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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권석창 의원의 辯…그는 왜 제천 화재 현장에 들어갔나?

[취재파일] 권석창 의원의 辯…그는 왜 제천 화재 현장에 들어갔나?
제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현역 의원이 어제 오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립니다.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입니다. 논란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출입이 통제된 제천 화재 참사 현장에 국회의원 ‘신분’을 앞세우고 들어가 사진을 촬영한 탓입니다.
 
당시 상황을 현장에서 취재하고 있던 김정우 기자, 이병주 영상기자가 고스란히 지켜봤습니다. 취재진의 말을 옮겨 적겠습니다. 저와는 선후배 사이인 만큼 말투를 양해 바랍니다.
 
# 이병주 (SBS 카메라기자)
“그날은 국과수에서 디지털 팀이랑 같이 3D 스캐너로 감식을 하는 날이었어. 화재가 난 공간을 촬영해서 원인을 알려고 했겠지? 3D 스캐너 가동을 위해 주차해둔 차도 치우고 바닥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고 누가 오더라고."
 
"멀리서 봤을 때는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넥타이를 하고 있어서 누군가 했는데 가까이 오니까 의원인 거야. 와서 현장 들어가겠다고 하고, 국과수 팀에서는 안 된다고 실랑이를 하더라고. 그래서 포토라인 넘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마이크만 갖다 댄 거야.”
 
# 김정우 (SBS 취재기자)
“권석창 의원이 지역 협력관이랑 비서랑 현장에 방문했어요. 현장에 연락도 없이 와서 양복을 입고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국과수에서 안 된다고 한 거예요. 유가족도 현장 출입은 안 된다고. 국과수와 소방 말고는 감식 때문에 못 들어간다고 하니까 ‘들어가서 보겠다, 당 대표랑 보고해야 한다.’ 이런 말이 오갔어요. 현장 감식팀이 빡빡하게 군다 싶었는지 전화를 걸더라고요. 나중에 그게 청장인 걸 알았어요. 권 의원은 통화 후에 천막으로 가서 감식복으로 갈아입고 신발도 바꿔 신고 현장에 들어갔어요.”
 
기자 두 명의 말은 카메라에도 담겼습니다. 전화통화를 하는 부분이 주로 담겨 있는데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권석창 의원의 말만으로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 12월 24일 오후 제천 화재 참사 현장 촬영본
 
참고로 이날은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현장 감식반과 권석창 의원이 실랑이를 하고 있는 모습부터 옮겨 적으면 이렇습니다.
 
- (충북 소방 화재조사팀) “천막으로 모시고 가.”
= (권석창 의원) “뭘 그렇게 감출 게 있다고 못 들어가게 해.”
 
이후 다시 비가 내리고, 권석창 의원의 전화통화가 시작됩니다. 미간을 찌푸린 얼굴입니다.
 
= “여기서 들어가서 현장조사 하겠다는데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재난 안전 특위에 어차피 경찰청장 부를 거예요. 언론이 옆에서 다 듣고 있어요, 지금! 지금 다 둘러싸여 있어요. 저한테. 그거를 지금. 옷이 문제라 해서 옷을 입고 들어간다는데 못 들어가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사정을 이야기했잖아요. 이제 들어가자고요! 내가 의원이라고 밝혔잖아요.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와서 지역구 국회의원입니다. 아니 그래서 내가 그다음에 의원이라고 밝혔잖아요. 배지도 달고 왔고. 국회의원 못 들어가게 하는 데가 여기밖에 없어요. 제가 피고인이나 피의자는 못 들어가지만 국회의원이 어떻게 못 들어가요!”
 
“아 됐고요. 청장님, 현장에서는 들어가게 한다니까 일단 저도 현장을 봐야 저도 보고를 할 거 아니에요. 원내대표, 당대표 다 있잖아요. 저도. 현장 잠깐 봐야 해요. 저도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우리도 특위 열리고 하면 이 지역 국회의원이 제일. 나한테 묻는데 ‘나는 모른다.’ 그럴 수 없잖아요 상식적으로.”
 
“현장 앞에 와 있어요. 나 말고 한 명 더. 우리 보좌관. 현장에서 오케이 했어요. 현장에서 두 분만 가시라고 방금 연락 왔으니까 여기서 현장 조치할게요.”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 제천 화재현장 출입
읽어보니 어떠신가요? 이날 권석창 의원의 태도는 언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공분을 불러일으킨 지점은 이런 것 같습니다. 첫째, 권석창 의원은 국회의원은 대단한 특권을 행사해도 되는 직업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두 번째, 화재 현장은 무엇보다 보존이 중요해서 유가족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는데 상식도 없나? 세 번째, 현장에서 출입을 반대하는데 청장에게 전화해서 ‘내려찍기’ 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태도는 바람직한가?
 
논란의 중심에 선 권석창 의원과 통화를 해 봤습니다. 선행을 한 인물이든 악행을 한 인물이든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권석창 의원은 일단 현장에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절차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현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 경찰이나 소방 쪽에 문의를 한 후 허락을 받고 들어가지 못한 건 불찰이라는 겁니다. 통제된 현장에 들어가는 게 이렇게 민감한 일이 될 줄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을 비난한다면 얼마든지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 들어가려고 한데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권석창 의원은 사망한 29명의 빈소를 모두 조문했는데 이 가운데는 지인이나 지인의 아내도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화재 진압 과정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소방당국 등이 진실을 감출 수도 있는 만큼 직접 보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가족들이 진상을 규명을 해달라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다 이야기를 한단 말이에요. 소방대장에게 해요? 경찰에 해요? 지역구 국회의원이 억울한 점을 들어줄 거라고 믿고 다리 잡고 우는 심정을 나는 이해한단 말이에요. 그럼 나는 그걸 듣고 무언가를 해야 하잖아요. 나를 붙잡고 울면서 어떻게든 해달라고 하는데 상대가 펑펑 울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같이 눈물이 난단 말이에요. 틀림없이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이렇게 매달리고, 도와 달라 하고 진상규명해달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은 지금 자료를 받을 수도 없어요. 현장이 바쁘니까. 그래서 현장을 확인해서 자료 수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무단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시도하는 과정에서는 충돌이 있었지만 이후 지시를 따라서 옷을 갈아입었고 경찰 입회하에 현장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현장 안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허락을 받아서 찍었고 동영상은 촬영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불에 타 온통 시커먼 화재 현장에서 플래시를 켜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찍을 방법도 없고 허락도 없었으니 찍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권석창 의원의 화재 현장 진입 시도가 유가족들의 절절한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다음 선거에 표를 의식한 건지는 그것까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명백한 건 그날 권석창 의원이 보여준 태도나 말투는 그 의원을 아는 사람이 보든, 모르는 사람이 보든 누구나 다 똑같이 ‘고압적’으로 느꼈다는 거겠죠. 현장에 들어가려는 이유를 말하는 과정에서 당대표나 원내대표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언급하지 않고 ‘우리 지역 주민들이 이런 의혹을 갖고 있는데, 제가 대신 들어가서 보고 싶습니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고 해도 논란은 됐을 겁니다. 국회의원은 통제된 현장에 들어가도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으니까요. 누군 출입이 되고, 누군 안 된다면 그게 무슨 현장 보존입니까. 그날 촬영된 또 다른 클립에는 박남규 국과수 법공학부장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유가족들에게 유류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가 누락됐던 이유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일단은 현장이 보존되면 아무것도 안만지는 게 원칙이거든요. 그래서 안 건드린 것뿐이에요. 그래서 일부 나오는 것들은 경찰에서 수거했고 유가족들도 이해했어요."
 
가슴 아픈 일을 당한 지역주민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응어리와 의혹을 풀어주는 건 지역 국회의원의 임무 맞습니다. 안 한다면 그거야 말로 임무 태만이겠죠. 다만, 정말 중요한 임무일수록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진실한 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사실, 권석창 의원도 깨닫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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