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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예고’ 낸시랭 남편 전준주, 故장자연을 왜 들먹이나?

‘기자회견 예고’ 낸시랭 남편 전준주, 故장자연을 왜 들먹이나?
왜 그는 또 고인을 들먹이며 억울함을 호소할까.

지난 27일 팝 아티스트 낸시랭(42)과 결혼 사실을 발표한 전준주(가명 왕첸첸·왕진진 37)은 2009년과 2011년 증거를 조작해 여배우 故장자연의 생전 주고받은 편지가 있다고 주장해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사람과 동일인이다.

억대 사기·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인 전준주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자 그의 과거 전력을 비롯해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황당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출소한 뒤 수년간 신용불량자로 살아온 전준주는 이미 고인이 된 모 호텔 회장이 서자였다거나, 마카오에서 카지노를 하는 어머니를 두고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도자기 예술품 투자자들을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준주의 행각이 언론을 통해 점차 공개되자 그는 연예매체들을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故장자연과 주고받은 편지 300통을 공개하겠다.”며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 그는 결혼 이틀째밖에 안됐는데 사람들의 이기심과 극악한 언론이 자신과 낸시랭을 공격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준주가 자신의 고소행각과 범죄전력이 논란이 불거지자 꺼내든 이른바 故장자연 편지의 존재. 이미 허위와 조작으로 판명된 이 편지와 관련된 사건의 전말은 뭘까.

2009년 3월 배우 장자연이 연예계 고위층 성접대 리스트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뒤 2003년부터 특수강도강간으로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전준주는 모 언론사에 제보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장자연과 막역한 사이이며, 생전 그녀가 자신에게 성접대와 관련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편지 사본을 전달한 것.

故장자연 편지 조작사건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총 230쪽 분량의 50통의 편지에는 장자연과 전준주의 만남부터 사소한 일상의 대화, 충격적인 성접대 사건까지 포함돼 있었다. 故장자연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던 대중은 결정적 증거가 나타난 건 아닐지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2011년 서울지방경찰청은 이 모든 게 전준주의 치밀한 자작극이었다고 결론 냈다. 

조작된 편지에는 곳곳에 허술함이 있었다. 먼저 전준주는 장자연이 활동했던 시기에 특수강도강간으로 교도소 복역 중이었다. 전준주가 출소해 다음 범죄로 구속되기 전 3개월 가량 사회에 있을 때에도 그는 전라도 일대, 장자연은 서울에만 거주해 접점이 없었다. 그가 교도소에 들어간 뒤에도 장자연이 전준주를 찾았다는 면회기록도 전무했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국과수 감정을 통해 편지에 적힌 필적이 장자연과는 다르고 전준주의 것과 흡사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전준주는 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부풀려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데에는 기발한 능력을 보였지만, 맞춤법에는 약했다. 경찰은 전준주의 글과 장자연이 보냈다고 주장한 편지의 맞춤법 오류가 같다는 점도 조작의 증거로 인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전준주는 교도소 내에서 언론에 공개된 장자연의 자필 무건을 보고 필적을 연습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교도소 직원에게 장자연 관련 사건 기사 검색을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료재소자들에 따르면 전준주는 평소 30페이지 넘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등 글솜씨가 뛰어났고 글씨체도 여러 개였다. 또 그는 장기간 독방을 썼던 망상장애 문제수로, 그것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여온 정황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결국 전준주는 故장자연 편지를 조작해 언론사에 유포하고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등 증거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방법원에서 증거위조죄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전준주는 2013년 긴 복역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뒤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장자연의 브로커가 맞다.”는 식의 허위 주장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故장자연이 사망한 지 8년 만인 지난 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의 사건이 재조사 검토 대상 중 탤런트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2009년 연예계 치부를 폭로하고 사망한 뒤 시작됐던 장자연 수사는 대부분 피의자들에 대한 면죄부 주기로 진행되다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렸지만, 고인의 한스러운 죽음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지 실낱같은 희망이 다시 생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준주는 조작 편지 사건을 다시 한번 언론을 통해 공개하며 故장자연과의 관계를 들먹이고 있다. 전준주의 행동이 다시 한번 깊은 실망과 유가족에 대한 상처를 주지 않을지 우려가 쏠리고 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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