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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딛고 사제 된 조남준 신부 "진짜 기적은 신부 된 것"

전신마비 딛고 사제 된 조남준 신부 "진짜 기적은 신부 된 것"
"많은 사람이 전신마비였던 제가 두 발로 서서 걷게 된 것을 기적이라고 하겠죠. 하지만 진짜 기적은 저 같은 죄인이 사제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지난달 사제품을 받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조남준 신부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절망에 빠진 29살 청년이었다.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출신인 그는 2004년부터 카메라 감독으로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했지만, 2007년 6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목 밑으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골반 일부를 잘라내 부서진 목뼈를 대신하고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았던 그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걷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매일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원망과 절망으로 점철된 시기를 보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수술 부위의 통증과 다친 신경으로 무뎌진 감각 때문에 제 몸이 누워 있는 건지, 공중에 떠 있는 건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차라리 사고 때 죽었더라면…', '왜 하필 나에게'라는 원망이 제일 컸죠. 어머니가 병실에 가져온 십자가를 보며 '이 세상에 하느님은 없다'며 십자가에 대고 욕도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가장 힘이 됐던 것은 자신을 헌신적으로 간호한 어머니의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던 그에게 어머니는 '마치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미 일어난 일이고,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자'고 했다.

"그때부터 살아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죠. 그러고 나니 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욕창으로 고생하시는 분,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사람들과 소통조차 할 수 없는 분…. 주변에 저보다 훨씬 더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데 이기적인 저는 저 자신만 보고 제일 힘든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는 현실의 나를 받아들이고 나서 내가 아닌 이웃을 보는 방법을 깨닫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며 이런 깨달음 뒤에 신체적인 변화도 생겼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웠던 재활 치료에 힘입어 그는 사고 한 달여 만에 설 수 있게 됐고 세달여가 지난 뒤에는 스스로 병실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병원의 원목 신부는 '원목 생활하면서 이런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이건 하느님의 기적'이라며 성직자의 길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루빨리 몸을 회복해 원래의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던 그에게 원목 신부의 말은 "성소의 씨앗이 되어" 마음속에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2007년 12월 퇴원해 통원 치료를 다녔던 그는 이듬해 우연한 기회로 부모님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사제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됐고, 그해 7월 스페인 산티아고로 도보 순례를 떠났다.

800㎞의 순례 길을 완주하면 사제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결심이었다.

그는 "병석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익숙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를 깊이 있게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어 후회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교구 사제가 되려고 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후 도전했던 한 수도회로부터도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입회가 힘들다는 답을 들었다.

두 차례 실패 뒤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지 고민하던 그는 수녀였던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문을 두드렸고 4개월 만에 입회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수도원 생활을 거쳐 지난달 18일 사제품을 받은 그는 '하느님은 인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며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준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시련은 딱 그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만큼만 주어진다"는 가르침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조남준 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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