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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작품, 지금도 편집자 선택 받을 수 있을까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난해한 작품 세계로 대중의 외면을 받은 작가가 50여 년 전 출간한 소설이 현재의 문학 편집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의 보편성을 고민하던 두 프랑스 작가가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작은 '실험'을 감행했다.

프랑스의 소설가 겸 화가인 세르주 볼(70)은 평소 문학적 교류를 해온 다른 프랑스의 유명 작가(이름은 밝히지 않음)와 함께 토론하다가 누보로망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클로드 시몽(2005년 작고)의 작품 발췌본을 문학출판사들에 보내보기로 했다.

시몽은 1960년대 프랑스 문단을 휩쓴 '누보로망'(신소설) 사조에 속하는 작가다.

1985년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었지만 난해하고 자유분방한 문체 등으로 프랑스에서도 읽기 어려운 작가로 꼽힌다.

볼은 시몽의 작품이 어렵기는 하지만 노벨문학상까지 탄 유명 작가인 만큼 당연히 출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유명 작가인 그의 친구는 "그 어떤 편집자도 지금 시몽의 작품을 출판하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토론 끝에 직접 실험에 나선다.

볼은 올여름 시몽의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궁전'(Le Palace·1962년 출간)에서 50쪽가량을 발췌해 프랑스의 크고 작은 문학출판사 편집자 19명에게 보내 의견을 물었다.

시몽의 작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어떤 출판사도 시몽의 작품을 출판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친구의 의견 그대로였다.

편집자 19명 중 7명은 아예 응답도 하지 않았고, 12명은 '출판 거절' 의사를 밝혔다.

볼은 최근 라디오 프랑스의 문학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편집자는 '문장이 끝없이 이어져서 독자들이 잃다가 완전히 실마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잘 짜인 등장인물들로도 진정한 플롯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고 전했다.

현역 작가들에게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볼은 실험에 대해 "오늘날 출판사 문학 편집자들의 수준을 가늠하는 한 방법이었다"면서 "쉬움을 추구하지 않고, 판매를 추구하지 않는 문학 창작품은 버려지고 만다. '일회용 책'이라는 관념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방대한 분량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인 마르셀 프루스트를 인용한 그는 "(작가는) 쓰기 전에 먼저 유명해져야 한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일간 르몽드는 두 작가의 실험에 대해 "세대가 바뀔수록 취향도 변한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학에서도 그렇다"고 촌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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