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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앞 소화전 '먹통'…골든타임 놓쳐 일가족 참변

<앵커>

그제(28일) 저녁 불이 난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는 소화전이 얼어 터질까봐 아예 잠궈놓고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초기 진화가 늦어졌고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옥상문도 잠겨있어서 대피가 불가능했고 소방차 전용 주차공간도 확보돼 있지 않는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전형우 기자입니다.

<기자>

아파트 창문으로 시뻘건 불길이 솟구쳐 나옵니다. 산소통을 맨 소방관들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고, 주민이 서둘러 빠져나옵니다.

은평구의 아파트 14층에서 불이나 91살 노모와 60대 부부까지 3명이 숨졌습니다.

소방대는 제때 출동했지만 문제는 물이었습니다.

화재 현장입니다. 이처럼 문 앞에 바로 소화전이 있었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중앙펌프가 잠긴 탓에 단지 내 모든 소화전이 먹통이 됐습니다. 명백한 소방법 위반입니다.

[안국빈/목격자 : (소방관이) 소화전이 작동 안 된다고…거기서 시간이 지났는데 좀 있더니 불이 그냥 확 올라왔어요.]

소방관들은 결국 14층까지 호스를 들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경찰은 관리책임자를 상대로 펌프를 잠근 이유를 조사 중입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 : (펌프가) 뭐가 꺼져요, 꺼지기를. 물이 안 나왔잖아요, 소화전에. 아직 (조사)결과가 안 나왔으니까.]

소화전만이 아닙니다. 주민들은 화재를 대비해 늘 열어둬야 하는 옥상 문도 잠겨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파트 주민 : 자살할까 봐 잠근다고. 볼일 있으면 열어달라면 (경비실에서) 열어줘요.]

안전불감증은 일반 차량이 점령한 소방차 전용 주차공간에서도 확인됩니다.

일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를 겪었지만 아파트 단지 곳곳이 여전히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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