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졸브·독수리 훈련, 평창올림픽 끝난 '4월 중순 이후' 유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4일)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 행동이 없는 한 올해 한미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평창올림픽 이후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양국 정상 합의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연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키리졸브 연습은 3월 13일부터 24일까지, 독수리 연습은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패럴림픽과 일부 겹칠 수 있었습니다.

한미 군은 평창올림픽 기간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경우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다른 훈련 일정 등을 고려해 4월 중순 이후에 시작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 양국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중지하거나 미룬 것은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직후인 1992년 팀스피릿 훈련을 중지한 이후 처음입니다.

북한은 2014년 2월에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키리졸브 연습을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키리졸브 연습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연습으로, 전쟁 수행 절차를 숙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작년부터는 우리 군이 키리졸브 연습 계획 분야를 주도하게 됐다.

병력과 장비가 실제 기동하는 야외 실기동 연습인 독수리 연습은 한미 연합작전과 후방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적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주한미군과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한 미군 약 1만여명이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에 각각 참가했습니다.

작년 독수리 연습 기간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호, 핵잠수함 콜럼버스함, 장거리전략폭격기 B-1B 등 전략무기를 대거 투입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한미 양국 정상이 특정 훈련을 거론하지 않고 평창올림픽 기간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 아닌 한미 연합훈련도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연합훈련인 쌍룡훈련이 대표적입니다.

쌍룡훈련은 독수리 연습과 연계해 2년에 한 번씩 하는 훈련으로, 대규모 상륙작전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한미 해군과 해병대는 2016년에 이어 올해도 쌍룡훈련을 할 계획이지만, 독수리 연습에 맞춰 일정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을 4월 중순 이후로 미룰 경우 양국 군의 다른 훈련 일정 등으로 인해 훈련 기간을 예년보다 줄이는 게 불가피해질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과적 개최'를 기원한 만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성사될 경우 북한도 올림픽 기간에는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평창올림픽은 전례 없이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