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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킨다고 시키는 대로만 해선 안된다는 것은 개도 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확립된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해도)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복종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면해주지 못한다'는 원칙을 거론하며 "트럼프 시대 불복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로저 코헨이 13일(현지시간) 1면에 올린 칼럼은 특히 주인의 명령이 차도나 지하철 철로, 또는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방향이라면 이에 따르지 않도록 훈련받는 맹도견을 들어 개인이나 인류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불법한 지시엔 따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개도 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맹도견 훈련 자선기관인 '시잉 아이'의 짐 컷시 대표에 따르면, "시잉 아이의 맹도견은 주인의 명령이 주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지 판단해 정지하거나 좌·우로 방향을 틀어 위험에 빠지지 않게 인도하도록" 훈련받습니다.

코헨은 맹도견이 불복종을 배우는 이 마지막 과정에서 탈락하는 사례를 들어 "불복종이 복종보다 고등한 인지 기능이며 얼마나 본질적인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복종의 원칙이 확립된 역사에 대해 코헨은 "20세기 전반은 세계가 문명 보존을 위해 불복종의 도덕성과 합법성을 배우는 시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20세기 초 독일에선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지도자에 대한 절대복종을 요구하는 '지도자 원칙'이 지배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병원선을 침몰시킨 독일 잠수함장이 1921년 독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상급자의 명령이 하급자를 엄호한다는 원칙을 모든 문명국은 인정하고 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 판결이 이후 (유대인 학살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가는 길을 닦은 셈"이라고 코헨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불법적인 명령에 대한 복종은 개인의 형사책임을 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확립돼 이후 국제형사법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종청소와 인류에 반하는 범죄 같은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는 명령을 받더라도 저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문방지협약은 "상급자나 공권력의 지시가 고문을 정당화하도록 허용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독일은 야만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면의 도덕적 나침반"을 가르치고 있다고 코헨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탄창을 삽입, 장전한' 상태라고 말하면서 핵무기에 매료된 것처럼 보이고, 미국의 위대성을 군사력과 동일시하는" 것을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인들 대부분은 트럼프를 예측 불가의 위험인물로, 많은 독일인은 웃음거리로 생각하고 아시아에선 북한에 대해 가진 그의 의도를 두려워 한다"고 불복종론을 편 이유를 말했습니다.

존 하이트 미 전략사령관이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 공격 명령이 있더라도 "그것이 불법한 것이면 '대통령, 그것은 불법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진술한 것처럼 "불복종이 인류가 종말전쟁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아줄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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