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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靑, '보수층이니까 없어도 괜찮아?'…3題 풀 수 있을까

[취재파일] 靑, '보수층이니까 없어도 괜찮아?'…3題 풀 수 있을까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숨 가쁜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를 올해 국정 목표로 세웠습니다. 지난해, 속도감 있는 개혁과 적폐청산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국민 개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나아가 이를 체감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 ① 題 / 평창으로 얻은 남북대화…기회 vs 위기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의 첫 번째 조건은 역시 안보입니다. 다행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남북이 다시 마주 앉았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집권 후 처음으로 잡은 '일할 기회'입니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체제의 특성상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실제로 현송월 단장의 사전 점검단이 일방적으로 방한 일정을 연기했는가 하면, 29일에는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남북의 속내는 서로 뻔합니다.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등을 통한 북한 비핵화가, 북한은 제재 완화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 목표입니다.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다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런 목표로 가기 위한 가교입니다. 목표 달성 위해 상대의 요구에 맞춰주는 건 일종의 전술이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북 저자세 논란은 '제 살 깎아 먹기'일 수 있습니다.
남북 차관급 평창 실무회담
하지만 독재국가인 북한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주의란 태생적으로 '일사불란'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부 입장에선 일하기 힘들겠지만 불평불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대통령도 나서 평창에 힘을 모아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되짚어 봅니다. 회의 석상에서 하는 말 정도로 정말 설득 가능한 것인지… 여야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을 추진하라는 대통령 지시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서야 나왔다는 게… 역시나 늦은 감이 있습니다.

청와대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번 남북대화는 기회이자 위기입니다. 최종목표인 북한 비핵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일단 어떻게든 북미대화로만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성과입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전처럼 싸늘해진다면 현 정권에서 다시 대화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현 정부의 대북 해법은 용도 폐기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② 題 / 내 삶이 달라지는 변화…대야 관계 변화는?

다음으로 민생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청와대가 올해 국정 목표로 꼽은 1순위 과제입니다. 하지만 민생 분야 과제들 역시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최저임금은 논란에 부딪힌 지 오래고 일자리 대책은 대통령이 직접 성과를 채근하고 나설 정도입니다. 혁신성장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청와대 방침은 섰지만 언제 얼마만큼의 성과가 나올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특히나 이런 민생 살리기 방안이 실제 집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국회입니다.

지난해 청와대가 집중했던 '나라 바로 세우기'가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한 속도감 있는 개혁 작업이었다면 올해 달성해야 할 국정 목표는 국회 법안 처리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야당과 생각이 같고 다르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청와대, 집권 여당은 자신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바를 실행에 옮기는 게 최우선입니다. 전부 다 할 수 없다면 일부라도 해내야 합니다.
영세업체에 최저임금 보조
솔직히 합의체인 국회에서 애초부터 원하는 걸 전부 다 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야당과 협상을 통해 가능한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찾고 추진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가 야당을 비판했다는 소식은 자주 들려도 여당 지도부가 문지방 닳도록 야당을 찾아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비단 현 여권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아쉬운 쪽이 우물 판다고 현 상황에서 뭔가 일을 해내야 하는 건 청와대와 여당입니다. 대북 관계만큼이나 대야 관계에서도 끈기와 신중함을 갖고 접근한다면 성과가 없지 않을 겁니다. 현재 의석 분포상 야당 협조 없는 법안 처리는 요원합니다. 뭔가 여권에서 그런 성의를 보였는데도 야당이 무조건 어깃장만 놓는다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네, 6월이 지방선거입니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라도 여권이 야당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 ③ 題 / 지지율 하락…당연한 것?

70%대를 유지해온 문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하락했다는 조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금까지 70%대를 유지해온 게 비정상이었다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가상화폐와 남북 단일팀 논란으로 20~30대 젊은 층이 이탈한 게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지율은 민주 국가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동력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묘안이란 없으니만큼 특정층의 반발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가상화폐나 남북 단일팀 논란도 정부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청와대도 정책 자체보다는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지지율 등락이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해서 정권이 이를 당연시하는 건 위험합니다. 야권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70%나 되는 건 비정상이라고 하는 것과 여권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지지율에 집착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떨어졌을 때 '왜 우리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탈했는지' 살펴보고 보완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신년인사회
지지율 하락이 기사화됐던 열흘 전쯤 청와대 관계자와 통화하면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답은 20~30대 이탈이었습니다. 보수층 이탈도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하자 "아이고, 보수층이 언제 우리를 지지했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20~30대 이탈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보수층 이탈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문답은 그쯤에서 마무리됐지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문 대통령을 지지하며 8개월 동안이나 70%대 지지율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일부 보수층은 뭐가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우리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입니다. 선출직인 만큼 주요 지지층이 있겠고 또 모두의 지지를 받는 게 어렵겠지만 엄연히 힘을 실어줬던 지지층의 이탈까지 이념성향으로 '내 편, 네 편'하며 가르는 것은 수권세력의 태도가 아닙니다.

국가적 역량 집중이 절실한 시기, 국정 지지율은 높을수록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민주국가에서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그나마 보장해줄 수 있는 게 지지율인 까닭입니다. 남북문제와 민생법안, 개혁작업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내 지지층만 유지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없길 바랄 뿐입니다. 안보·민생·개혁 기로에 선 청와대가 돌파구 찾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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