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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8배 뛴 비트코인 범죄수익…국가는 환수할 수 있을까

음란사이트 운영자가 벌어들인 216 BTC…1심은 "몰수 안 돼" 2심은?

[취재파일] 8배 뛴 비트코인 범죄수익…국가는 환수할 수 있을까
웹 개발자인 33살 안 모 씨는 지난 3년 간 성인 사이트를 열고 음란물 23만 5천여 건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습니다. 9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안 씨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평범한 음란물 사범에 불과할 뻔 했던 안 씨 사건이 다음 달 초 2심 선고를 앞두고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킨 '가상화폐'와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안 씨는 음란 게시물을 보려는 유료 회원들에게 00상품권이나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포인트를 적립하게 한 뒤 회원들이 영상을 다운로드 할 때 마다 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안 씨가 3년 간 이렇게 벌어들인 수입만 216 비트코인에 달합니다. 안 씨가 기소되던 지난 4월 중순 약 5억원의 가치였던 216 비트코인은 23일 현재 42억5천만원에 달합니다.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안 씨와 안 씨 가족, 여자친구 등의 계좌에 있던 현금 14억6천만원을 추징하고, 216비트코인을 몰수하겠다고 재판부에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수원지법 반정모 판사)는 14억 현금 가운데 3억4천만원만 추징할 것을 판결했고, 비트코인 몰수 구형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4억 현금 중 3억4천만원을 추징한다고 판결한 것은, 음란물 사이트 운영으로 얻은 직접적인 수익을 그 정도로 판단한 것입니다. 문제는 비트코인 몰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인데, 반 판사는 "안 씨의 범죄 수익을 3억4천만원으로 인정하는 이상 객관적 기준 가치를 상정할 수 없는 216 비트코인 중 위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 특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결했습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216 비트코인의 몰수를 재추진하고 있습니다. 2심 재판에 관여하는 검찰 관계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범죄 수익은 몰수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재판부에 다시 판단을 구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범죄수익은 몰수할 수 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통해 216비트코인이 음란물 이용자들로부터 거둔 범죄 수익이라는 근거를 밝히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비트코인 몰수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듯 합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10조(추징)은 "몰수할 재산을 몰수할 수 없거나 그 재산의 성질, 사용 상황, 그 재산에 관한 범인 외의 자의 권리 유무,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하여 그 재산을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가액(價額)을 범인으로부터 추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1심 판결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한 것은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이를 유지할지, 변경할지가 관건입니다.
 
사실 국가(검찰) 입장에선 명백한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라는 이유로 몰수하지 못한다면, 그 만큼의 국고를 쌓을 기회를 놓치는 셈이기도 합니다. 검찰이 2심에서 몰수 판결을 이끌어내고,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이를 공매절차를 거쳐 현금화한 뒤 국고로 귀속시킵니다.

5억에서 40여 억원으로 8배 넘게 뛴 범죄수익. 국가가 이를 몰수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결과는 1월8일 예정된 2심 선고에 달려있습니다.

PS. 참고로 안 씨가 벌어들인 216 비트코인은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자지갑에 들어있고 현재 검찰이 계정을 압류한 상태라고 합니다. 유빗 사태처럼 해킹 당해 공중으로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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