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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종교인 특혜' 시행령안 보니

<앵커>

내년 1월 1일부터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게 하는 법이 시행됩니다. 시행을 앞두고 과세 방법과 대상 등을 규정한 시행령 안이 종교인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오늘(21일) 기획재정부가 다시 시행령 안을 내놨습니다. 이 문제를 직접 취재한 기획취재부 박하정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특혜냐 아니냐 논란이 많았는데 어떤 부분 때문이 크게 논란이 된 것인가요?

<기자>

특혜 논란의 핵심은 종교 단체가 마음대로 종교인이 낼 세금을 줄일 수 있지 않으냐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종교 활동비입니다. 종교 단체가 종교인에게 급여 개념의 사례비를 줄 수 있고, 종교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 명목인 종교 활동비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내놨던 시행령 안에 따르면 이 종교 활동비는 비과세 항목이고 상한선도 없으면서 세무조사 대상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종교 단체가 종교인에게 같은 돈을 주더라도 종교 활동비 명목으로 주는 돈을 늘리면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금 낼 사람이 자기 세금이 얼마가 될지를 결정하게 되는 셈입니다.

오늘 기재부가 새로 시행령 안을 만들어서 두 번째 입법예고를 했습니다. 종교 단체가 종교인에게 지급한 종교활동비 액수를 정부에 신고하라는 내용입니다.

이제까지는 종교 단체가 종교인에게 얼마를 지급했는지 과세 당국이 전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이걸 종교 단체가 연 1회, 관할 세무서에 지급명세서를 내도록 해서 파악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지급명세서를 내더라도 성경책을 사는 데 들어간 비용 이런 식의 세세한 내역은 표기하지 않고, 여기에 세무조사를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늘 나온 시행령안에도 큰 차이가 없는 건가요?

<기자>

11월 말에 기재부가 종교인 과세 시행령안을 한 차례 공개하고 의견 수렴을 했었습니다. 이 안에 대해서 모든 국민이 납세 의무를 지고 있는데 종교인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의견이 여러 건입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8천 명 가까운 서명을 받아 특혜 반대 의견을 기재부에 내기도 했었고, 5백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도 모여 종교인 과세를 무력화한다며 반대 의견 피력했습니다.

아까 앞에서 언급한 종교 활동비 비과세·세무조사 불가 등의 항목들을 언급하면서 나왔던 의견들입니다.

이런 의견이 잇따르자 이낙연 총리도 지난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안이 종교계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재부에 보완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하라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특혜 조항은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던 상한 없는 종교 활동비 비과세 같은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지급 명세서를 내도록 한 조항만 들어갔다고 보면 됩니다.

기재부 세제실장은 오늘 시행령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 과세가 처음 시행되는 것이고 종교인들이 명예나 자긍심으로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교 활동비는 비과세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과세 실효성이 약화되지 않게 신고 의무를 추가로 뒀다고 설명했는데 과세 시행에 급급해서 유명무실한 과세가 되어버리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기자>

지난달 말 시행령 안이 첫 입법 예고된 뒤 일부 종교계 반발이 심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보수 개신교계가 규탄대회를 열고 총리 사과를 요구하며 종교 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건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종교 활동비는 종교 활동에 들어가는 경비고 어디까지나 공적인 비용이기 때문에 이 내역과 증빙자료를 세무서에 낸다거나 상한선을 설정한다는 건 종교와 종교인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사실상 이 요구를 모두 수용해 준 것이 됐습니다.

시행령안 첫 입법예고 전부터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기재부로부터 종교활동비 비과세 혜택을 약속받았다며 이런 시행령안이 사실상 과세 유예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시행을 아예 2년 뒤로 미루자는 얘기도 나왔었죠?

<기자>

지난 8월에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포함한 의원 25명이 이 종교인 과세 시작을 2년 뒤로 미루자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왜냐하면 유예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종교인 과세는 2013년에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2년 동안의 논의를 거친 뒤 2015년에 입법을 마쳤습니다.

2년 동안 시행을 미뤘는데 또 미루자고 한 것인데요, 그때부터 저희도 관심을 갖고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연락해 왜 유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의원의 종교가 무엇인지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25명 가운데 개신교 신도가 20명, 불교 3명, 천주교 1명이었습니다. 개신교 신도 비율이 높습니다.

특히 개신교 신도 중에는 장로인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권사, 집사 같은 교회 직분을 가진 사람이 12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교회도 직접 방문을 해 봤는데 대부분이 대형 교회였습니다.

반대 여론이 커진 뒤 김 의원은 준비가 잘 되면 내년부터 해도 된다고 하기는 했지만 세무조사는 안 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후 저희가 8월부터 김 의원의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종교인 과세 준비는 잘 되어가는지 등을 지켜봤습니다.

이후에 김 의원은 종교인이 수입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신고해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도 발의했고 이게 지난 1일에 통과됐습니다.

국회 기재위에서는 비공개로 국세청과 기재부 보고를 받기도 했는데요, 저희가 회의록을 입수해보니 사실상 세무조사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과정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시행령에는 과세 당국이 납세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바로 세무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수정해서 다시 신고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의무사항으로 돼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 조항이 다른 직종과 형평성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반대했지만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이 내용을 문구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포함됐습니다. 이 의원도 개신교 집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앞으로 이 종교인 과세 안은 어떻게 처리됩니까?

<기자>

기재부가 오늘 발표한 시행령안 최종안은 입법예고가 끝나면 법제처가 심사를 하게 되고 내일 있을 차관회의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는 26일 있을 국무회의까지 통과되면 이 안이 확정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더이상 손 볼 수는 없게 되는 건가요?

<기자>

오늘까지 입법예고 기간이기 때문에 그 기간에 들어온 의견을 수렴하면 수정할 수는 있지만, 기재부가 사실상 최종안을 내놓은 것이라서 차관회의 전까지 어떠한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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