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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소 대기오염으로 신생아 '텔로미어' 길이 짧아진다

[취재파일] 석탄화력발전소 대기오염으로 신생아 '텔로미어' 길이 짧아진다
정부는 지난해(2017) 6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일시 가동 중단했다. 당시 충남지역에서 4기, 경남지역 2기, 강원지역에서 2기가 한 달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올해(2018)부터는 3월부터 6월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이 정례화될 방침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응급대책이다.

한 달 동안의 가동중단이 끝난 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4기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됐던 충남지역에서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141톤 줄었고 전국적으로는 304톤의 초미세먼지가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한 달 가동 중단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충남지역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0.3㎍/㎥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체 위해성 관점에서 중요한 단기간 감소 효과는 상대적으로 커서 발전소 인근 최대영향지점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 최대 3.4㎍/㎥, 1시간 최대 9.5㎍/㎥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초미세먼지 감축이 실제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을까? 가동 중단으로 줄어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별로 크지 않은데 혹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닐까?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과 관련된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향후 건강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연구다(Perera et al., 2018).

연구팀은 중국 남서부 충칭(重慶)시 퉁량(銅梁)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전후에 태어난 신생아의 탯줄혈액에서 텔로미어(telomere)를 뽑아내 그 길이를 측정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양쪽 끝에 모자처럼 붙어 있는 부분을 말하는데 이 부분은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세포분열이 멈추고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으면 짧을수록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이나 노화, 뇌 발달 저하, 인지력 감퇴, 조기에 사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충칭 어린이병원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전인 2002년에 태어난 신생아 122명과 폐쇄 이후인 2005년에 태어난 신생아 133명 등 모두 25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스모그가 극심해지자 충칭시는 2004년 5월에 퉁량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한다고 사전에 예고한 뒤 문을 닫았는데 연구팀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발전소 폐쇄 전후에 산모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정도와 신생아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한 것이다.

인구 81만 명 정도인 퉁량 도심의 남쪽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는 보통 12월부터 5월까지 가동했는데 1995년부터는 거의 모든 가정의 난방용과 조리용 연료가 천연가스로 대체되면서 석탄화력발전소는 퉁량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이 발전소를 제외하면 도심 반경 20km 이내에는 석탄을 연료로 하는 별다른 오염원이 없었다. 자동차도 주된 오염원이 못 되는 상황에서 퉁량 석탄화력발전소는 말 그대로 이 도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효과를 보기 위해 폐쇄 전에 임신하고 2002년에 출산한 경우와 폐쇄 이후에 아이를 갖고 2005년에 출산한 신생아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팀은 특히 산모가 석탄이 연소할 때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대표적인 주성분 가운데 하나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에 어느 정도나 노출됐는지 그리고 신생아의 텔로미어의 길이는 폐쇄 전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면 혈액으로 들어가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태아의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산모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된 정도는 탯줄혈액을 이용해 산출했다.

조사결과 예상했던 대로 산모가 다환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된 정도는 화력발전소 폐쇄 이전에 컸고 신생아의 텔로미어의 길이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전에 비해 폐쇄 이후에 크게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한 대기오염 물질 때문에 신생아의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졌다는 뜻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전에 임신을 하고 태어난 아이들이 폐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뇌나 인지기능 발달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더 크고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수명 또한 더 짧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구는 국지적으로 대기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평생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주변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평생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생물학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석탄화력발전소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고 당장 모두 문을 닫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그동안 경제 발전과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도 국내 전력 생산량의 40% 정도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담당하고 있다.

전체적인 에너지 믹스와 에너지 수요, 전기 요금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서 파괴됐던 환경과 국민 건강을 되찾는 차원에서 계획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친환경발전으로 대체하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 됐다.

<참고문헌>

* Frederica Perera, Chia-jung Lin, Lirong Qu, Deliang Tang. Shorter telomere length in cord blood associated with prenatal air pollution exposure: Benefits of intervention. Environment International, 2018; DOI: 10.1016/j.envint.2018.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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