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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궁금한이야기Y' 무분별한 실적 쌓기에 죽음으로 내몰린 경찰관

[스브스夜] '궁금한이야기Y' 무분별한 실적 쌓기에 죽음으로 내몰린 경찰관
‘궁금한 이야기 Y’가 충주 경찰 사망 사건을 다뤘다.

15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한 여 경찰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추적했다.

충주경찰서 정수혁(가명) 경사는 “지난 10월 26일 새벽, 야간 당직 근무 중에 10살 큰 딸에게 ‘엄마가 목을 맸다’는 전화를 받았다. 딸이 ‘가위로 잘랐는데도 숨을 쉬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집으로 달려가 아내를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내는 이미 숨진 뒤였다고 한다.

정 경사와 아내 피 경사는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부부 경찰관이었다. 피 경사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자긍심을 가지고 13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그녀는 형사사법기관의 전자업무 관리 시스템 ‘킥스(KICS)’를 다루는 일명 ‘킥스 마스터’였다. 형사들이 문서를 작성하고 승인받는 과정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다. 당직 근무가 아닐 때도, 업무 관련 전화가 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친절하게 시스템에 대해 알려줬고, 실제로 충주경찰서 우수 경찰관으로 촉망을 받아왔다.

피 경사는 7살, 10살 자녀를 끔찍이 사랑하는 엄마이기도 했다. 남편 정 경사는 그런 아내가 “아이들이 잠든 방의 화장실에서 자살한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정 경사의 말에 따르면 올해 초 부부가 근무하던 경찰서에 익명의 투서가 들어오며 모든 게 송두리째 바뀌었다. A4용지 4장의 투서에는 피 경사가 수년간 지각을 밥 먹듯이 해왔고, 초과근무 수당을 허위로 챙겼으며, 특혜로 국내외 연수를 세 차례나 갔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해당 경찰서의 청문감사관은 무기명 투서의 경우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접수 전 폐기처분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음해성이 짙다고 판단해 각하 처리했다.

그런데 3개월 뒤 피 경사는 충북지방경찰청 감찰실에서 같은 내용의 투서에 대해 다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정 경사는 “아내가 지난 석 달 동안 자신 때문에 동료 경찰관이 조사를 받았고, 출퇴근하는 자신의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는 등 감찰관에게 미행당한 사실을 알고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가족과 동료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주변에 피해를 주는 조사과정 자체가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을 거라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피 경사의 휴대폰에는 감찰관에게 조사를 받았던 당시를 녹음한 파일이 존재했다. 감찰관은 피 검사에게 “동료의 반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등과 같은 말을 서슴없이 했다.

피 경사는 감찰관으로부터 2차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10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대해 한 형사는 주민 원지(주민등록 발급 신청서) 분실 사건을 꺼냈다. 피 경사가 감찰을 받았던 그 때와 맞물려 주민 원지 분실 사건이 일어났던 것. “주민원지를 찾지 못 한건데 충북지방경찰청에서 책임지기 싫었던 것이 아닌가. 주민원지 분실 책임을 떠넘기려 하지 않았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사를 담당한 감찰부서 입장은 달랐다. “익명의 투서 내용이었지만 진정성이 있기 때문에 감찰을 했다. 투서 내용에 그렇게 매일 출근을 늦게 하고 지각하고 허위 출근한 사실이 적혀있었다. 그녀를 관찰하고 영상 촬영한 것이 맞지만 사실 확인만 한 것이다”라며 “저희들은 (잘못이) 나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현직경찰관 1천200여 명이 직권 남용과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지방경찰청 지휘부와 감찰관계자들을 경찰청에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들은 피 경사의 죽음이 감찰관들의 무분별한 실적 쌓기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모 형사는 “감찰관들은 자체 인지 처분 실적이라는 것이 있다. 직접 직원 비리를 찾게 되면 특진이 가능하게 된다. 충북청은 2년간 특진자가 나왔다. 그러다보니 무리수를 둔 거다. 자기들의 과욕이 부른 사건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경찰 내부 청문감사관 매뉴얼에 따르더라도 무기명으로 민원이 들어왔는데도 큰 사건으로 키우려고 잠복하고 미행하고 촬영한 것은 부적절한 감찰 행동이었다”고 생각을 전했다. 

‘궁금한 이야기 Y’는 매주 금요일 방송된다.

(SBS funE 손재은 기자,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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