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원전 수출이냐 절차적 정당성이냐…UAE 논란의 최종 쟁점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1.04 09:25 수정 2018.01.04 10: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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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과 아크부대 파병을 위시한 한-UAE 군사 협력을 둘러싼 논란이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왜 근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사달이 났고 과연 종착점이 어딘지 답답했었는데 차츰 안개가 걷히는 것 같습니다.
[취재파일] 원전 수출이냐 절차적 정당성이냐…UAE 논란의 최종 쟁점3하나둘 밝혀지는 팩트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의 대가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군사 협정과 양해각서 몇 건을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했고 이번 정부가 적폐 청산의 잣대로 보니 그 협정과 양해각서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개성공단, 위안부 합의처럼 바로 잡으려고 했는데 돈줄을 쥐고 있는 상대인 아랍에미리트가 국가 간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며 발끈했습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없던 일로 하자”며 아랍에미리트를 달래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시비는 어떻게 가르면 될까요. 원전 만들어 팔아서 돈 벌려다 보니 국내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군사 협정을 맺은 과거 보수 정권과, 목적이 어떻든 절차적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는 현 정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아랍에미리트와의 협정과 양해각서에 현 정권이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 UAE 논란의 전말

청와대와 국방부는 아랍에미리트 논란에 대해 일절 입을 열지 않겠다는 자체 함구령을 내렸습니다.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군 관련 정보의 메카로 통하는 익명의 여권 핵심 의원과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과정을 2009년부터 쫓았던 정의당 김종대 의원, 박근혜 정부의 국방차관이었던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이 사안에 정통합니다. 이들과 군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취재파일] 원전 수출이냐 절차적 정당성이냐…UAE 논란의 최종 쟁점2이명박 정부 때 군사 협정과 양해각서 4건, 박근혜 정부 때 군수지원협정 1건이 아랍에미리트와 맺어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김태영 국방장관은 아랍에미리트와의 협정, 양해각서에 대해 “군사교육훈련, 방산이나 군수지원, 고위급의 상호 방문을 통한 군사 교류협력, 더 나아가 기술에 대한 분야도 서로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5가지 협정과 양해각서는 내용은커녕 제목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원전 수출을 위한 이면 계약들로 불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청와대 인사들이 5가지 협정과 양해각서를 들여다 봤더니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국내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청와대가 이를 바로 잡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만 봐도 법적 근거가 허약합니다. 다른 모든 파병 부대들은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제 5조 1항에 근거하고 있지만 아크부대는 원전 수출의 대가로 파병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아크부대의 파병 목적 중 하나인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도 아랍에미리트 전쟁 발발시 아크부대가 자동 개입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당시 여당에서도 나왔을 정도입니다.

'중동 군사 적폐'를 바로 잡는 임무를 띠고 아랍에미리트로 파견된 인물은 송영무 국방장관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송 장관은 지난 11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습니다. 익명의 의원과 군의 한 관계자는 “협정과 양해각서들이 국회의 비준 또는 동의를 거쳐야 했는데 그냥 처리됐으니 지금이라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송 장관이 아랍에미리트에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정권 교체가 됐으니 국가 간 약속도 다시 하자는 우리 측의 요구를 아랍에미리트는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승주 의원은 “지난 정부와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자 아랍에미리트는 분노했다”고 단언했습니다.
[취재파일] 원전 수출이냐 절차적 정당성이냐…UAE 논란의 최종 쟁점1청와대는 아랍에미리트의 보복이 걱정됐습니다. 익명의 의원은 “청와대가 과거의 협정과 양해각서의 국내법적 결함을 문제 삼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임종석 실장이 나서서 마지막 뒷수습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아랍에미리트 측에 “이제 그만 덮자”는 의사를 전달했고 임종석 실장이 아랍에미리트로 출장을 가서는 종지부를 찍고 온 것으로 보입니다. 

● "적폐의 원죄는 과거 정부의 것" VS "괜히 벌집만 쑤셨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에는 프랑스가 먼저 뛰어들었고 우리나라는 뒤늦게 참여했습니다. 프랑스는 핵우산 제공과 정례적인 연합 훈련 실시를 약속해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의 9부 능선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상호방위조약급으로 체감이 되는 특전사 즉 아크부대 파병과 육해공군의 체계 확립 등을 내걸고 막판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원전 수주 과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2대0으로 뒤지던 게임을 인저리 타임에 극장골 서너골로 뒤집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협정을 체결했으니 원죄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 지금 정부의 생각 같습니다. 반면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 측은 “지금 정부가 돌고 돌아 원위치할 일을 괜히 벌집만 쑤셔 신뢰와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맞섭니다. 실리냐 원칙이냐의 문제로도 볼 수 있는데 양쪽 진영은 슬슬 출구를 찾는 눈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