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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터키군 시리아 쿠르드 진압 작전에 애매한 태도

터키군이 테러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지역의 쿠르드 민병대 격퇴 작전에 돌입한 가운데 터키, 쿠르드 양측과 모두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는 어느 한 편에도 서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터키군의 아프린 진격 작전 사흘째인 22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아주 주의 깊게 작전(터키군의 아프린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대표들은 시리아 지도부 및 터키 지도부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시리아의 영토적 통합성 유지"라면서 "당연히 아프린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관련된 인도주의적 측면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는 그러나 터키군의 아프린 작전에 대해 러시아가 사전에 통보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터키군의 시리아 영토 침입이 시리아 주권 침해임을 언급하고, 아프린 지역의 쿠르드족이 인도주의적 재난에 빠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터키군이나 쿠르드 어느 한 편에 대한 확실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는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러시아의 입장은 터키군의 군사작전을 묵인하는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

시리아내 쿠르드 지도부는 이미 러시아에 배신감을 드러냈다.

시리아 쿠르드 반(半)자치지역, 자칭 '로자바' 수립 인사인 헤디예 유수프는 21일 지역 매체에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이런 수치스럽고 무책임한 처신을 반복했기에 놀랍지도 않다"며 "무하바드를 잊지 말자"고 비판했다.

1946년 현재의 아베르바이잔 서부에 옛 소련의 강력한 지원으로 세워졌던 쿠르드 정부 무하바드가 소련군의 철수로 이듬해 이란에 점령된 사건을 상기시킨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YPG는 미군의 지원을 받는 병력으로 불리지만, 아프린의 쿠르드 세력은 최근 미국보다는 러시아의 보호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 아프린 YPG는 러시아군이 아프린에 YPG 훈련 캠프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터키가 자국 주재 러시아대사대리를 외교부로 불러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린에서 시리아 내전 휴전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러시아군은 터키군의 아프린 작전에 앞서 다른 지역으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러시아가 터키의 아프린 공격을 용인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터키는 지난 20일부터 시리아 아프린의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격퇴하기 위한 일명 '올리브가지 작전'을 시작했다.

작전 첫날 공습에 이어 이튿날에는 지상군 부대를 아프린으로 진격시키며 YPG 소탕에 속도를 내고 있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의 파트너지만, 터키는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연계된 테러조직으로 본다.

러시아의 모호한 태도는 자국 주도의 시리아 내전 협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터키의 입장을 배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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