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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못 믿을 '취업 상담 센터'…7천 명 취업실적 조작

[취재파일] 못 믿을 '취업 상담 센터'…7천 명 취업실적 조작
취업난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 정부고용센터를 비롯해 각 지자체나 대학 등이 각종 취업 상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구직자들과 상담을 하고 <워크넷>이라는 취업알선 전산망에 구직 신청을 하여 취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어제(20일) 취업 상담사 32명이 취업자 숫자를 허위로 기재하여 7,551명이 취업한 것처럼 부풀리기 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밝혀졌습니다.

이들이 동원한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선 가장 많은 경우는 <워크넷>의 구직자 이력을 마음대로 활용해 자신들이 구직 신청을 한 뒤,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취업을 한 경우 자신들의 상담과 신청으로 취업한 것처럼 속이는 방법입니다. 허위 등록 7,551건 가운데 7,118건이 이 같은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워크넷>에서 상담사들은 구직 신청자의 고용보험 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학일자리센터에서 구직상담 내역과 취업 실적을 허위로 입력하고 가짜 구직신청서를 유통한 사례로 387건을 차지했습니다. 또 공공근로와 같은 정부재정 일자리 참여자들의 개인 정보를 도용해 구직신청을 한 뒤 취업자로 허위 입력한 사례는 26건이 적발됐습니다. 심지어 상담사 본인이 자기가 구직신청을 하고 취업했다고 등록하거나 가족이나 친지 등의 구직신청을 한 뒤 취업했다고 거짓으로 등록한 사례도 18건 적발됐습니다.

한마디로 요즘같이 취업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단 32명의 상담사가 무려 7,551명이 '상담을 통해서 일자리를 구했다'고 거짓으로 등록한 겁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들이 활용하는 <워크넷>의 개인 정보가 너무 소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워크넷>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넣은 사람들은 당장 일자리가 급하기 때문에 본인의 '귀중한 정보'를 입력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정보를 단지 '상담사'라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상담사들이 나쁜 일에 활용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언제든지 개인 정보가 도용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하나는 이들의 위법활동이 십중팔구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워크넷>을 활용하는 취업상담사는 전국적으로 7천 6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밝히고 있습니다. 의심 사례들을 뽑아서 조사한 것이긴 하지만, 7천 6백명 가운데 32명을 조사한 것임에도 이와 같은 '무더기 허위 등록'이 적발됐습니다. 만일 이러한 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구직자와 실업자 통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적발된 상담사들은 주로 지자체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라고 정부는 해명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취업시킨 사람이 목표에 못 미치면 계약 해지 즉 해고되는 까닭에 이런 위법 행위를 범한 것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허위 입력'이 이번에 적발된 32명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전반적인 문제인지 시급히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고용부도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아무리 '우리는 그동안 이만큼 많은 구직자를 취업시켰다'라고 주장하더라도 구직자를 포함한 국민들은 그 말을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정책의 신뢰도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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