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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조선 왕이 품은 '대형 벽화'…98년 만에 첫 공개

<앵커>

화요일 문화현장은 찾아가 볼만한 전시를 소개해드립니다.

권애리 기자입니다.

<기자>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 / ~2018년 3월 4일까지 / 국립고궁박물관]

비단 일곱 폭에 펼쳐진 동해안의 절경,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이 이용한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 동쪽 벽을 장식했던 해강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입니다.

지금 우리는 가볼 수 없는 북한 강원도 통천군 바닷가의 이 주상절리 지형은 이른바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던 곳입니다.

겸재 정선부터 김홍도에 이르기까지 조선 진경산수화의 거장들은 모두 화폭에 옮겨 담은 이 절경을 1900년대 초반 이름을 날린 화가인 해강 김규진도 왕의 접견실을 장식할 그 풍경으로 선택했습니다.

[이홍주/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 : 1920년의 조선 왕실로부터 주문받은 마지막 궁중 장식화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궁중벽화로) 그려진 적이 별로 없었던 금강산도라는 소재가 채택됐다는 게 하나 있고요. 서양식 응접실로 창덕궁 희정당 접견실이 바뀌는 와중에 기존의 궁중 장식화와는 다른 형식의 대형 벽화로 그려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진경산수화의 면모 속에서도 과감한 근대적 시도들이 보입니다.

가로 9m에 이르는 넓은 화폭에 아찔하게 수직으로 뻗은 바위들을 실제 경치보다 높고 빼곡하게 배열한 구도로 바다 쪽에서 기암괴석을 올려다보는 이가 느꼈을 법한 압도적인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희정당의 서쪽 벽엔 강원 고성의 금강산 만물초 풍경을 그린 '금강산만물초승경도'가 자리했습니다.

험준한 봉우리에 감겨드는 하얀 안개구름이 신비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 두 점의 작품은 훼손이 진행돼 오다 2015년 희정당에서 분리돼 2년간 보존처리를 마쳤으며 앞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됩니다.

창덕궁에서 희정당은 공개되는 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벽화가 일반에 공개되는 건 사실상 제작된 1920년 이후 98년 만에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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