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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리 "경제위기 벗어나…정국혼란 과한 걱정 불필요"

이탈리아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벗어났으며, 다가올 선거를 앞두고 정치 불안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강조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28일 로마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송년 정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1년 여의 임기를 돌아보며 "이탈리아는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경제 위기를 벗어나 다시 출발했다"고 말했다.

1년 전 헌법 개정 국민투표의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뒤를 이은 그는 이날 자신이 이끄는 내각이 유럽연합(EU)과의 일련의 협상을 거쳐 이탈리아 은행 부문의 위기를 잠재우고, 오랜 침체에 빠졌던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이탈리아를 다시 출발선 상에 세웠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더 이상 다른 EU 국가에 뒤처지지 않는다"며 "최근 들어 재정 적자와 부채는 감소한 반면 성장률은 증가하고, 일자리도 약 100만개 회복됐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이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고문 방지법, 존엄사의 길을 연 '사망 선택 유언'(living wills) 법안 등 특히 인권 관련 법안에서 상당한 진전을 거둔 점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다만 이탈리아에서 5년 이상의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한 이민자 가정 어린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유스 솔리'(Ius Soli)출생지주의) 법안이 이번 의회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불발된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는 이 법안을 강력히 지지했지만, 의회 통과에 필요한 투표 수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며 이 법안을 내각 신임 투표와 연계해 표결에 부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집권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과 진보 성향의 좌파 정당들은 내년 3월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을 앞두고 의회가 해산되기 전에 '이우스 솔리'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반(反)이민 성향의 극우정당 북부동맹(LN)을 비롯한 우파 정당뿐 아니라, 제1야당 오성운동, 민주당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 소수정당 AP 등의 광범위한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차기 총선 이후를 다시 기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의회 해산을 명령할 예정이라 이탈리아 정치권은 이제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총선 정국에 본격 진입한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로 볼 때 내년 총선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한 우파 연합, 창당 8년 만에 집권을 노리는 제1야당 오성운동,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의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아 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정국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젠틸로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자주 바뀌고, 정치가 안정되지 않은 이탈리아의 역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지적하며 "정치 불안 문제를 과장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예방 주사를 맞았고, 정부가 자주 바뀌는 것이 이탈리아의 성장을 멈추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 불안정은 유럽 주요국 역시 직면한 문제"라며 "유럽 정치가 '이탈리아화' 돼 프랑스를 제외한 영국, 스페인, 심지어 독일까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젠틸로니 총리는 내년 3월 총선 이후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 총리직을 유지하며 정국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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