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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교안보 어려움 가늠하기 힘들 것"…기로에 선 한반도

[취재파일] "외교안보 어려움 가늠하기 힘들 것"…기로에 선 한반도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부터 남측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간 교류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다시 통보하는 등 일부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롭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23일에는 우리 사전 점검단 선발대가 2박3일 일정으로 북한 마식령 스키장을 찾아 남북 공동 훈련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섭니다. 점검단은 마식령 스키장이 국제 규격에 맞는지, 숙소 등 편의 시설은 갖춰져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어 다음달 1일 북한 선수단 22명이 내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7일에는 북한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24명과 응원단 230명, 태권도시범단 30명, 기자단 21명 등이 서해 육로를 통해 내려와 남한 땅을 밟을 계획입니다.

지금처럼만 착착 진행된다면 적어도 평창 동계올림픽만큼은 정부가 계획한 대로 성공적인 평화 올림픽이 될 전망입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 진통이 없진 않았지만, 북한 참가로 대회 안전에 대한 위험이 사라진 데다 세계적 이목을 끄는 데에도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아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

올림픽 성공은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올림픽 이후입니다. 정부 역시 평창 올림픽 성공만큼이나 공을 들여온 부분이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입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 복원과 북핵문제 해결입니다. 지금 대화가 순조롭다고는 하나 낙관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런 복잡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이를 위한 남북 대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올림픽 성공과 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금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특히 “(남북 대화가) 만약 그것(올림픽 성공)만으로 끝난다면 그 후에 우리가 겪게 될 외교안보상의 어려움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또 다시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성공만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평창올림픽 덕분에 기적처럼 만들어낸 대화의 기회를 평창 이후까지 잘 살려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그래야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지금 같은 기회를 다시 만들기 어려운 만큼 국민도 마치 바람 앞에 촛불을 지키듯이 대화를 지키고 키우는데 힘을 모아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 정치권과 언론도 적어도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만큼은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 대화 불씨 못 살리면 남북 경색 불가피

문 대통령의 호소 이면에는 현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이 그대로 베어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수행해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고충인 셈입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발판까지는 마련했지만 이 발판을 딛고 남북관계 복원, 더 나아가 북미대화로 까지 뛰어오르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입니다.

실제로 이번 남북대화가 올림픽에 한정한 이벤트로 끝날 경우,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될 거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4월 초까지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재개는 불가피합니다. 북한 역시 미사일 발사 등 다시 도발에 나설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틀어지고 나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북핵 해법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대화 국면이 끝나고 나면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 전보다 더한 경색 국면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역시 대화로는 안 된다는 비판 속에 강경론이 힘을 얻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면서까지 어떻게든 불씨를 살리려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 첫 단추는 남북 신뢰-채널 복원
남북, 주말에도 연락채널 가동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남북 간 진짜 채널을 만드는 겁니다. 지금처럼 유선 전화 살리는 수준이 아니라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북미 간 대화도 추진해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 남북 간 끊어진 채널부터 복원하는 게 먼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인 만큼 대북 저자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북대화에 필사적인 것은 나름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해법이 갖는 위험 또한 분명합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실패할 경우 그 반작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호소 역시 그런 위기감의 발로인 셈입니다. 이번 남북대화 추진이 단순히 정권 차원의 문제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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