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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안경을 벗었다, 개구쟁이 최다니엘이 나왔다

[스브수다] 안경을 벗었다, 개구쟁이 최다니엘이 나왔다
배우 최다니엘에게 안경은 아이언맨의 변신수트 같다. 아이언맨이 수트를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되듯, 최다니엘에게 안경이 그렇다. 안경을 쓰고 무표정하게 있으면 ‘차도남’의 정석인데, 안경을 벗고 눈이 휘어져라 환하게 웃으면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 안경 하나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시크한 이지훈과 ‘그들이 사는 세상’의 호쾌한 양수경이 한 얼굴에서 동시에 스친다.

드라마 밖의 최다니엘은 안경을 쓰지 않는다. 1.5의 시력으로 눈이 좋아 안경을 쓸 필요가 없다. 안경을 벗은 게 최다니엘의 본모습이라 그런지, 실제의 그는 유쾌하다. 새로 저렴한 가격으로 장만한 옷을 자랑하며 뿌듯해하고, 능청스럽게 개그를 친다. ‘아재개그’라고 면박을 줘도 생글생글 밝게 웃는 그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웃음기를 없애고 남치원 상무를 연기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최다니엘은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저글러스’에서 능력은 있지만 차갑고, 남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걸 꺼려하는 냉미남 남치원 상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비서 좌윤이(백진희 분)와 로맨스가 본격화되며 남치원의 코믹적인 부분이 살짝 나오긴 했으나, 실제 최다니엘의 본모습을 보니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다.

배우는 자신을 버리고 맡은 캐릭터로 온전히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최다니엘은 남치원을 연기하며 개구쟁이 같은 자신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 실제와 너무 달라 소화하기 버거웠을 수도 있는데, 최다니엘은 언제나 그랬듯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드라마가 종영하며 시크한 남치원을 떠나보내고, 다시 귀엽고 서글서글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최다니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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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기분이 어떤가.
A. 너무 후련하고 좋다. 드라마 촬영장이 늘 시간에 쫓기지 않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지만, 그런 빽빽한 촬영일정에 매일 제대로 잠도 못자고 추위를 이겨내며 연기하려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끝내 기분 좋고 홀가분하다.

Q. 실제 만나보니, 드라마 속 이미지와 굉장히 다르다. 밝고 어리고 서글서글한 느낌이다.
A. 드라마에서 선보여온 캐릭터들이 실제 저보다 성숙한 게 많았다. 데뷔할 때부터 본래 제 나이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들을 맡아왔다. 그래서 실제보다 성숙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는데, 그게 좀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다 보니 정말 그 나이가 됐다. 이젠 오히려 그런 연기가 수월하다.(웃음) 항상 작품 할 때마다 캐릭터를 나 자신이라 생각하기에, 캐릭터가 남들한테 예쁨받을 만큼 매력적이고 작품이랑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으면 좋다. 이번 남치원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만큼, 그게 충족된 거 같아 다행이다.

Q. 안경의 착용 유무에 따라 풍기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A. 제 시력이 1.5라 실제론 안경을 쓰지 않는다. ‘지붕뚫고 하이킥’ 때 처음 안경을 썼는데, 당시 연기했던 이지훈 캐릭터가 시놉시스상 자폐적 기질이 있는 의사였다. 그래서 감독님의 권유로 안경을 써봤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안경을 안 쓰고 연기한 캐릭터들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미지는 제가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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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지훈과 ‘그들이 사는 세상’의 양언니 양수경처럼, 극과 극 성격의 캐릭터를 모두 잘 소화한다. 실제 최다니엘은 양수경과 좀 더 비슷할 거 같다.
A. 양수경은 제가 고등학교 때 반에서 친구들과 놀던 경험을 살려 녹여낸 캐릭터고, 이지훈은 제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양수경 같은 캐릭터가 연기하기에 좀 더 수월하다.

Q. 이번 남치원도 실제 최다니엘과 다른 성격이라 표현하기 어려웠겠다.
A. 첫 촬영에 들어가면서도 남치원이란 캐릭터를 잘 못 잡았다. 너무 밋밋하지도 튀지도 않는데 매력이 있어야 하고, 무게감은 있되 너무 무거워도 안되고.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가 제게 숙제였다. 첫 촬영 하며 김창완 선배한테 그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딱 두 마디를 해주셨다. ‘설정이 설정으로 보이면 안 된다. 네 느낌대로 자연스럽게 해라’는 조언이었는데,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그 조언을 떠올리며 캐릭터의 중심을 잡아갔다.

Q. 군 복무로 인해 3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는데, 그보다 더 오래 못 본 느낌이다.
A. 제가 지난해 10월에 소집해제를 했고 12월에 ‘저글러스’ 촬영에 들어갔으니, 제대하자마자 바로 복귀한 것이다. 군대 가기 전에는 영화 ‘치외법권’을 찍었지만 흥행에 실패해 대중이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학교2013’ 드라마를 한 후 무릎 수술을 하고 치료하느라 매체를 통해 얼굴을 자주 내비치지 못했다. 그래서 오래 쉰 느낌을 받는 거 같다.

Q. 무릎 상태는 어떤가.
A. 사회복무를 하면서 2차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좋은 상태는 아니다. 평생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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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글러스’는 30대가 된 후 처음 만난 작품이다. 그간 공백기도 있었고. 전보다 달라진 점이 있나.
A. 3년 만에 하는 드라마라 설레면서도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하면 다 어우러지고, 주연으로서 잘 끌고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확실히 전보다 책임감이 더 생긴 거 같다. 그래서 몸은 피곤했지만, 일할 땐 피곤한 걸 모르고 했다. 예전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주변보단 저한테만 집중했다. 지금은 제 연기보다도 전체적인 흐름이나 현장 분위기, 배우들과 스태프들과의 호흡을 더 중요시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좀 더 여유가 생겼다.

Q. 그렇게 마음가짐이 달라지는데, 군 복무가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나.
A. 4주간 군사훈련을 받을 때 보니, 정말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있더라. 그때 느낀 게, 인지하지 못했지만 내가 그동안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살았구나, 하는 거였다. 그때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진 거 같다. 또 사회복무를 할 땐, 일반 직장인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매일 9시간 이상씩 일한 후 저녁 시간에 짬을 내서 영화를 보거나 사람을 만나고, 다음날 또 이른 아침에 출근하고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체감했다. 또 그렇게 짬을 내서 비싼 돈을 지불하며 본 영화가 실망스러우면 정말 짜증이 날 것 같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Q. ‘저글러스’의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정성호, 인교진 같은 코믹 캐릭터가 많아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 거 같다.
A. 분위기 정말 좋았다. 성호형, 교진이형, 진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줬고, 울고 웃는 장면들도 다 잘 살려냈다. 그 사이에서 저까지 굳이 뭘 할 필요가 없었다. 전 그저 중심만 잘 잡고 가면 됐다.

Q.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백진희가 배우 윤현민과 공개연애 중이다. 로맨스 연기를 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A. 진희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못 느낄 만큼 작품에 빠져 있었는데, 침대 위에서 키스를 하는 애정신을 찍을 땐 신경 쓰게 되더라. 극 중 남치원과 좌윤이가 키스를 하고, 좌윤이가 남치원의 넥타이를 푸르고 안경을 벗기며 함께 침대 위에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남들에겐 허락지 않는, 남치원의 사회적 가면을 좌윤이만이 벗겨준다는 의미도 담은 키스신이었는데, 대본에 '격렬하게 키스한다'라고 쓰여있었다. 아무리 같은 배우란 직업을 갖고 있어도 연인의 애정신을 보면 짜증 날 수 있지 않나. 진희에게 “괜찮겠니”라고 물었더니, “괜찮다. 연기인데 어떠냐”며 아무렇지 않아 하더라. 그래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중에 그 장면이 방영된 후, 진희에게 다시 “괜찮냐”고 물었다. 다행히 남자친구와 안 싸웠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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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의 연애는 언제가 마지막인가.
A. 3년 전, 군대 가기 전이 마지막이다.

Q. 그럼 좋아하는 여성상은 어떻게 되나.
A. 착한 사람이 좋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자의 헌신을 요구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 저희 일이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일할 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도 쉴 땐 또 계속 쉰다. 밤샘 촬영을 하다 보면 3일씩 연락을 못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절 이해해줄 수 있는 착한 여성을 찾게 되는 거 같다.

Q.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A. 휴먼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작은 독립영화라도 좋다. 웃기거나 화를 내야 하는 설정을 굳이 넣지 않고, 평범한 하루의 일부분을 담은 그런 리얼리티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다.

Q. 이제 작품이 막 끝났는데, 뭘 하며 휴식을 즐기려고 하나.
A. 구체적으로 잡힌 건 없는데, 제주도를 한 번 가려 한다. 배우 김기남 형이랑 친한데, 형과 같이 제주도에 가려고 계획 중이다.

Q. 2018년의 1월이 지나간다. 어떤 한 해를 보내고 싶나.
A. 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다. 때가 되어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하고 싶고 끌리는 작품을 만나면 좋겠다. 그런 작품이라면 그 안에서 잘 놀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두르지는 않겠다. 때가 되면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SBS funE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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