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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다쳤다고 해라" 거짓말 강요…거부하면 '실직'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작성 2018.02.06 21:26 수정 2018.02.06 22: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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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터에서 다치고도 집에서 다쳤다고 거짓말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입니다. 산재 처리를 하면 하청업체가 불이익을 받기에 산업재해를 숨기는 겁니다.

하청노동자 연속보도, 노동규 기자입니다.

<기자>

울산의 한 조선소 작업현장입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엎드린 자세로 장시간 용접하고, 온종일 온 힘을 다해 망치질을 반복하고, 도대체 어떻게 들어갔나 싶은 곳에 들어앉아 예리한 절단기를 다룹니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집니다.

[조선소 하청 노동자 : 1분에 7,500rpm 돌아가요. 척 돌아가는데 이게 스치면 손가락 잘려버린다고요.]

조선소 정문 앞에 즐비한 정형외과 병원들. 그만큼 부상이 잦다는 얘기입니다.

손을 다쳐 병원을 찾은 작업복 차림의 이 20대 청년은 하청 노동자입니다.

[하청 노동자 : 소장님이 사고 난 거 모르게 따로 치료를 하게 하더라고요.]

이 청년처럼 하청 노동자들은 사고를 당해도 숨겨야 합니다. 하청 업체로서는 산업재해 발생이 다음 계약에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산재 처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하청 노동자 : (다쳐도 구급차가 아니라) 회사 차를 타고 나가요. 안 그러면 뭐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든지. 일단 (회사) '지정병원'으로 갑니다.]

하청업체는 치료비를 대주겠다며 일터가 아닌 집에서 다쳤다고 거짓말하라고 강요합니다.

거부하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정동석/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 계단에서 굴렀다, 집에서. 좋은 게 좋잖아. 이걸로 평생 장애가 남을 것도 아니고(라고 얘기합니다.)]

울산의 한 노동단체의 조사 결과 산재를 숨기고 개인 건강보험으로 치료받는 노동자가 열흘 사이 106명 발견됐을 정도입니다.

하청노동자들은 산업재해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한 치료나 요양 없이 다시 작업에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 노동자 : (다쳐서) 한 3~4일 쉬잖아요? 딱 전화 와 하는 얘기가 '출입증 반납하라'입니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그게 제일 무서운 말이거든요.]

일터에서 다치고도 집에서 다쳤다고 거짓말해야 하고, 치료가 끝나지 않아도 애써 상처를 감추고 출근해야 하는 현실.

출근길, 일터로 양하는 노동자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안전'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유미라,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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