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국경으로 진격하는 터키군
터키군은 시리아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부 아프린을 향해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전투기 공습에 이어 지상군까지 동원하고 있다. 터키가 미국과 주변국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터키 내 쿠르드족 정치집단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은 다른 나라의 쿠르드족 정치 세력에 비해 쿠르드의 자치권 확보와 독자적 영역 확보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왔다. 쿠르드족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무장 투쟁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터키 정부는 쿠르드노동자당(PKK)를 테러 집단으로 간주하고 가혹한 탄압을 가해 왔다.
시리아 쿠르드족 역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강력한 민족동화정책과 정치적 탄압 때문에 자치권 획득의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 혁명의 여파로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고, 시리아 북부를 점령한 IS가 영역을 확대하자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그런데 쿠르드민주연합당(PYD)은 터키가 가장 증오하는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터키 정부의 압박을 피해 1990년대 시리아로 피신해 왔을 때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단원들이 설립한 단체가 쿠르드민주연합당(PYD)이다.
터키 입장에서 시리아 쿠르드족이 자결권을 획득하고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처럼 자신들의 지역에서 통치권을 행사하는 건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에 쿠르드 자치정부가 건설되면 1,500만 명의 쿠르드인이 거주하는 터키로선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터키 국가를 세우려는 쿠르드노동자당(PKK)를 압살하고자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온 터키 정부가 국제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한 배경이다.
시리아 북부에 쿠르드족 중심의 군사조직을 만들려던 미국의 계획은 터키에 강경 대응의 빌미를 던져 줬다는 점에서 중동의 복잡한 실타래를 더 꼬이게 만든 악수(惡手)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