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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신과함께' 김동욱, 당신이 귀인이에요

[스브수다] '신과함께' 김동욱, 당신이 귀인이에요
배우 김동욱은 관객들이 인정하는 '신과함께'의 귀인이다. 개봉 전까지 꼭꼭 숨겼던 비밀병기였지만, 지금은 관객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저마다 달랐다. 만족도 역시 차이는 있었지만, 인상적으로 뽑은 구간은 한결같았다. 수홍(김동욱)과 어머니(예수정)의 눈물 장면. 김동욱은 이 감동의 클라이맥스를 책임지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선사했다.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를 가진 김동욱은 영화 후반부 예수정과 펼친 감정 신에 대해 "너무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준비하는데도 쉽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 장면은 연출자인 김용화 감독의 개인 이야기가 투영됐다. 아픈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은 물론 불효자의 회환 등을 대사와 감정에 집약했다. 

김동욱은 "촬영 전부터 그 장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그 순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라는 것이 너무 공감되고 이해되더라"면서 "수홍이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돼 15년을 강인하게 버티면서 살아온 친구다. 감독님은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울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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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홍은 눈물과 감정에 취해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울먹인다. 이때 그의 대사는 "엄마, 옛날에 말이야. 자홍(차태현)이..자홍이 XX새끼가..그..XX이..."라고만 들릴 뿐 제대로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순간부터 관객들의 눈물 수도꼭지는 고장 나기 시작한다.

비단 자홍, 수홍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상 모든 불효자들이 어머니에게 남기는 반성문처럼 다가오는 장면이다. 관객들은 두 사람의 연기를 보면서 저마다의 사연을 떠올렸다.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에 관한 한) 벙어리고, 세상의 모든 자식은 (자신의 부모에 관한 한) 불효자라는 감독의 의도는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됐다. 

김동욱은 "어떻게 대사를 하고 울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예수정 선배님을 보면서 저절로 감정이 잡혔다. 어떻게든 엄마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너무 눈물이나 목이 메이는 그 상황은 꾸밈이나 설정 없이 감정이 올라오는 대로 연기했다. 그런데 관객들도 함께 울어주시더라"고 말했다.

촬영을 잘 마치고도 공개되기 전까지는 부담이 상당했다고 했다. 김동욱은 "내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책임지는구나 하는 기쁨보다는 부담과 책임감이 99.9%였다. 촬영 때도 그랬지만 개봉을 기다리기까지 너무나 떨렸다. 감독님과 제작진들은 이미 편집과정에서 먼저 보시고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하지만 내 눈으로 보는 것, 나아가 관객의 평가가 받기 전까지는 안심이 안 되더라. 지금은...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다"라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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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은 입대 전 영화 '후궁'(2012)에서 연산군 역할을 맡아 호평받은 바 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밀크남 이미지가 강했던 그의 야누스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던 연기였다.

연기력은 '신과함께'에서도 폭발했다. 배우가 작품 안에서 감정에 미치는 순간을 보는 것은 관객으로서는 흥미로운 체험이다.

"미쳐도 되는 장면이 있을 때가 있다. 그땐 내가 아닌 순간을 만들어달라는 기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감독이 판단했을 때 커트라인 안에 들어오는 연기를 펼친다면 희열이 느껴진다. '신과함께'의 감정선은 1,2부를 같이 찍었기 때문에 이어진다. 그래서 1부를 연기하면서도 2부의 캐릭터를 생각하며 설계해야 했다. 원귀일 때와 수홍일때의 캐릭터가 이질감이 느껴지면 안 되니까 그 톤을 정하고 표현하는데 많은 시간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수홍이 굉장이 쿨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형이 떠나고 15년간 어머니와 꿋꿋하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원동연 이등병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이리라고 생각했다"

김동욱은 자신의 대표작은 '커피프린스 1호점', '국가대표', '후궁'으로 꼽았다. '후궁'을 마치고 입대했고 연예계에 복귀한지도 3년이 흘렀다.

그는 연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앞으로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를 고민하던 시점에 '신과함께'를 만났다. '국가대표'(2009) 때 시작된 김용화 감독, 하정우와의 인연이 다시 한번 이어진 것이다. 

"'국가대표' 때도 그렇고 이번 '신과함께'까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저를 캐스팅하기 위해 감독님이 애를 많이 쓰셨다. 게다가 '신과함께'는 규모도 훨씬 큰 대작인데...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저야 고마울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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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에게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우 형과는 '국가대표' 때도 1년 넘게 합숙하면서 친해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높은 위치에 계신 분이다. 그래서 '함께해서 즐거워요'라고 하기도 조금스럽다. 언제나 든든한 존재다. 덕분에 늘 내가 가진 것보다 40~50%의 득을 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겸손해했다.

김동욱은 다소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이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입시 준비를 해 명배우의 산실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재학 시절 가장 연기를 못하는 학생이었다고 겸손을 보인 그는 "동기 중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게 놀라운 따름"이라고 겸연쩍어했다.

'신과함께'는 슬럼프에 있던 그를 꺼내준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걸 해냈다 이런 성취감보다는 지금까지 버티고 선택들이 결코 틀린 건 아니구나 라는 걸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 작품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다시 으싸으싸해서 20대 때처럼 쉼 없이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저승삼차사가 자홍의 영혼을 치유한 것처럼 '신과함께'라는 작품이 배우 김동욱을 구원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그는 이미 영화를 본 600만 관객들에게는 감사 인사를, 관람을 망설이고 있는 잠재 관객에게는 유혹의 손길을 뻗쳤다. 귀인다운 정중한 초대장이었다. 

"큰 우려와 걱정으로 저희 걱정으로 선택하지 않은 분들 많겠지만, 일단 보시고 그것에 대한 비판이나 칭찬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겸허히 수용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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