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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원청이, 죽음은 하청 몫…안전 권한 없는 '을'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8.02.02 21:06 수정 2018.02.02 21: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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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는 매년 1천 명에 육박합니다. 특히, 하청 노동자의 사망률이 해마다 느는 추세입니다. 광교 건설현장 화재, 용인 타워크레인 사고 그리고 지난주 포스코 질소 누출사고까지 사망자는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지요. SBS는 하청 노동자의 위험한 노동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4명의 하청노동자가 희생된 포스코 사고를 강청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25일, 포스코 하청업체 직원 4명이 냉각탑 냉각재 교체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25미터 높이 냉각탑에서 상, 중, 하부에 각각 나뉘어 작업한 지 8분 만에 작업자들로부터 무전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들은 냉각탑 안에서 질소 가스에 질식돼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습니다.

[포항 남부소방서 관계자 : 가스 질식됐다고 하면서, 환자가 있다고 그렇게 최초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심폐소생술 하면서 일단 병원에 이송했는데…(사망하셨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잠겨 있어야 할 질소 차단 밸브 일부가 한 시간 전부터 열려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고 당시 밸브를 제어하는 운전실에는 포스코 정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밸브가 열렸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질소가 유입돼 가득 찬 냉각탑 안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일어난 걸까?

하청업체 직원들은 밸브가 열렸는지, 안전조치는 됐는지 등 설비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포스코 하청업체 직원 : 모든 시스템이나 작동 이런 거는 포스코가 다 움직이고 쥐고 있고… 일만 하지,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이런 사고를 대비해 배관 사이에 설치해 가스 유입을 차단하는 맹판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설사 맹판이 있다 해도 원청업체의 허가 없이는 손댈 수 없습니다.

[정상준/사고 하청업체 노동조합 위원장 : 우리 멋대로 맹판을 칠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맹판있었으면 제2의 안전 (사고를) 막을 수 있겠죠. (원청업체의) 별도의 작업 오더가 떨어져야 합니다.]

결국 전반적인 시스템의 제어와 관리는 원청업체인 포스코가 담당하고 하청업체는 안전에 대한 아무 권한 없이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구조가 사고를 낳았다는 지적입니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거(안전사고)를 갖다가 방지하라는 건 그건 무리수다. 우리는 을이기 때문에]

[양동원/민주노총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부지회장 : 한 회사 직원들이 어떤 작업이든 하나의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경우라면 이번 사태 같은 경우는 미연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밸브 관리를 담당한 포스코 정직원들을 업무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입니다.

숨진 노동자들의 과실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영택/숨진 하청노동자 아버지 : 억울하게 사살됐잖아요.(죽임당했잖아요) 사살. 다시는 이런 (사고) 재발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6년간 포스코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14명, 이 가운데 10명이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영상편집 : 황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