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환자'만 득실…광주 한방병원 19곳 보험 사기 적발

'나이롱 환자'들을 끌어들여 보험사기를 저지른 광주 지역 한방병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광주 지역의 한방병원 142곳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벌여 혐의가 드러난 19곳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한방병원은 보건당국이 허가한 병상을 초과해 환자를 유치하고, 이들이 보험금을 타내도록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방병원 입장에선 병상을 따로 들여놓지도 않고 환자를 받아 매출을 올리고, 환자는 실제로 입원·치료를 하지 않고도 돈을 챙기는 수법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19개 한방병원은 초과병상이 5천680개에 달했습니다.

이런 초과병상을 579일간 운영하면서 나이롱 환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환자'를 유치한 것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A 한방병원은 서류와 달리 환자 대다수가 병실에 없어 침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B 한방병원은 일가족이 자녀 방학을 이용해 허위 입원했다가 들켰습니다.

환자들은 금요일에 집에 가서 가족과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병원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들 한방병원은 외출·외박이 자유롭고, 환자는 치료는 받지 않은 채 식사만 했습니다.

대부분 사무장이 병원장을 맡은 '사무장 병원'이었습니다.

단속을 비웃듯 개·폐업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광주·전남·전북에 사는 환자들은 한방병원을 드나들면서 보험금 37억3천만원을 받았습니다.

입원급여, 일당, 실손보험금 등 입원 관련 보험금이 91.4%를 차지했습니다.

진단, 치료, 간병, 요양 등 실제 치료로 나간 보험금은 미미했습니다.

환자들이 호소한 증세는 대부분 염좌, 긴장, 복통, 미끄러짐 등이었습니다.

사실상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질환인데도, 병원 서류에는 평균 6.9일 입원한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한방병원은 고가·첨단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개·폐업을 반복하면서 초과병상을 운영해 보험사기를 저지르기 쉬운 것으로 지목됩니다.

특히 광주는 100만명당 한방병원이 65.2개(올해 3월 기준)로 전국에서 월등히 많습니다.

2위는 전북(14.7개)과 전남(11.7개)입니다.

한방병원의 보험사기 혐의 인지 보고는 2014년 31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7건이 접수됐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한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겠다"며 "페이퍼 환자나 나이롱 환자로 보험금을 받은 게 드러나면 처벌받고 금융거래도 제한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