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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와대 설 선물은 뭘까? 누구에게·가격은?

[취재파일] 청와대 설 선물은 뭘까? 누구에게·가격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설입니다. 이맘때면 늘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명절을 맞아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청와대도 명절이면 이런저런 선물들을 준비합니다. 지난해 추석 때는 경기 이천 햅쌀과 강원 평창 잣, 경북 예천 참깨, 충북 영동 피호두, 전남 진도 흑미 등 다섯 종류의 농산물이 담긴 선물세트를 마련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전직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계 원로,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공직자, 종교·문화계 인사는 물론 각종 재난에서 의로운 일을 한 분이나 국가에 헌신한 분들에게도 명절 선물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설에는 포항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재민을 비롯해 중증장애인, 독거 어르신, 위탁보호 아동 등 나눔이 필요한 이웃들이 포함됐습니다.

● 설 선물 포인트는 '평창'

청와대가 오늘(31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 이름으로 발송할 설 선물세트를 공개했습니다. 받으실 분들의 주소지 확인 전화가 돌고 있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기대도 가져봄직 합니다. 이번 설 선물세트의 가장 큰 특징은 강원 평창 감자술(서주·薯酒)입니다. 문 대통령이 제사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도록 올해 선물세트에 전통주를 포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있는 점을 감안해 여러 전통주 가운데 평창 서주가 낙점됐습니다. 서주는 감자가 국내에 들어온 조선 후기부터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제 강점기에 밀주 단속으로 한동안 맥이 끊겼다가 1990년대에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다시 주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주와 비슷한 13도로 빛깔은 황록색입니다. 가격이요? 700mL짜리가 시중가로 1만 2천 원 정도라고 합니다.

청와대 명절 선물에 술이 포함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전통주 선물을 즐겨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분자주와 국화주, 소곡주, 이강주, 문배주 등 전국 각지의 유명 전통주들이 청와대 명절 선물로 이름을 올리곤 했습니다.

‘평창 서주’를 뺀 나머지 구성물로는 경기 강정, 경남 유과, 전남 약과, 충남 편강 등이 포함됐습니다. 청와대는 설 선물과 함께 '새해는 나누고 살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상식이 되는 해로 만들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청와대 설 선물 가격…5만 원? 10만 원?
[취재파일] 청와대 설 선물은 뭘까? 누구에게·가격은?-청와대 설 선물 세트
당초 청와대는 이번 설 선물 가격을 얼마로 할지 고심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농축수산물 선물의 경우 상한선이 10만 원으로 상향된 만큼 이에 맞출 것인지, 아니면 개정 전대로 5만 원에 맞출 지가 관건이었다고 합니다.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 법의 시행령 개정 취지를 감안하면 10만 원으로 늘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올 설 선물은 예전 기준인 5만 원에 맞춘 걸로 전해졌습니다. 어차피 예산 한도 안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한 세트당 가격을 높이면 결국 선물 받을 사람의 수가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번 설 선물은 지난해 추석 때 7천 여 명보다 3천 명 가량 늘어난 1만 여 명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대목입니다.

이런 고려와 함께 물리적인 한계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설 선물 선정 작업을 해왔는데 정말 친환경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재료를 쓰는지, 유통 과정에서 화학적 처리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닌 직접 직원이 일일이 현장을 방문해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막판에 가서 상향된 가액에 맞춰 품목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있어 못 받는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생존 중인 사람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 4명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사태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 당해 대상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추석 때 구치소 수감 상태여서 선물을 보낼 수 없었다는 설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확인 결과 박 전 대통령 역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에 따라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 해당해 예우 대상이 아닌 걸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는 유일하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설 선물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선물을 보내는 현직 대통령과 받는 전직 대통령 사이에 ‘정치보복’-‘분노’ 같은 말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애꿎은 선물만 혹여 애물단지 취급 당하는 거나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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