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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건물 이중 강화유리…"2㎏ 도끼로도 깨기 어려워"

제천 참사 건물 이중 강화유리…"2㎏ 도끼로도 깨기 어려워"
화재로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유리창은 이중 강화유리입니다.

오늘(27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 2층과 3층 목욕탕에 시공된 통유리는 이중 구조로 총 두께가 22㎜입니다.

일반 유리보다 5배가량 강도가 센 강화유리 5㎜, 7㎜ 두께 강화유리 사이에 공기층이 있는 구조입니다.

어제 오전 11시 30분 제천소방서 구조대원 4명은 안전상의 이유로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이 난 건물 2·3층 통유리 제거 작업을 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건물 내부에서 무게 2㎏짜리 구조용 만능도끼로 창틀에 남은 유리창을 후려쳤습니다.

20∼30대 구조대원이 뾰족한 철제 도끼로 유리를 수차례 내리쳤지만, 유리는 금이 갈 뿐 쉽게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작업한 A(37)씨 구조대원은 "도끼로 힘차게 7∼8번은 때려야 겨우 부술 수 있는 정도의 강도"라면서 "2중 강화유리인 데다 필름 코팅까지 돼 있어 성인 남성이라 하더라도 장비 없이 깨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1일 화재 당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유족 류 모(59)씨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소방당국도 이 이중 강화유리 때문에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습니다.

화재 당시 진압활동을 했던 한 소방대원은 "2층으로 진입하려고 사다리에 오른 상태로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도끼를 휘둘렀기 때문에 유리창을 제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2층 이상 건물 유리창에는 붉은색 역삼각형을 표시해 '탈출용 유리창'을 법으로 지정하게 돼 있습ㅁ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본은 작은 건물에도 긴급 상황 시 구조대가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유리창을 지정한다"면서 "빨간 역삼각형이 표시된 '탈출용 유리창'은 강화유리가 아닌 잘 깨지는 유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일부 대형 건물에서는 긴급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는 유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중소형 상가 건물은 법적 의무가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통유리를 사용한 건물에 대한 안전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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