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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② 양현종이 돌아본 2017년 그리고 꿈꾸는 2018년

[취재파일] ② 양현종이 돌아본 2017년 그리고 꿈꾸는 2018년
KIA 투수 양현종은 2017년 최고의 해를 보냈습니다. 정규시즌 20승을 달성했고, 소속 팀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사상 첫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한 데 이어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으며 최고의 마무리를 했습니다. 연말 시상식에서 받은 상은 무려 12개, 부상을 포함해 2억 원을 벌었습니다.

양현종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봉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KIA의 사정을 고려해 1년 FA 계약을 맺은 그는 올해 다시 1년짜리 계약을 해야 합니다. 계약금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연봉의 부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자신의 투수 최고 연봉 15억 원을 넘어 20억 원 돌파도 유력해 보입니다.

양현종이 돌아본 2017시즌, 그리고 연봉 협상을 진행 중인 현재 속마음을 들어봤습니다. 

양현종과의 인터뷰를 취재파일 두 편에 담았습니다.

- 2차전을 이기고 5차전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어요.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느낀 게 많아요. 자만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솔직히 저는 5차전 중반에 한국시리즈 MVP를 누가 받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못 받을 거 같았고. 버나디나가 받을 거 같았는데,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죠. 차라리 6차전에 가서 내가 던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우승 세리머니 얘기도 했고. 그런데 자만하는 순간, 한 순간에 위기가 오더라고요. 7대 0에서 순식간에 좁혀졌죠. 한국시리즈 끝나고 나서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투입이 됐는데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8회 초 감독님께서 코치님께 지시를 내려서 준비하게 됐어요. 사실 시즌 때 이대진 코치님이 장난으로 많이 말씀하세요. ‘몸 풀어라’고. 그러면 저도 맞받아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진짜 진지하게 몸을 풀라고 하시는 거 에요. 문득 ‘6차전은 누가 던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앞에서 (김)윤동이가 잘 막았고, 임창용 선배님, 김세현 형은 많이 던졌잖아요. 하늘에서 저보고 끝내라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몸을 풀다보니 2차전과 비슷한 구위가 나와서 자신감을 갖고 등판했죠.”

- 상황이 쉽지 않았어요. 실책까지 나오면서 만루 위기에 몰렸는데.

“마운드에서 생각 없이 던지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시즌 때 생각을 많이 해요. 다음 타자와 승부, 그 다음 타자까지 생각을 하죠. 그런데 그날은 에러가 나오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정말 하얗게 됐어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던져야 점수를 주지 않을까가 아니라 그냥 포수 사인대로만 던지자고 생각했죠. 아마 전부 직구만 던졌을 거 에요. 김민식 사인대로 갔어요.”
양현종
-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우선 마음속으로 ’민식아 제발 잡아라’고 빌었죠. 잡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2009년 나지완 형이 날린 홈런 타구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한 시즌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고, 몸이 축 쳐지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당시 기분은 정말 짜릿했어요.”

- 지난해 잘 던지고도 승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대에요.

“지난해 그리고 그 전의 불운이 올해 운과 합쳐져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거 같아요.  내년 운을 미리 당겨 쓰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올해 너무 운이 좋았어요. 그러나 안 좋은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요. 작년의 불운을 보상 받았다고 생각해요.”

- 시즌을 잘 마쳤는데,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았죠. 계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처음 만났을 때보다 의견을 많이 조율했어요.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광주라고 생각해요..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게 제가 할 일인 거 같아요. 8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제가 다른 팀을 간다면 KIA 팬께 받은 사랑을 다른 팀 팬에게 드리기는 그렇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KIA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것이 목표에요.”

- 투수 최고액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요.

“사실 저는 KIA와 계약을 하면 1년 단위로 해야 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작년에 너무 부담을 많이 받아서 올해는 편할 줄 알았는데, 올해도 똑같네요(웃음). 많이 받고 싶어요.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조율하는 거니까.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하니까. 잘 진행되고 있어요. 올해 안에는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어요.”

- 연말 각종 시상식을 휩쓸면서 부상도 많이 챙겼는데. 차량은 3대나 받았죠.

“기존에 있던 차를 팔고, 승합차로 바꾸려고요. 아이가 둘이다 보니.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MVP로 받은 차 두 대는 누나와 매형에게 싼 값에 팔았어요. 그냥 줄 수는 없었고(웃음). 그 돈을 보태서 승합차를 사야하기 때문에. 차에 욕심도 없고 빨리 달리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아빠가 되니 안전이 최우선이더라고요. 차는 KIA 차로 바꿔야죠. 할인도 있고(웃음).”
양현종 선수
- 한 시즌을 잘 보내고 나니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도 클 거 같아요.

“11월에 쉬면서 아내와 첫째를 데리고 공연을 보러 갔는데, 어둡고 무서워서 그런지 누워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어요. 너무 놀랐고, 공연도 보지 못하고 들어오는데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지금 이 투정이 야구장 갈 때마다 있다고. 그걸 다 돌봐온 아내가 너무 고맙고. 왜 이제 알았을까 하는 미안함도 들더라고요. 시즌 중에는 제 위주로 생활 패턴이 돌아가기 때문에 늦게까지 기다렸다가 자고. 아기도 봐야 하고.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줘서 너무 고맙죠.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감사해요. 자주 찾아뵙지 못했고, 말씀도 많이 못 드렸고. 지금도 어머니는 선발 등판 날 집 앞에 절에 가셔서 기도하세요. 시즌 앞두고는 우리 팀 선수 이름을 다 적어서 부상 조심하도록 기도하시고. 그런 마음이 잘 전달되어서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 여러 별명이 있는데, 요즘 대세는 ‘대투수’라는 별명 같아요. 마음에 드나요.

“대투수라는 별명이 너무 좋아요. 이젠 이름도 많이 안 부르시고, 대투수라고 호칭하시는데 너무 감사하죠. 다른 팬 사이에선 약간 놀림 받는 거 같기도 해서 부담되는데 그래도 KIA 팬에게 대투수라고 불리는 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누가 지어주셨는지 모르겠는데, 꼭 한 번 의미 있는 별명을 받고 싶었거든요. 너무 좋은 거 같아요.”

- 올해 다 이룬 거 같은데. 내년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해마다 말씀드리지만, 개인적인 목표는 전 시즌보다 잘하는 거 에요. 주위에선 ‘올해 보다 잘하면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 하시는데(웃음). 성적이 좋아야만 작년보다 발전되고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잖아요. 팀으로서 당연히 우승이 목표고요. 2009년 12년 만에 우승했고, 올해 8년 만에 우승했는데. 팬들께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하나’ 그런 말이 쏙 들어가게 2연패, 3연패를 하고 싶어요. 다른 구단에게 KIA가 강팀이라는, 너무 강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감독님도 재계약하셔서 계속 함께 하게 됐고. 감독님께서는 늘 자만하지 말라고 주문하세요. ‘우승했으니 내년은 뭐’ 이런 분위기는 용납하지 않으세요. 초심을 잃지 말아야죠.”
투구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 선수 (사진=연합뉴스)
-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몇 년 동안 꾸준히 지켜봤는데 제구가 정말 좋아졌어요. 비결이 뭔가요.

“사실 이 질문을 하실 거 같았어요. 최근 몇 년의 성적을 보면 저도 놀라울 정도니까요. 옛날엔 스트라이크존에 던져야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어요. 한 해, 한 해 던지면서 타자가 방망이를 내게끔 유도하는 것도 스트라이크라는 걸 깨달았죠. 파울도 스트라이크라고 인식했어요. 타자는 눈에 보이면 방망이를 휘두르니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볼을 던지더라도 과감하게 던졌어요. 그렇게 하니 볼넷이 두 배 이상 줄었고요. 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공격적으로 카운트를 잡다 보니 투구 수도 많이 줄어들었죠, 영업 비밀은 아니에요. 마음 먹기에 달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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