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시즌 '2차 레이스의 악몽'에 시달린 윤성빈
그런데 윤성빈은 지난 시즌(2016-2017 시즌) 2차 레이스의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8번의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2차 레이스 순위가 1차 때보다 높은 적이 없었습니다. 1차 레이스에서 1위를 하고도 역전 당해 우승을 놓친 게 4번이나 됐습니다. 라이벌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에게 2번,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에게 2번 역전 당했습니다. 먼저 경기한 경쟁자들이 좋은 기록으로 압박해오면 심리적으로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1차 레이스를 잘 하고도 2차 레이스에서 실수를 했습니다.
특히 두쿠르스에게 당한 2번의 역전패는 너무나 뼈아팠습니다. 둘 다 1차 레이스에서 비교적 넉넉히 앞선 기록으로 1위를 기록하고도, 2차 레이스에서 믿기 힘든 뒤집기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모두 2차 레이스에서 바로 앞 순서로 경기한 두쿠르스가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압박해오자 흔들린 것입니다.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차에서 0.22초 앞서고도, 2차에서 0.03초로 역전 당했고,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 8차 대회에서도 1차에서 0.18초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차에서 0.01초 차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0.01초를 다투는 스켈레톤 종목에서 딱 그 차이로 진 것입니다. 윤성빈은 당시 "너무나 분한 마음에 한동안 그 경기 영상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확인 안 하고 싶지만 스타트 라인에 대기를 해야 되기 때문에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압박감을 조금씩 받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윤성빈이 2차 레이스에서 여러 차례 역전패를 당하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런 아픈 경험이 다음 시즌을 위한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성빈이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자주 나오는 것 같은데, 경험을 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윤성빈은 기본적으로 멘탈이 강한 선수로 꼽힙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민석기 박사는 "2014년과 2015년 심리검사를 진행했는데 윤성빈은 자신감은 높고 불안은 낮은 수치를 보였다"로 말했습니다. 윤성빈은 별다른 루틴도 없다고 합니다. 스타트 할 때 항상 주먹으로 오른쪽 발등을 내리 찍는 것을 제외하고는(이것은 스파이크 신발이 트랙 얼음에 잘 박히라고 내리 찍는 거라고 설명) 루틴이 없는데, 이는 루틴이 깨졌을 때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올 시즌 '2차 레이스의 악몽' 말끔히 떨쳐낸 윤성빈
오스트리아 인스트부르크 월드컵 5차 대회에서는 1,2차 모두 2위를 기록하며 두쿠르스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우승을 차지했던 나머지 5개 대회에서는 1,2차 레이스 모두 1위를 기록하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특히 지난주 7차 월드컵에서는 앞서 레이스를 펼친 트레티아코프와 악셀 융크(독일) 등 경쟁자들이 먼저 트랙 신기록을 작성하며 압박해왔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고 곧바로 이를 갈아 치울 만큼 강심장이 됐습니다. 지난 시즌의 실수를 교훈 삼아 다른 선수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에만 집중하도록 마인드 컨트롤에 주력한 게 효과를 봤습니다.
윤성빈은 올 시즌 인터뷰에서 매번 "두쿠르스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지금은 두쿠르스만을 바라보고 갈 때가 아니다. 스켈레톤은 여러 선수들이 함께 레이스를 하는 경기가 아니라 혼자 주행해서 기록을 다투는 경기이기 때문에 오직 나의 레이스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창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부담은 전혀 없다. 그저 레이스를 즐길 뿐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주변 사람들이 금메달 따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따고 싶고 제 꿈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정신적, 심리적으로 더욱 단단해진 윤성빈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스켈레톤 괴물'의 압도적인 올 시즌
올 시즌 기량과 정신력 모두 강해지며 2009년부터 이어진 황제 두쿠르스의 8년 독재체제를 종식시킨 윤성빈에게 남은 것은 이제 평창 올림픽 금메달 뿐입니다. 윤성빈은 "이제까는 모두 연습이었고 평창 올림픽이 진짜 실전"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새로운 스켈레톤 황제의 대관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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