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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사라진 준희양 시계는 3월 30일에 멈춰 있다

안개처럼 사라진 준희양 시계는 3월 30일에 멈춰 있다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양의 마지막 행적이 지난 3월 어린이집 등원이었다는 경찰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로는 준희 양과 관련된 공식적인 기록과 흔적은 전무하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준희 양 집 주변에서 목격자가 몇몇 나오기는 했으나 경찰은 "진술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대로면 실종 신고 전까지 9개월 동안 준희 양은 병원 진료도 받지 않았고 어린이집 등원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찰은 이러한 이유로 준희 양이 강력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보고 있습니다.

친부 고 씨와 내연녀 이 모(35·여)씨는 지난 8일 덕진경찰서 한 지구대를 찾아 "준희가 11월 18일부터 안 보인다"며 실종신고를 접수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준희 양은 지난 4월 말부터 이 씨의 어머니 김 모(61·여)씨가 맡아 길렀습니다.

친부 고 씨는 이를 대가로 매달 일정액의 보육료를 지급했습니다.

준희 양이 사라진 지난달 18일 고 씨와 내연녀 이 씨는 크게 다퉜습니다.

김 씨는 함께 살던 준희 양을 우아동 한 원룸에 혼자 내버려 두고 자신의 딸인 이 씨를 데리러 완주 봉동에 있는 고 씨 집으로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김 씨가 이 씨를 데리고 우아동 원룸에 왔을 때 준희 양은 없었습니다.

이게 고 씨와 이 씨, 김 씨가 모두 주장하는 준희 양 실종 경위입니다.

준희 양이 사라진 것을 알면서도 신고가 늦은 이유를 경찰이 묻자 내연녀 이 씨는 "고 씨가 딸을 데리고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고 고 씨는 "딸이 김 씨 집에 있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처음 경찰은 신고를 받고 단순 실종 가능성을 크게 봤습니다.

주변 폐쇄회로(CC)TV를 수거해 실종 당일부터 한 달 넘게 촬영된 화면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CCTV 어디에도 준희 양 모습은 없었습니다.

준희 양이 김 씨와 함께 살던 원룸 주변에는 CCTV 30여 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경찰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조사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실종 전후로 준희 양을 봤다는 의미 있는 제보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몇몇 주민이 '최근 준희 양과 비슷한 아이를 봤다'고 했으나 추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현재까지 모두 2천829명의 인력과 헬기, 경찰견, 고무보트 등을 동원해 원룸 주변 1㎞까지 수색했으나 준희 양과 관련된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다섯 살 된 아이가 혼자 모든 CCTV를 피해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진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강력범죄 가능성에 무게의 추를 옮겼습니다.

거듭된 경찰 추가 조사결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준희 양은 지난 3월 19일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친부 고 모(36)씨와 함께 전주 한 병원을 찾습니다.

주치의는 "아빠와 함께 병원에 온 것은 맞는데 왜 상처를 입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상처 부위와 정도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준희가 학대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이게 준희양의 마지막 병원 진료기록입니다.

준희 양은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목격됩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3월까지 준희 양이 등원했다고 경찰에 밝혔습니다.

준희 양은 이때까지 친부 직장이 있는 완주 한 어린이집에 다닌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준희 양이 어린이집을 그만둔 이유는 친부 고 씨가 "아이가 아파서 치료가 필요하다"며 딸을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족을 제외하면 준희 양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됩니다.

이때가 바로 준희 양의 공식적인 행적이 끊긴 3월 30일입니다.

김영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신빙성 없는 진술을 제외하고 준희 양은 어린이집을 다닌 3월 30일 보육교사에 의해 마지막으로 목격된다"며 "실종 시점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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