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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것만이 내 세상', 촌스럽고 낡은 영화 구원한 이병헌·박정민

[리뷰] '그것만이 내 세상', 촌스럽고 낡은 영화 구원한 이병헌·박정민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주연한 명작 '레인맨'(1988)의 틀 안에 있는 영화는 익숙하다 못해 뻔한 스토리로 이어진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떨어져 지내던 형제가 한 집에 동거하면서 형제애를 회복하는 이야기는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형'의 줄거리와도 흡사하다.

포장지는 다르다. 이병헌과 박정민,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두 배우가 형제로 분했다. 이들은 빼어난 연기력으로 낡은 영화를 구원한다. 

주요 캐릭터 역시 전형성을 탈피하기 어렵지만 뛰어난 역량의 두 배우는 뻔한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병헌과 박정민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푯값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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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이병헌)는 과거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오갈 데 없는 전직 복서다. 우연히 17년간 헤어져 지냈던 엄마 인숙(윤여정)과 재회하고 신세를 지게 된다. 조하는 엄마의 집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동생 진태(박정민)와 마주한다.

진태는 서번트 증후군(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떨어지지만 기억, 암산, 퍼즐이나 음악적인 부분 등 특정한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캐나다행을 준비하는 조하는 경비가 마련될 때까지만 불편하고 어색한 동거를 하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확실하다. 이병헌이 웃기고, 박정민이 울린다. 이야기의 새로움이나 깊이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배우들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가족애를 내세운 웃음과 감동도 관객들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범죄물과 사극에서 묵직한 연기력을 뽐내온 이병헌은 오랜만에 가족 영화에서 힘 뺀 연기를 선보였다. 1990년대 초,중반 청춘스타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의 가볍고 유쾌한 모습이 떠오른다. 슬랩스틱에 가까운 코미디 연기와 생각지도 않게 능숙한 브레이크 댄스로 웃음을 자아낸다. '내부자들'이나 '남한산성' 속 카리스마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이번 영화 속 모습은 색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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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동주'로 국내 신인상을 독식하다시피 한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진태 역할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뽐낸다. 자칫 과장된 몸짓이나 대사로 인물을 흉내 내는데 그칠 수도 있었지만, 캐릭터의 특성을 예민하게 캐치하고 섬세하게 연기해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주기 위해 연주 장면을 직접 소화해냈다.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는 영화의 약점을 보완하지만, 개인의 커리어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선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조하, 진태 형제의 이야기에 한가율(한지민)의 사연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더욱 진부해진다. 부유한 배경의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으면서 꿈을 접는다. 부잣집 배경과 완강한 가족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철 지난 아침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영화의 제작은 JK필름이 맡았다. '해운대', '국제시장', '히말라야', '공조' 등을 히트시키며 대중의 보편적 눈높이를 잘 겨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작사다. 하지만 타율이 높다고 해서 모두 질 좋은 안타만 쳐낸 것은 아닐 터. JK필름의 영화는 언젠가부터 개성 잃은 공산품을 보는 듯하다.

1월 17일 개봉,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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