어서요. 

▶ 최영미/시인: 너무 거짓말이고. 글쎄, 자수하여 광명 찾자라고 말하고 싶은데 제가 이 판도라의 상자를 다 연 게 아니에요, 아직. 

▷ 주영진/앵커: 아, 그럼 앞으로 더 이야기하시겠습니까? 

▶ 최영미/시인: 아니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그들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다른데 진심어린 사과를 원해요. 그리고 그... En 선생이 문제가 아니에요. En 선생보다 더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 주영진/앵커: En 선생보다 더한 사람들이 있다? 

▶ 최영미/시인: 그러니까 제가 뭐 한 사례를 언급한다면 90년대에. 

▷ 주영진/앵커: 90년대. 

▶ 최영미/시인: 제가 시집 나온 직후인데 그는.

▷ 주영진/앵커: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시인: 시집이 나온 직후예요. 직후에 저와 그렇게 사이도 나쁘지 않았고 제가 문단에서 그중 그 선배들 중에 좀 젊잖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있어요.남자이고. 시인이며 평론가이고 대한민국에서 아주 영향력 있는 문예 잡지의 시 편집을 좌지우지하는 분이에요. 그분과 저와 또 다른 문인들 몇 명이 술자리를 가졌어요. 그런데 그때 좀 우리가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리고 자정 지났던 것 같아요. 인사동의 어느 술집, 문인들이 잘 가는 술집에서는 한 네 사람 정도가, 다른 사람들은 다 가고 한 테이블에 네 사람 정도가 술을 마셨는데 여름이었어요. 약간 초여름? 그런데 제가 그때 그 반팔 나시 이렇게 톱이라고 그러죠? 면 나시를 입고 겉에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술 마시다가 갑자기 그분이 저를 제 신체 어느 부위를 보면서 제가 지금 방송에서 말하고 싶지 않은 그 성희롱적인 언어를 쓰면서 옷을 좀 벗어보라고 했어요, 저보고. 저는 그때 너무 놀라서 이게 진담일까 하고 너무 황당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그가 계속해서 약간 짜증어린 목소리로 자네, 옷 좀 벗어보게. 왜 안 벗어? 그 말을 여러 번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아, 이게 진담이구나. 그래서 그 순간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너무 놀라니까 대응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리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까마득한 선배고. 아주 나이 많지는 않지만 제가 그 전까지는 꽤 좀 약간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호감을 가졌던? 그래도 그중 점잖은 분이었어요, 평상시 제가 본 모습으로는. 그래서 제가 대응을 못하고 그냥 눈을 내리깔고 가만히 있다가 나왔거든요, 술자리에서. 그런데 그 뒤에도 그가 저를 몇 번 불러내요. 그런데 그가 나중에 제가 알고 보니까 그도 좀 악명 높더라고요. 겉은 점잖아 보이지만 여성 문인들을 불러낸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에요.한 서너 명? 어떤 때는 일곱여덟 명을 불러내고 남자는 그가 혼자이고 여성 문인들이 쫙 앉아있어요, 젊은 문인들이. 그리고 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 중에 하나였어요. 그리고 여성 문인들이 저도 한두 번 나가봤는데 지금 제가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여성 소설가라든가 여성 시인들이 다 또 나오더라고요. 저는 참 희한해요. 처음에는 나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마지못해 가끔 부르면, 예를 들면 한 세 번쯤 부를 때 한 번 나간다? 나가면 그녀들이 다 나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술값도 그녀들이 계산을 해요. 그래서 이게 뭐지? 이 동네는 참 이상한 동네다. 우선 남자, 보통 남자가 계산을 하고 남자가 불러내면.그런데 그래서 나중에 이것이 단순한 성 남녀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 그가 문단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그의 그 뭐랄까, 그의 눈밖에 나면 나한테 좋을 게 없죠. 그러니까 다들 나가주는 거고 그리고 주로 타깃은 사실은 뭐 저는 이미 그때 등단하고 책도 냈지만 저 같은 사람보다는 더 약한 여자 문인들. 즉, 아직 시인이나 소설가로 등단하지 않고 원고만 투고한 상태. 아직 신춘문예로 데뷔도 하지도 않고 그 대신 자기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은 여성 문인들은 가장 취약한 문인들이죠, 그들의 요구에. 그들이 부를 때 안 나갈 수가 없죠. 잘 보여야 등단할 수 있으니까.

▷ 주영진/앵커: 지금 최영미 시인이 말씀하신 내용 듣다 보니까 결국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성희롱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남과 여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쥔 자와 권력이 없는 자? 뭐 이렇게 봐야 할까요? 

▶ 최영미/시인: 그렇죠. 

▷ 주영진/앵커: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본질을 우리가 명확하게 좀 봐야 한다. 남과 여의 문제가 아니다. 

▶ 최영미/시인: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 문제이고 그리고 이런 문제는 사실 여성 문인만 아니라 남성 문인들도 피해 대상이 돼요, 사실은.

▷ 주영진/앵커: 남성 문인들도? 

▶ 최영미/시인: 네, 제가 사실은 제 시 괴물이 나가고 나와서 이렇게 문제가 된 뒤에 제가 어제 후배 남성 문인한테 전화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가 그러더라고요. 누나 하면서 남녀를 떠나 자기도 피해자다. 자기도 피해본, 그러니까 말하자면 문단의 파워가 거의 마피아 수준이에요. 문단의 그 영향력 있는 문예 잡지 출판사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고 그래서 그들의 그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한 남성 문인들도 저와 마찬가지로 왕따를 당하는 거죠. 그래서 그런 자신의 어떤 피해 사례를 어떤 남성 후배 문인이 털어놓더라고요. 그러면서 누나 끝까지 싸워, 우리가 지원할게 하고.그래서 제가 하여튼 글쎄... 

▷ 주영진/앵커: 2016년에도 비슷한 일들이 문단계 내부에서 폭로가 되어서 가령 박범신 작가도 있고요. 얼마 전에 사법 처리 재판까지 받고 있는 분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또 최근에는 오늘 시인 협회장으로 선출되신 분이 과거에 대학 재학 시절에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해임됐던 분이다. 이런 많은 일들이 현재 다시 한 번 국민들 사이에 상기가 되고 있습니다. 문단이란, 문학이란 국민들의 삶을 아름답고 정화시켜주는 일을 하시는 그런 분들이라고 우리가 생각이 드는데 그런 글 쓰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성추행이나 성폭행, 성희롱 이런 것들이 만연해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이고요. 여기서 아마 또 어떤 분들은 최영미 시인에게 이렇게 물어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 현장에서 말싸움도 하고 En 시인한테 항의도 했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가 이제 세월이 좀 지난 시점 아니겠습니까? 이제 다시 이런 시를 쓰고 지금에 와서 문제제기를 하는 그 이유가 무엇이냐.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최영미 시인은 그러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 최영미/시인: 그 당시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그리고 저는 나름대로 문제제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때 감히 30년 선배를 제가 들이받고 이 교활한 늙은이라고 아예 제가 반말을 했고, 그한테. 그 뒤에 몇 번 제가 반말로 그한테 말대꾸를 했고 그리고 그 문단에서 권력을 쥔 남성 문인들을 제가 만날 때 결코 뭐라고 그럴까. 만만하게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그 당시 저는 또 제가 시로 표현을 했어요. 괴물이라는 시 말고도 그 전에도 제가 몇 편의 시로 어떤 이 남녀 문제에 대해서 언급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만약에 그때 문제제기를 했다면 누구한테 했겠어요? 제가 누구한테 할 수 있었겠어요, 문제제기를.문학 담당 기자? 그들의 일부도 한통속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걸 고발하는 것보다 이걸 어떻게 개선할까가 문제인데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부 신문에서는 문학 담당, 출판 담당 기자가 몇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데가 있어요. 그러면 권력이 돼요. 한 곳 출입처 기자가 문단 뭐 책이 나오면 서평을 쓰는 기자가 10년, 20년 넘게 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의 성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의 눈밖에 난 남성 문인이나 여성 문인들은 서평을 쓰지 않죠. 혹은 혹평을 쓰거나 아예 무시하거나. 그러면 그 기자는 권력이 되고 권력은 타락할 수밖에 없어요. 어떤 권력이든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단, 그러니까 언론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부 기자들을 좀 돌려야 하고 그다음에 문학 담당 기자나 출판 기자들이 어떤 신간이 나왔을 때 책을 쓰는 기간이 너무 짧아요. 예를 들면 외국 같은 경우는 어떤 새로운 책이 나오면 적어도 3주가 걸린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서평이 실리기까지 신문에 뉴욕타임즈 같은 데.왜냐하면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얼마큼 걸리는지 아세요, 시간이 신간이 나오면? 3일도 안 걸려요.한 이틀 만에 다 그 책의 리뷰가 실리고 그러니까 책을 읽지도 않고 쓰는 거죠. 그러니까 기자들이 객관적으로 자신들이 책을 읽고 분석하고 그런 어떤 뭐라고 할까.어떤 책의 본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평론가들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죠. 그리고 출판사에서 보내는 홍보 자료 보고 쓰고 그리고 혹은 자기와 가까운 문인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잘 써주고 그렇지 않으면 못 써주는 식으로. 그래서 일단 신간이 나왔을 때 서평 쓰는, 서평을 서로 빨리 쓴다고 너무 지나치게 속보 경쟁을 해요, 신문사들이. 그 속보 경쟁이 없어져야 해요. 그리고 서평이 나왔을 때 적어도 3주 이후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사가.

▷ 주영진/앵커: 기자도 어쨌든 이런 내용을 직접 보거나 들었거나 했을 텐데 이런 내용들을 기본적으로 문학을 담당하는 기자분들. 뭐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두 다가 또 다 그랬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분명히 기자들이 이런 사실을 고발을 했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금 그런 생각을 말씀하신 거고요. 이제 마무리하기 전에 말이죠. 앞으로 아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직접 경험하셨거나 목격하셨던 이런 일들을 계속해서 SNS나 작품을 통해서 공개하실 생각이 있는 건지, 앞으로 그 향후 계획에 대해서 좀 말씀을 해 주시고요. 그리고 실명 공개라고 하는 부분이 사실은 지난번에 사일런스 브레이커라고 하는 그 부분도 사실은 미국에서 있었던 일도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했고 서지현 검사도 그렇게 했단 말이죠. 우리 어떻습니까? 우리 최영미 시인께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 최영미/시인: 저는 잘 모르겠어요. 모르겠고 저는 그렇게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제가 누구와 잘 싸우는 사람이 못되고 제가 힘이 없어요, 문단에서 지금. 지금 더 이상 제가 소위 잘 팔리는 작가도 아니고 무슨 문학상을 받은 작가도 아니고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어줄까? 이런 회의가 있어요. 그래서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그 상황 봐서 대처할 거라고 생각해요.대처할 거예요, 상황을 봐서. 

▷ 주영진/앵커: 앞으로 SNS나 작품을 통해서 또다시 최영미 시인께서 관련 내용을 공개하실 가능성도 있다.그 가해자라고 지금 최영미 시인이 말씀하셨던 분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 

▶ 최영미/시인: 아니요. 사실은 별로 더 이상은 제가 뭘 폭로하거나 이런 걸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상황까지 제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알 수가 없죠. 저한테 어떤 악성 소문을 퍼뜨릴 수 있고, 저에 대한 여러 가지 어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저는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할 생각입니다. 

▷ 주영진/앵커: 이른바 2차 피해라고 하는 부분, 그 부분이 상당히 원래 우려가 되는 건데 어쨌든 최영미 시인께서 작품을 통해서 문단계 내부에 그동안 쉬쉬해 왔던 그런 내용들을 공개해서 지금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의 또 다른 하나의 큰 동력을 제공하신 것 아닌가.용기를 내주신 데 대해서 감사하고 이 자리에 또 직접 나오신 데 대해서도 또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최영미/시인: 네, 감사합니다. 

▷ 주영진/앵커: 최영미 시인과 한번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최영미 시인이 사실 쉽게 말씀하시기 어려운 내용들을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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