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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북도 만나는데…야당 대표는 왜?

[취재파일] 남북도 만나는데…야당 대표는 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 즉 셧다운 시한을 앞두고 현지시간 19일 오후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백악관에서 담판을 짓기 위한 긴급 회동을 가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슈머 원내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회동을 제안했고 슈머 원내대표가 이를 수락하면서 성사됐다는 후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회동 뒤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예비회동을 했다.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고, 슈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언급하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음을 내비쳤습니다. 비록 이어진 여야 간 물밑 협상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과적으로 셧다운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필요할 경우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다는 정치 문화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 오바마 '소통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으로 평가 받았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2013년 건강보험 개혁안, 일명 ‘오바마 케어’에 대한 공화당 반발로 17년 만에 연방정부가 셧다운 될 위기에 처하자 의회 지도자들과 일일이 접촉하며 설득에 나섰는가 하면 2011년에는 정쟁 중이던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과 골프 회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임기 막바지였음에도 야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선거 승리를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이 의회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패해 암울한 상황이었음에도 자신이 추진해 온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승인을 위해 설득에 나섰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한가지 상기해야 할 것은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지금의 우리 정치 상황과 유사한 여소야대 국면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 '여소야대'로는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후반으로 접어든 2014년 11월, 야당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석권했습니다. 2015년 1월5일 제114대 미국 의회는 8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민주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1기 취임 이듬해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준 뒤 4년 만에 상원 다수당마저 빼앗긴 겁니다.

잇단 선거 참패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탁월한 의제 선점과 소통 노력으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고, 퇴임 때까지 50~60%의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냈습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기 이전에도 2010년부터 공화당이 다수가 된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정부가 맞서며 삐걱대는 모습이 여러 번 연출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2013년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갈등으로 기한 내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연방정부가 16일간 문을 닫았던 '셧다운'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불협화음 속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정책은 상당수가 여소야대 의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2014년 중간선거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최대 5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강행하며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공화당은 반발하며 하원에서 행정명령을 백지화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지만 결국 저지에 실패하면서 공화당 리더십에 흠집만 났습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 합법화, 이란 핵 협상 타결,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등 실적을 착착 쌓아가며 여소야대 상황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 靑-野, 4달 가까이 ‘데면데면’
여야 5당
평창 동계올림픽에다 남북대화까지 겹치면서 온 나라의 신경이 그 쪽으로 쏠린 모습입니다. 하지만 당장 2월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크게는 개헌과 권력기관 개편 문제에서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같은 민생 문제까지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북핵 등 외교 안보 현안도 여야가 합심하지 않고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입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치권의 회동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말 청와대가 여야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을 한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나마 제1야당 대표는 참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중국 국빈 방문 같은 외교 안보 성과도 있었고 신년 구상을 설명해야 할 필요도 있었지만 대통령과 여야 대표, 혹은 원내대표 간 회동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청와대 역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했고 통합 등 야당 상황이 정리되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처럼 느긋하게 일을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남북대화부터 가상화폐 논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논의가 시급해 보이는 까닭입니다.

대통령이 성의를 다해 만나봐야 야당 대표의 속성상 뭔가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정치적으로만 실컷 이용만 해먹고 결국에는 하나도 협조 하지 않을 거라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요? 앞서 길게 설명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예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미국 야당이라고 협조적이었을리 없습니다.

● 노동계에 보인 정성, 정치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양대 노총 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각각 오찬과 차담을 나눴습니다. 통상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 한자리에서 봤던 전례에 비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예우입니다. 문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 복원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정치에서의 협치 복원의 중요성이 결코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에 뒤질 리 없습니다.

우리 나라는 대의 민주제, 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국회의 도움 없이 행정부인 청와대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남북 대화와 평창 올림픽 열기에 가려져 있지만 개헌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법안도 제 때 처리하기 위해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노동계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데 보여줬던 열정을 야당 지도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국민의 정치적 눈높이가 달라진 요즘, 야당이 그런 자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자기 장사만 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 역시 기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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