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대화 하고 싶지만 혐오를 받을까, 상처를 입을까, 열등감을 느끼게 될까 두려워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남의 눈을 피하다가 말까지 어눌해지는… 그런 경험이 있으십니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자는 서른을 갓 넘긴 벤처기업가이다. 아들뻘의 저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문제아였다. 집단행동을 극도로 싫어했다. 초등학교 땐 교실에 앉아 있는 게 고통스러워 산속으로 달아나거나 하수도 안으로 숨어들었다. 도망칠 수 없을 땐 사물함 안에 숨어 있기도 했다.
'내가 학교를 다니지 못한 원인은…바로 누군가 나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남이 쥐어준 일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숙제를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광적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게 있었는데 그게 종이접기다. 종이접기같이 가슴 뛰는 게 아니라면 관심 밖이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 학점은 A+와 F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건강까지 나빠져 이후 3년 반이나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했다. 따돌림을 받게 된 이후부터는 더 멀어졌다.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고 홀로 천장을 바라보는 나날이 이어졌다. 대인기피증세는 점점 깊어져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는 수준에 이르렀다. '고맙습니다.'는 상대방에게 무언가 해달라고 할 때 하는 말이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면서 부탁하기만 할 때 처음에 다정했던 사람들도 조금씩 떨어져 나가는 경험을 했다. '나 따윈 없어져 버리는 게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하며 서서히 최악의 사고로 빠지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묘한 감정이입이 일어났다. 이제 나도 별수 없는 늙다리 직장인이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에 마음의 동굴 속에 들어가 웅크린 내 모습과 겹쳤다. 식사 약속도 될 수 있으면 잡지 않고 퇴근 후엔 방에 틀어박히는 찌질한 중년 남자 말이다. 연쇄반응이랄까? 미처 대비도 못 한 채 직장을 떠난 초라한 행색의 조기 은퇴자들이 머릿속에 나타났다.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고달픈 젊은이들도 떠올랐다.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이를 용납하지 않고 획일적인 삶의 양식을 강요하는 학교와 직장, 사회로 공상이 줄달음쳤다. 급기야는 자살률 세계 최고의 숨 막히는 대한민국이 머리를 채웠다.
고독의 감옥에 갇혀 괴로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저자가 딱 하나 놓지 않은 게 있었다. 자존감이다. '나 자신마저 싫어하게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자신만은 나를 좋아하자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나를 견딜 수 있게 해줬던 것이 취미인 종이접기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부모의 권유로 로봇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경쟁자들과 머리싸움을 하기보다는 '남들보다 시행착오를 더 많이 반복하는 전략'을 택해 우승을 차지한다. 이를 계기로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존경하는 교사의 제자가 돼 선배들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전동 휠체어를 만드는데 온 힘을 쏟는다. 결국 '좋아하는 일은 잘하게 된다'는 속담을 증명해낸다. 턱을 타고 넘는 전동휠체어를 만들어 전국 과학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 일본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한다. '슈퍼 고교생'이 됐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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