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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뮤지션 김수철의 40년 여정 ④ : 김수철 음악 따라잡기

[人터뷰+] 뮤지션 김수철의 40년 여정 ④ : 김수철 음악 따라잡기
김수철 음악 따라잡기

‘작은 거인’ 김수철과의 연작 인터뷰 네 번째 순서는 음반에 담긴 그의 작품세계를 다룬다. 음악 여정 40년 동안 그가 남긴 37장의 음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될 10장을 꼽았다. 이들 작품에 대한 ‘작은 거인’ 본인의 단상도 들어봤다.
 
<원반에 새겨진 '작은 거인'의 발자취>

록 음반을 한창 들을 때 매달 사보던 영국의 록 음악 월간지 <모조(Mojo)>에 ‘How to Buy’란 연재물이 있었다. 매달 하나의 굵직한 아티스트나 밴드를 꼽아 그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작품 10장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특정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사 모으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코너였는데 늘 그 말미엔 ‘너무 어렵다, 상대적으로 작품성이 떨어진다 등’의 이유로 ‘피해야 할 작품들’도 소개하곤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김수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되는 음반 10장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김수철이 발매 한 37장의 음반 가운데 25장은 국악 관련으로 영화음악, 무용음악, 행사음악, 현대 국악 등을 담고 있다. 대부분 가사가 없는 순수 연주곡들로 대중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가가기 쉽지 않은 음악도 많다. 록 밴드 ‘작은 거인’시절부터 시작해 히트 가요 시절을 거쳐 국악 관련 음악들 가운데 듣기 편한 작품들로 접근하는 길이 그의 작품 세계에 다가가는 쉬운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

1,2 앨범커버
1. 작은 거인 1집: 작은 거인의 넋두리 (한국음반, 1979. 6.)

TBC 대학축제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일곱 색깔 무지개>를 하드록으로 편곡해 실은 그룹 ‘작은 거인’의 데뷔작. 밴드 멤버는 전원이 당시 대학생. 전곡에 걸쳐 멜로디 라인을 일렉트릭 기타로 끌고 가는, 당시 그가 심취했던 록 장르에 충실한 편곡의 곡들로 구성. 나중에 크게 사랑 받게 되는 <내일>, <세월>의 원형도 여기에 수록.

김수철: “나의 첫 꿈. 내가 음악에 대해 꿈꾼 첫 발걸음”
 
2. 작은 거인 2집: 작은 거인 (오아시스, 1981. 4)

더욱 무겁고 강해진 하드록 사운드로 한국 록음악의 중심부에 김수철을 우뚝 세운 기념비적 작품.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경향신문, 웹진 가슴) 28위에 선정. 더욱 격정적으로 진화한 <일곱 색깔 무지개>, 작은 거인 하드록의 대표작 <새야> 등의 기타 연주는 전작에 비해 디스토션이 강조된 사운드. 차기작에서 ‘국악 가요’의 대명사로 등극하는 <별리>의 원형도 여기에.  

김수철: “지금도 아끼는 음악. 록 음악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음악”
 
3,4 앨범 그래픽
3. 김수철 1집: 작은 거인 김수철 (신세계, 1983.8.)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을 접고 학교(대학원)로 돌아가기 전에 ‘가수 생활 고별’기념으로 제작한 음반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대 최고의 히트 곡으로 ‘가수왕’ 김수철의 기틀을 마련한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비롯해 <세월>, <내일>의 완성형, <두 보조개> 등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 10분 10초의 전위음악으로 발전한 <별리>의 연주곡 버전도 여기에 수록. 대부분의 곡이 그가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써 놓았던 곡들이란 사실이 놀랍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61위에 선정

김수철: “돈을 벌게 해주셔서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그 돈으로 공부하고 녹음하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4. 김수철 2집: 작은 거인 김수철2 (신세계, 1984.10.)  

솔로 1집에 이어 <왜 모르시나>,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등의 빅 히트곡을 낳은 멀티 히트 앨범.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젊은 그대>는 고려대학교의 응원가로 선정돼 요즘도 경기장에서 불린다(소설가 안양자 씨가 작사. 그가 작곡한 곡 가운데 본인이 작사하지 않은 곡이 또 하나 있는데 그룹 송골매가 발표한 ‘모두다 사랑하리’. 이 곡의 작사자는 송골매의 기타리스트 김정선). <나도야 간다>는 그에게 신인배우 상을 안긴 영화 <고래 사냥>의 주제가. 이 곡은 김수철 음반에 담긴 곡 가운데 유일하게 본인이 가사를 쓰지 않은 곡. 팝 아티스트 김수철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앨범

김수철: “3곡의 큰 히트곡이 담긴 앨범. 이것도 몇 백만 장 나갔는데 계속 돈을 많이 벌게 해주셔서 이후 국악 음반들을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음반”
 
5,6 앨범 커버
5. 김수철 8집: ONE MAN BAND (서울음반, 1989. 11.)

잇따른 히트 앨범으로 번 돈을 바탕으로 국악, 영화음악 등 순수음악에 주로 매진하던 그가 팝, 록의 세계로 돌아온 작품으로 당시로는 드물게 기타(어쿠스틱과 일렉트릭)와 노래는 물론 베이스, 신시사이저, 드럼 등 모든 악기를 스스로 연주. 앨범 재킷 뒷면에는 “예전에,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라는 멘트가 써있다. 이런 작업 방식은 스티브 윈우드(Steve Winwood)의 <Arc of Diver>를 연상시킨다. <정신 차려>가 그의 독특한 춤과 함께 크게 히트.

김수철: “국악 음반이 계속 실패해서 1억원 가까운 빚을 졌는데 여기서 <정신 차려>가 히트에서 갚게 됐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국악 음반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6. 김수철 POPS & ROCK(LSP, 2002. 7.)

국악 현대화에 매진하던 그가 가요 독집으로는 12년만에 내놓은 앨범. 기타를 메고 깡충깡충 뛰면서 연주하는 그를 그리워하던 팬들에게 팝&록 아티스트 김수철의 면모를 다시 확인시켜 줬다. 강한 기타 선율이 드라이브하는 <나도야 간다>의 셀프 리메이크로 시작되는 앨범에는 당시 ‘잘 나가는’ 후배 뮤지션들이 보컬, 랩을 맡은 곡들이 수록돼 트리뷰트 음반의 향기도 풍긴다. 박미경, 신해철, 김윤아(자우림), 이상은, 장혜진, 김용훈(사물놀이패 단장 김덕수 씨의 아들) 등이 각자의 개성에 걸맞는 목소리를 담았다. 통일을 염원하며 2000년에 발표했던 <우리는 하나 One Korea>도 보너스 트랙 격으로 수록.

김수철: “후배들과 처음으로 우정을 나눈 음반이라 평생 잊지 못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일찍 세상을 떠난 신해철 씨가 제 노래를 부른 게 기억에 남아요”
 
7,8 앨범 커버
여기부터는 국악 관련 음반들. 그의 작품 세계에서의 위치와 함께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고 생각되는 음반들을 골라봤다.
 
7. 황천길 (서울음반, 1989. 10.)

86 서울 아시안게임 전야제 피날레 곡으로 쓰인 <풍물>을 비롯해 1984년부터 1987년 사이에 작곡한 현대 국악 곡들을 담았다. <황천길>의 태평소, <한>의 아쟁 등 각 곡마다 특정 악기나 소리(대금, 피리, 타악기, 창)를 강조했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신시사이저, 그룹 사운드), 우리 소리와 서양 소리의 조화를 추구했다. <슬픈 소리>의 창은 인간문화재 성창순 씨가 맡았다.

김수철: “우리 소리가 신시사이저 음악의 효과음과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를 실험한 작품. 의외로 국악 매니아들이 많이 구입하셔서 많이 알려졌어요”   
 
8. 서편제(OST) (서울음반, 1993. 4.)

국악 영화로 크게 히트한 <서편제>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국악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발매 당시 7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이후 밀리언 셀러를 기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국악 관련 음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철 작편곡의 궁중악 대금곡 <천년학>, 소금곡 <소리길>과 함께 오정해 씨, 안성숙 명창 등이 부르는 판소리와 대사 등이 담겼다. 여기서도 국악과 양악의 조화를 추구하며 영상을 뒷받침한 김수철은 93년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음악상 수상.

김수철: “국악 음반으로 제가 처음 돈을 번 음반. 극장 대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최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국악을 온 국민에게 알린 음반”
 
9, 10 앨범 커버
9. 태백산맥(OST) (서울음반, 1994. 9.)

조정래 대하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 영화 <태백산맥>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곡마다 대금, 피리, 태평소, 타악기 등 주된 국악기를 바꿔가며 실험성 높은 영화 음악을 전개. 메인 테마곡은 태평소와 피리가 어우러지는 <돌아눕는 산>. 94년 대종상 음악상, 청룡상 음악상 수상.

김수철: “<서편제>로 많은 돈을 벌어 100명이 넘는 연주자들로 음악을 했지만 영화가 완전히 망하면서 음반도 동반 실패.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애정이 가는 실험적 음악을 했는데 상업적으로는 완전히 실패.”
 
10. 기타 산조 (LSP, 2002. 11.)

서양 악기인 일렉트릭 기타로 국악의 기악곡 형태인 산조 곡들을 작곡, 연주. 김수철이 1986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고, 국악 세계화의 첨병이 돼 줄 것으로 믿고 있는 라이프 워크 장르. 솔로 기타산조를 비롯해 장고, 대금, 가야금과 함께한 기타 산조 곡들과 함께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음악인 <소통>과 조 추첨 음악도 수록.

김수철: “제가 이름 짓고 만든 장르. 1986년 처음 발표한 이후 계속 다듬어서 2002년에 음반 발표. 저는 이 기타 산조라는 우리 장르로 세계로 나아갈 생각”
 
이상 10장의 음반을 꼽아봤다. 김수철 음악에 처음 접근하시는 분들을 위해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 위주로 선정하려 했다. 여기에 나온 국악 관련 음반들은 구미의 프로그래시브 록, 특히 후기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음악 같은 소리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들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분들은 1992년에 나온 <불림소리>를 들어보시라. 현대 무용곡으로 작곡된 실험성이 높은 순수 현대음악이, 이른바‘어려운 음악’이 담겨 있다. 이 밖에 또 한 장을 꼽으라면 어린이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곡 <치키치키 챠카챠카> 등이 담긴 1992년 모음집 <TV드라마음악 by 김수철>을 ‘강추’.
 
음반들을 추천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들 작품들을 디지털 음원이 아닌 LP나 CD 등 음반으로는 구하기 어렵다는 거다. 모두 절판돼 버려서 온라인 음반 쇼핑몰이나 음반 가게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디지털 음원을 들어보시고 음반을 갖고 꼭 싶다면 온, 오프라인 중고시장을 뒤지는 수 밖에...
 
[뮤지션 김수철의 40년 여정 <끝>]

▶ [人터뷰+] 뮤지션 김수철의 40년 여정 ① : 기타로 우뚝 선 '작은 거인'
▶ [人터뷰+] 뮤지션 김수철의 40년 여정 ② : 우리 겨레의 소리…국악의 세계화
▶ [人터뷰+] 뮤지션 김수철의 40년 여정 ③ : "이제는 공연이다"…세계적 문화 콘텐츠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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