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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만도 못한 보일러 배기가스 대책…자동차 배기가스 대책보다 시급할 수도

[취재파일] 중국만도 못한 보일러 배기가스 대책…자동차 배기가스 대책보다 시급할 수도
초강력 한파에 요즘 보일러는 연일 풀가동 중이다. 요즘 같은 한파에 보일러를 24시간 돌리지 않을 수 있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일러는 연료로 보통 도시가스나 LPG, 등유, 석탄, 목재 팰릿, 전기 등을 사용하는데 도시 가정에서는 가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스든 등유든 전기를 제외하면 연료가 무엇이든 보일러는 유기물을 태워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은 내연기관인 자동차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보일러든 자동차든 똑같이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보일러가 미세먼지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기가스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다. 특히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미세먼지보다 질소산화물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질소산화물은 가스로 배출되지만 공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로 바뀔 수 있고 햇볕이 강한 여름철에는 오존을 만들어 내는 데도 기여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정용 보일러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대한 의무 규정은 없다. 미세먼지를 재앙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 물질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KS 규격을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대한 등급을 제시하고 이 등급을 보일러에 표기하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있을 뿐이다. KS 규격 가운데 질소산화물 등급 기준(KS B 8127)은 아래와 같다.
보일러 등급별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기준 농도
보일러 등급별 질소산화물(NOx) 배출량 기준 농도를 보면 배출량이 70mg/kWh 이하인 경우는 1등급 보일러, 100mg/kWh 이하는 2등급, 150mg/kWh 이하는 3등급, 200mg/kWh 이하는 4등급, 260mg/kWh을 넘지 않으면 5등급 보일러로 표시된다.

물론 환경마크 인증 기준도 있다. 환경마크 인증 기준 가운데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준의 경우 2017년까지는 50mg/kWh 이하였는데 2018년부터는 35mg/kWh 이하인 경우로 강화됐다. 하지만 환경마크 인증 역시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규정은 아니다. 질소산화물 등급과 마찬가지로 조건에 맞는 제품의 경우 표기를 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도울 뿐이다.

국내 가정용 보일러의 질소산화물 제한농도 등급은 보통 4등급 정도다. 일반 가정용 보일러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보통 200mg/kWh 이하라는 뜻이다. 국내 가정용 보일러 가운데 질소산화물 배출 1등급 보일러는 2000년대 후반 들어 장점이 알려지기 시작한 콘덴싱 보일러다. 콘덴싱 보일러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약 30~50mg/kWh 이하로 알려져 있다.

가정용 보일러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관한 의무 규정이 없는 국내와 달리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보일러의 본 고장인 유럽의 경우 2015년부터 에너지관리규격을 도입하고 그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2018년 9월부터는 배출량이 56mg/kWh를 초과하는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판매 자체가 불가능해진다(EU, 2013). 우리나라에서 비록 1등급 판정을 받은 보일러일지라도 유럽에서는 판매할 수 없는 경우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도 모든 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를 보면 유럽보다도 기준이 더욱더 엄격하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사우스코스트대기질관리본부(SCAQMD) 기준을 보면 가정용 보일러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40.6mg/kWh이다. 산소량 3% 환경에서 보일러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20ppm으로 제한한다는 SCAQMD 기준을 유럽이나 중국 등과 비교하기 위해 산소량 0%에서의 배출량(23ppm)으로 환산했고 이를 다시 mg/kWh 단위로 환산한 값이다. 유럽보다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부 콘덴싱 보일러를 제외하고 일반 가정용 보일러는 캘리포니아 주에는 설치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겨울철 가장 심각한 '미세먼지'···'중국 등 국외 요인 70% 육박한다
스모그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도 빠른 속도로 석탄 대신 가스로 연료를 바꾸는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보일러의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지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경은 보일러 배출 기준을 의무화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북경에 새롭게 설치하거나 기존 보일러를 교체하는 경우 반드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100mg/kWh 이하인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북경시환경보호국, 2015). 아무런 제제 없이 국내에 설치하는 3등급 이상의 일반 보일러는 북경에는 절대로 설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에서 초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은 난방·발전 부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서울지역에 대한 평상시 초미세먼지(PM2.5) 기여도 연구결과를 보면 난방·발전 부문이 39%를 차지해 기여도가 가장 컸고 이어 자동차가 25%, 비산먼지 22%, 건설기계 12% 순으로 나타났다(서울시, 2016).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도 중국 등 국외 영향을 제외할 경우 서울지역 초미세먼지에 대한 서울지역 점오염원의 기여도는 난방⋅발전 부문이 33%로 가장 컸고 이어 자동차 기여도가 29%, 건설기계 등 비도로 이동오염원은 12%, 비산먼지는 약 23%, 생물성연소 3% 순이었다.

서울시 연구결과는 초미세먼지 관리에 자동차 이상으로 보일러 같은 난방과 발전시설 관리가 더 시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미세먼지는 보일러 같은 난방시설에서 직접 배출되기도 하고 난방시설에서 가스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서 2차로 초미세먼지로 바뀌기도 한다. 기체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관리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미세먼지
물론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날 경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절대적인 것은 분명하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60%에서 많게는 80% 이상이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넘어온다. 고농도 발생 시에는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와 보일러 배기가스를 모두 더해도 국외 요인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 그러나 고농도 미세먼지만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가 아무리 적더라도 건강에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1년 평균으로 볼 경우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30~50% 정도는 중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들어오고 50~70% 정도는 국내에서 발생한다. 고농도 사례가 아닌 연평균으로 볼 경우 국내 요인이 국외 요인보다 더 크다.

중국과의 문제가 해결돼야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연평균으로 볼 때 초미세먼지, 특히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보일러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없는 한 초미세먼지 평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보일러를 많이 가동하는 겨울철과 봄철, 특히 바람이 약해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쌓일 경우 보일러 배기가스의 영향은 더욱더 커질 수 있다.

보일러 질소산화물 배출규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중국보다도 늦어도 한참 늦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배출원별 정확한 배출량 산출과 함께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한 미세먼지 재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파가 누그러지면 또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참고자료>

* 서울시, 2016:초미세먼지(PM-2.5) 배출원 인벤토리 구축 및 상세모니터링 연구
* EU, 2013:유럽 질소산화물 배출기준(Requirements for Emissions of Nitrogen Oxides), COMMISSION REGULATION (EU) No 813/2013 of 2 August 2013 implementing Directive 2009/125/EC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with regard to ecodesign requirements for space heaters and combination heaters.
* 북경시환경보호국, 2015: Emission standard of air pollutants for boilers.
* (주)경동나비엔(개인 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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