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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가재난질병' 연구 외면한 전염병연구소와 전북대 총장 ②

전북대학교 외경
이남호 총장 해명 3. "전북대는 독자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할 능력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전문가는 전북대가 독자적으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남호 총장은 "전북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수의과대학을 비롯하여 의과대학, 치과대학, 자연과학대학, 농생명과학대학, 대학병원 등을 보유하여 융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 독자 운영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연구소 운영비와 연구 인력을 대학 자체 능력으로 충원할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연구소장은 "대학에서 주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부연구를 따내 힘겹게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북대학교는 연구소를 독자 운영할 능력이 안된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입니다.

또, 현재 연구소의 정규직 연구 인력은 10명도 되지 않습니다. 설립 당시 계획했던 150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남호 총장 말대로, 전북대 전체의 연구 인프라가 연구소의 운영 정상화 요건이라면, 그동안 전북대는 연구소 발전을 위해 무엇을 투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완공한 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자 운영능력은 물론 정부 지원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전북대학교 혹은 적어도 이남호 총장은 대학의 수장으로서 연구소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게 적합할 것입니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 용역 연구 맡긴 LG 화학
이남호 총장 해명 4. "연구소가 특정 중앙 부처에 소속돼서는 안 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같은 중요한 국가적 자산은 교육부나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중앙 부처가 직접 관리하며 활용성을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합니다. 그게 전체적인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남호 총장은 "특정 중앙 부처에 연구소가 소속되면 범부처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정부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늘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이남호 총장의 답변은 '정부에 소속될 경우 법령에 근거하여 운영되면 예산 및 인력공급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라는 정보 조직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관련 부처인 농식품부와 복지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을 연구하고 있으며, 기초에서 응용에 이르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부처는 어느 연구만 담당한다.'라는 이남호 총장 답변은 학문적 연구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2년 전, 저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허술한 운영실태를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당시 전북대는 교육부 이외 여러 부처 (농식품부, 복지부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전북대가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면, 연구소의 비정상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이남호 총장 해명 5. "연구 법인을 설립해 범부처 사업에 개방해야 한다."

연구소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남호 총장은 "'연구 법인'을 설립하여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범부처 사업에 개방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남호 총장은 앞서 2015년 8월, 연구소 법인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연구소 법인화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비영리 법인은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의지와 관련 법이 제정돼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관련 정부 부처는 이와 관련된 계획은 물론 의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영리법인도 모든 운영예산과 인건비, 인력수급 등을 대학이 책임지고 수익 사업을 통해 연구소를 경영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연구소가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국가재난질병을 연구하라고 국가 예산으로 연구소를 설립해놓고 정작 연구소는 돈벌이에 나서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합니다. 더욱이 현재 국가사업 추세는 범부처 사업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남호 총장 해명대로라면, 연구소 운영은 파행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연구소 법인화 방침은 이남호 총장의 '면피용 공약'이었거나 혹은 '애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이 총장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 총장 개인의 능력 부족을 원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과학·정치의 부적절한 공생'

앞서 언급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1) 전북대는 국가재난질병을 연구해야 할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운영할 능력이 부족하다.
2) 이 때문에 371억 원의 혈세를 들여 지은 연구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3) 그럼에도, 이남호 총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인화 등만 언급하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전문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훌륭한 연구소가 몇 사람의 욕심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일부에선 이남호 총장이 내년 총장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위해 70억 원을 들여 정문 바로 뒤 교육원을 한옥으로 짓는 등 외형적인 성과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였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을 위해 600억 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해 놓고 있습니다.
예산 70억 들인 전북대학교 큰사람교육개발원 겸 한옥정문 조감도
수주 간의 취재를 통해 기자이기 전에 기초의학 전공자(수의학 박사)로서 저는 이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 '과학과 정치의 부적절한 공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는 과학과 정치가 부적절하게 만났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립 목적이야 무엇이든 돈만 가져오면 된다."라는 천박한 직업의식, "조직만 키운다면 그 과정 따위는 개의치 않겠다."라는 성과 만능주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조직 수뇌부의 무관심과 무능력까지,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우리 안에 숨겨져 있던 일그러진 욕구들이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존재 이유부터 자문해 보십시오!"

"지금 당신의 회사가 위기입니까?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십니까? 그렇다면 먼저 당신 회사의 존재 이유부터 자문해 보십시오!" 세계 일류 리더이자 최고의 위기관리자(Crisis manager)로 칭송받고 있는 제프 킨들러 미국 화이자 회장의 말입니다. 그는 "조직이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도대체 우리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새겨야 생존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을 비롯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관계자에게 묻고 싶습니다."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요?" "혈세가 들어가는 연구소가 대기업에서 돈 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남호 총장과 전북대 관계자들이 이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못하는 동안 오늘도 국가재난전염병으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은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사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 '정치에 휘둘리는 과학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다 같이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끝까지 잘 지켜보겠습니다.

▶ [취재파일] '국가재난질병' 연구 외면한 전염병연구소와 전북대 총장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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