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숨진 14명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에는 이틀째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이 병원 장례식장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는 50여명이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대기실 곳곳에서는 밤새 유족들이 오열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참사로 아내를 떠나보낸 유족 59살 류 모 씨는 "모든 것이 허망하다. 더는 이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며 눈물을 닦았습니다.
류 씨의 아내는 불이 난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서 발견됐습니다.
류 씨는 "아내가 옷가지라도 걸치고 나오려다 탈출이 늦어진 것 같다"며 더욱 안타까워했습니다.
유가족 10여 명은 대기실 한쪽에 모여 장례 절차와 유족 모임 구성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류 씨는 "한 번에 30명 가까운 사람이 숨져 제천에는 수용할 장례식장이 없다"면서 "시가 유가족 대표를 선출하도록 도와주고 합동 분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명의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제천명지병원 유가족들도 황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사망자 46살 여성 최 모 씨는 대학생 딸, 고3 딸, 막내아들 등 3남매를 키우던 맞벌이 엄마로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했습니다.
고3 딸은 이번에 수능을 치러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최 씨의 지인은 "성실하고 순박한 최씨는 자식 셋을 어엿하게 키우기 위해 정말 성실하게 일했다"며 "아이들을 다 키웠는데 너무 허망하게 떠났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어제(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모두 29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