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을 예측하고 싶다고? 레토릭을 읽어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언론보도에 실린 원색적이고 모욕적인 단어만 연구하는 서양 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수학적 도구를 활용해 북한이 쏟아내는 공격적 언사를 파고듭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을 분석하는 군사 전문가들과 달리, 언어 분석을 통해 북한의 행동을 내다보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연구 취지입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활용하는 단어의 빈도수 등을 분석해 북한 정권과 군사적 움직임 등을 연구하는 틈새분야의 학자들을 13일(현지시간) 소개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했던 '미치광이', '노망난 늙은이' 등 북한이 토해내는 거친 욕설이 연구 대상입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의 미국인 교수 메이슨 리치는 2010년 이런 방식의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1997∼2006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영문 기사 4만2천여 편을 읽고 분석하는 데에만 3년을 쏟아부었습니다.

리치 교수는 "북한처럼 '한결같이, 적대적이고 집요하게' 언어를 만들어 쓰는 나라는 현대사에 없다"며 북한이 쓰는 수사법인 반복적인 수준을 넘어 계속해서 새로운 단어를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컴퓨터 언어학자 나탈리아 그라바르와 함께 올해 미 육군대학원 학술지에 논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북한 기사를 주제에 따라 분류한 뒤 자연어 처리를 기반으로 기사 속 말뭉치들의 차이점을 찾아냈습니다.

리치 교수는 "특정 용어 앞에 형용사와 부사를 얼마나 많이 썼는지를 보면 북한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머시허스트대의 마이클 람브라우 교수는 북한이 쓰는 욕설을 통해 평양의 군사적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람브라우 교수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북한 핵실험 시기의 73.2%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또 실질적인 군사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은 '무해한' 북한의 레토릭을 식별하는 필터를 사용해 96.7%의 정확도를 얻었습니다.

그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 정권은 목표물을 실제로 물기 전 매우 크게 짖는다"며 "속구를 던지기 전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는 투수처럼, 북한도 군사 공격을 하기 전 무의식적으로 어떤 패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기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독일의 대학원생 마르틴 바이저는 "조선중앙통신의 독설은 매우 계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북한은 탈북자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부릅니다.

이를 영어로 옮길 때 북한은 일반적으로 'human scum'이라 하는데, 종종 이를 더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bete noire'라고 번역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방식의 연구라 신선하긴 하지만 일부 회의적인 시각과 한계도 제기됩니다.

리치 교수는 북한 정권이 이토록 호전적 수사를 많이 쓰는 지에 대한 실증연구가 이뤄진 게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1년간 북한에서 체제선전 편집일을 했던 영국인 앤드루 홀러웨이는 회고록에서 "선전 수준이 너무 원시적이고, 작문 기준이 너무 낮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