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시우 "내년 목표는 다승…우즈와 맞대결 고대"

[취재파일] 김시우 "내년 목표는 다승…우즈와 맞대결 고대"
-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했지만 올해 내 점수는 70점"
- "물리치료와 근력운동으로 허리 부상 완쾌…내년 목표는 2승 이상"
- "타이거 우즈는 어릴 적부터 나의 우상…복귀전 보면서 맞대결 고대"

1995년 6월 28일생인 김시우는 5년 전 미국 진출 시작부터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습니다. 2012년 만 17세 5개월의 나이에 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역대 '최연소'로 통과했고, 2016년 8월 만 21세 2개월에 윈덤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연소'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9개월 후인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대회 사상 역대 최연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세계 톱 랭커들이 총출동한 PGA 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은 그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나가는 대회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갤러리 수가 부쩍 늘었고 생애 처음 출전한 프레지던츠컵에서는 인터내셔널팀 응원단에서 만들어 준 '시우 송(SI WOO song, 김시우 응원가)'을 미국 팀에서 따라 부를 정도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최근엔  PGA투어 방송 관계자들이 '미니 다큐'를 찍는다며 김시우의 한국 집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쌓았지만 김시우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30개 대회에 나가 기권한 대회만 6개, 컷 탈락한 대회도 11개나 됩니다. 허리 상태에 따라 성적이 '들쭉날쭉'이어서 비시즌 휴식기에 허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국내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훈련 중인 김시우를 만나 2017년을 마감하는 소회와 내년 목표를 들어봤습니다.

Q. 2017년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70점 정도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하고, US오픈에서 (공동 13위로) 잘한 것만 생각하면 100점 만점 주고 싶지만, 올 초에 제가 허리 관리를 잘 못 해서 부상 때문에 대회를 많이 못 나오고 기권한 것도 많기 때문에 30점 정도 부족한 것 같아요."

Q.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 본인에게 어떤 변화를 줬나?
"세계 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게 아주 뿌듯하고, 무엇보다 5년이라는 투어 시드를 받았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투어 시드가 보장되니까 조급하지 않게 제가 해보고 싶은 걸 이것저것 준비하고 시도해 볼 수 있잖아요.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고 여유도 많이 생겼어요."
김시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Q. 지난 10월 인터내셔널팀의 일원으로 프레지던츠컵에 처음 출전한 소감은?
"작년에 윈덤챔피언십에서 첫 우승하고부터 대회장에서 조금씩 제 이름을 불러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는데,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하고 나니까 정말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꽤 많아졌어요. 이번에 프레지던츠컵에 가서도 인터내셔널팀 응원단이 '시우 송(SI WOO song)'을 불러주는데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시우~~셰이킹 댓 애스(엉덩이를 흔들어)' 라는 응원가였는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같은 미국팀 선수들도 따라 하면서 화제가 됐어요..저로서는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김시우 프레지던츠컵 출전 모습
Q. 제주에서 열렸던 CJ컵 출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한국에서 개최한 첫 PGA 투어 대회였고 저를 후원해 주시는 회사(CJ)가 주최하는 대회여서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났고 준비도 많이 했는데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성적은 아쉬움이 있었지만(공동 44위) 그래도 한 번 경험해 봤으니 내년 대회는 준비 잘 해서 꼭 우승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Q. 이젠 PGA 투어에서 웬만한 톱스타들과 다 한 번씩 같은 조에서 겨뤄봤을 듯한데?
"네, 제가 더스틴 존슨(세계 1위)과 올해 처음 같이 쳐 봤고 조던 스피스(2위), 로리 매킬로이, 패트릭 리드, 제이슨 데이, 필 미컬슨 같은 유명 선수들이랑 동반 플레이하면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는데 아직 우즈랑은 한 번도 같은 조에서 못 쳐봤어요. 우즈는 어린 시절부터 제 우상이었는데, 얼마 전 필드에 복귀했으니까 같이 플레이하는 날이 정말 기다려지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Q. 우즈의 복귀 전(히어로 월드 챌린지)을 봤나?
"네, TV 중계방송으로도 보고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도 봤는데, 허리 통증은 다 나은 것 같더라고요. 볼 스피드도 전성기 때만큼 빠른 것 같고, 비거리도, 샷도 다 돌아온 것 같은데 앞으로 쇼트 게임에서 실전 감각만 되찾는다면 충분히 다시 우승할 수 있을 것 같고, 저도 우즈와 같이 경쟁했으면 좋겠어요."

김시우는 지금까지 타이거 우즈와 대회장에서 딱 두 번 만났습니다. 올해 1월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우즈와 같이 출전했는데 그때는 먼발치에서 바라만 봤고, 두 달 전 프레지던츠컵에서는 대회장 클럽하우스 앞에서 자신의 스윙 코치인 션 폴리의 소개로  우즈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션 폴리는 우즈의 전 스윙코치이기도 합니다.) 김시우는 이 자리에서 우즈에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축하 인사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저는 우즈가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뻤어요. 복귀전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되게 설레었어요. 같은 무대, 같은 티잉 그라운드에 서게 될 날을 정말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제 생각엔 내년 1월 말 열리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우즈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토리파인스 코스가 우즈가 좋아하는 코스잖아요. 지난 시즌에도 나왔었고요. 이 대회에 우즈가 나온다면 저도 3, 4라운드에 같은 조로 묶이는 걸 기대해보고요, 또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우즈가 출전한다면 1, 2라운드에 잘하면 우즈와 같은 조에 배정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디펜딩 챔피언이고 우즈도 이 대회 챔피언이었으니까 전혀 근거 없는 기대는 아니겠죠? 그냥 어느 대회든 같이 만나고 싶어요. 타이거랑 매일 쳐도 안 질릴 것 같아요.(웃음)"

Q. 김시우 선수도 우즈처럼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했는데, 스윙 변화를 눈여겨봤나?
"네, 우즈가 허리 수술하고 나서 어떻게 스윙을 하나? 저도 궁금했는데 허리에 무리가 안 가게, 종전보다는 허리를 세워서 치더라고요. 허리가 꺾이거나 뒤로 젖혀지면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거든요. 피니시 때 허리를 세우는 모습을 보고 저도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저도 허리가 아팠던 이유가 스윙에 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걸 고치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공감이 갔던 것 같아요."

Q. 허리 부상은 완쾌됐나?
"지난 시즌 끝날 때 거의 회복했다가 아시안 스윙 3~4개 대회 치르면서 잠깐 다시 안 좋아지긴 했어요. 그래도 이후 2주 정도 쉬면서 마사지하고 스트레칭했더니 통증이 사라졌어요. 지난달  멕시코대회(OHL클래식)에 준비 잘 해서 나갔더니 성적(3위)이 잘 나오더라고요. 지난 시즌까지는 트레이너 없이 그냥 체력 운동도 거의 안 하고 스트레칭만 저 혼자 조금씩 했었는데, 이젠 전담 트레이너랑 같이 운동하고 스트레칭, 마사지를 체계적으로 하다 보니 확실히 허리가 좋아지더라고요. 지금은 다 나았어요. 내년엔 문제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Q. 허리 부상 완쾌 이후 샷의 변화가 있나?
"제 원래 구질(드로,draw)로 돌아왔어요. 허리 아플 때는 자꾸 오른쪽으로 페이드(fade)가 나서 거리도 줄고 자신 있는 스윙을 못 했는데, 지금은 드로 구질 되찾고 거리도 다 나가고 방향성도 좋아졌어요."

Q. 퍼팅 그립에도 변화를 줬던데?
"제가 긴장할 때 당겨치는 버릇이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걸 고쳐보려고 '일반그립'과 '역그립', '집게그립'을 왔다갔다 하면서 변화를 자주 줬어요. PGA 투어 처음 갔을 때 '역그립'으로 잡다가 작년 윈덤챔피언십 때는 '일반그립'으로 돌아왔는데 덜커덕 우승을 했어요. 그리고 올해 다시 당겨치는 습관이 나오자 아버지가 '집게 그립'을 권유해 주셔서 이 '집게 그립'으로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한 거죠. 그런데 이 집게 그립은 바람이 많이 불 때 스트로크가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시 보통 그립으로 잡고 있어요."
(왼쪽부터) 역그립, 일반그립, 집게그립
Q. 내년 목표는?
"일단 1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와 소니오픈에 나가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릴 예정이고요, 제가 2016년 1승하고 2017년 1승 했으니까 2018년에는 '다승'을 해보고 싶어요 올해처럼 상반기 중에 1승이 빨리 나온다면 또 2승, 3승에 도전하는 거죠. 준비는 많이 하고 있어요."

김시우는 축구 마니아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시즌 중에도 틈만 나면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보거나 게임을 즐깁니다. 요즘은 국가대표팀 경기와 토트넘 손흥민의 경기를 찾아본다고 합니다. 12일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 남북 대결 관전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국가적 스포츠 대형 이벤트인 2018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하는 올림픽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같은 체육인으로서 꼭 보고 싶고 현장에 응원도 가고 싶은데, 올림픽 기간에 미국에서 대회가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TV 중계 보면서 응원할 예정이에요." 

기자는 김시우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취재하고 지켜봤습니다. 말수가 적어 방송 인터뷰 때 지나치게 짧은 단답형 대답으로 질문자의 진땀을 빼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유명 선수가 되어 오랜만에 기자와 마주 앉은 그는 중간에 유머도 섞어가며 막힘 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아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도 골프랑 비슷한 것 같아요. 자꾸 하다 보니까 익숙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거? 필드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미국 처음 갔을 때는 제가 표정도 없고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우승 두 번 하고 나니까 팬들이 잘 쳤을 때 박수 쳐주고 환호도 해주고 이런 분위기들이 편안함과 자신감을 주는 거죠. 이젠 팬들이랑 같이 장난도 치면서 조금 재밌는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 좋은 샷 많이 보여주고 팬들이랑 같이 즐기고 싶어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