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독어권 이탈리아 주민에 시민권"…범게르만주의 불 지피나

오스트리아의 우파-극우 연립정부가 출범 후 첫 정책으로 독일어를 쓰는 이탈리아 북부 지역 주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19일 첫 내각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 주민에게 시민권, 즉 이중국적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구 52만명의 트렌티노-알토 아디제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지만 주민의 70%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알프스 산맥을 두고 오스트리아 서부 티롤주와 접해 남티롤이라고도 불립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패전국인 오스트리아는 영토의 상당 부분을 연합국에 이양했는데 이때 알토 아디제는 이탈리아에 편입됐습니다.

극우 자유당은 올해 10월 총선 때 이 지역 게르만계 주민에게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자유당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는 노이바우어 의원은 지난 18일 이탈리아 안사 통신에,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9년 초엔 이 지역 주민이 오스트리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쿠르츠 총리는 이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이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총리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민감한 사항인 시민권 문제를 이웃 국가와 논의도 없이 꺼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인종에 기반을 둔 '범게르만주의'를 자극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베네데토 델라 베도바 이탈리아 외무차관은 "인종적, 국가주의적 기반을 근거로 이중국적을 인정한다는 오스트리아 새 정부의 제안은 다문화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열린 유럽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1950년대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정당인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연립정부에서 내무, 외무, 국방 등 핵심 부처들을 손에 넣은 극우 정당입니다.

자유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183석 중 51석을 얻었는데 이들 중 의원 20명은 과거 학생 시절 범게르만주의와 나치를 지지하는 '학생동맹'에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