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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독사, 중장년층이 문제다

[취재파일] 고독사, 중장년층이 문제다

노흥석 기자 hsroh@sbs.co.kr

작성 2018.02.04 13:29 수정 2018.02.04 15: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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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의 조화로운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과 함께 삶을 평안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평화롭고 존엄한 죽음을 추구한다. 웰다잉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게 있다면 고독사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독사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고독사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어 나중에 끔찍한 상태로 발견되는 죽음이다. 사망자와 산 사람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다. 고독사를 오래 연구해온 송인주 서울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홀로 겪는 것 자체가 인권을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공동체 또한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여 심각한 내상을 입는다."고 짚었다. 인천가족공원 납골당 관지난달 29일에도 서울 강남의 한 고시텔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홀로 죽어 2~3일 지나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냈고 지병이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만 이틀에 한 번꼴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 2013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162건이다. 서울복지재단의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송인주 2016년)' 보고서에 나타난 수치다. 전국적으로 연고가 없는 사망자는 2011년 682명에서 2016년 1,245명으로 배가 늘었다.

연구 보고서를 보면 주검이 주로 발견된 곳은 다세대주택(지하 포함), 임대아파트, 고시원 , 원룸 등 보증금이 없거나 싼 사글셋방이다. 시신을 발견한 계기는 80%가 '악취 때문'이다. 고독사한 주검이 대부분 부패되고 나서야 발견되기 때문이다.

발견한 사람은 건물 관리인이나 주인이 절반 정도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가족·친척이나 이웃이다. 기록을 남긴 경우는 24%에 불과한데 유서는 거의 없고 약봉지 같은 의료기록이 대부분이다. 지병은 간경화, 당뇨, 고혈압과 같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 많았다. 인천가족공원 납골당 무연고 납골함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고독사가 중장년층 남성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고독사를 연령별로 보면 45~64세까지의 중장년층이 62%다. 65세 이상 노인(16.6%)보다 비중이 훨씬 크다. 이 가운데 50대가 35.8%로 가장 많았다. 고독사한 사람의 84%가 남성이다.

송인주 연구위원은 "준거집단인 직장에서 밀려난 이후 가족과 떨어지고 질병까지 겹치면서 사회관계망이 끊겨 고립되는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중장년층은 사회생활의 절정을 달리거나 보람을 수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설 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세상과 단절하고 평균수명을 훨씬 앞질러 쓸쓸히 죽어간다면 분명히 큰 문제다.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후다. 배우 이미지 고독사 출입문 폴리스라인그 병폐의 뿌리는 지나치게 불안하고 팍팍한 삶이다. 연령에 관계없이 너무 쉽게 고용시장에서 배제시키고 잔인하리만큼 방치한다. 중장년층은 잘 나갈 땐 많은 사람들이 곁을 지키다가도 어려워지면 다 떨어져 나간다. 직장에서 밀려난 중년 남자들이 자격지심에 관계망을 끊고 고립되는 이유다.

2016년 사회통합실태조사(한국행정연구원)를 보면 중장년층이 고립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울할 때 사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한 응답자가 60대(11.3%), 50대(11%) 순으로 많았다. 20대는 8.2%, 30대는 7.3%다.

중장년층의 가족관계망도 헐거워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남자의 평균 이혼 연령은 1996년 38.6세에서 2016년 47.2세로 10살 가까이 높아졌다. 40대 이상의 이혼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6년 57.1%이던 것이 2016년에는 73.5%로 급증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사회적 양극화가 못 가진 자의 삶의 기회를 크게 축소시켜 사회관계망을 끊게 만들었다."며 "여기에다 가부장적인 중장년층이 좌절감에 스스로 문을 닫아거는 자폐적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고독사 방 모습앞으로가 더 문제다. 고독사 위험이 높은 1인 가구가 이미 가장 보편적인 가구형태가 된데다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27.2%다. 2인 가구(26.1%)와 3인 가구(21.5%)의 비중을 넘어섰다.

고독사 위험군인 45~64세의 남성 1인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2010년 57만 가구에서 2016년 95만 가구로 66%나 늘어났다. 전체 1인 가구의 18%나 된다. 이대로 두면 고독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독거노인 기본 사업'을 통해 부족하지만 고독사 예방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중장년층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자치단체가 정책 준비 차원에서 고립된 1인가구를 찾아내는 사업을 하고 있는 게 다다. 기초생활보장 말고는 정책수단이 전혀 없다.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 들리고 안 보인다고 해서 외롭고 고통스럽게 홀로 죽어 가는 사람을 방치하는 건 21세기 문명국가의 처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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