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캐릭터 민들레 망가져서 더 행복”
배우 장서희는 강렬한 캐릭터 여럿을 남겼다. 그가 연기한 2002년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은아리영과 2009년 SBS ‘아내의 유혹’의 민소희는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 장서희는 지난 10월 종영한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민들레로 또 한 번 인상 깊은 캐릭터를 남겼다.
하지만 장서희는 민들레 역할을 만나기 전 세 번을 고사했다. 손을 내민 건 ‘아내의 유혹’으로 인연을 맺은 김순옥 작가였다. 결과적으로 장서희는 민들레 역으로 친근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장서희 역시 “나의 실제 모습과 비슷한 민들레 덕분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들레는 장서희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아역에서 시작해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민들레와 11세 때 CF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장서희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장서희는 극 중 민들레가 매니저처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어머니를 철없이 막 대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더 화가 났다고 말했다.
“모든 아역 배우 출신들은 공감할 거예요. 엄마와 아역 배우는 떼래야 뗄 수 없는 존재거든요. 저도 어머니가 옷 사다 주고 대사 가르쳐주고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민들레가 엄마한테 철없이 굴 때는 잘 안되더라고요. 그걸 보고 김순옥 작가님이 연락 오셨어요. ‘서희는 마음 약해질 줄 알았다’고요. 작가님은 제가 엄마와 얼마나 끈끈한지 아셨으니까요. 만약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요? 민소희는 아무것도 아니죠. 제가 정말 눈 돌아서 복수할 거예요.”
장서희와 김순옥 작가의 만남은 결국 성공의 방정식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이었다. 김 작가는 장서희가 인간적인 캐릭터 민들레를 통해서 ‘아내의 유혹’으로 강렬했던 민소희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한 것. 김순옥 작가는 초반부터 민들레의 발연기 장면 등을 통해 강렬한 장서희의 연기 변신을 보여주도록 하기도 했다.
‘언니는 살아있다’의 인기요인은 시원한 복수극으로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줬다는 점. 특히 장서희는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복수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로 다양한 복수극을 보여줬다. 장서희는 “강렬한 복수극은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드라마에서 복수는 딱 떨어지는 재미를 주는 부분이 있다. 멜로, 코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복수극도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서희는 ‘복수의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첫 작품이 ‘인어아가씨’이기 때문. 배우로서는 이르지 않은 나이인 서른에 ‘인어아가씨’로 첫 주연을 맡았고 그는 살기 어린 연기력을 펼치며 최고의 배우로 떠올랐다.
장서희를 빛나게 해준 건 김순옥, 임성한 작가다. 장서희는 두 사람에 대해서 “나의 배우 인생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다.”고 표현했다. 장서희는 “다른 사람들은 한 캐릭터도 남길까 말까인데, 두 작가님 덕분에 여전히 캐릭터들이 패러디될 때면 정말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장서희는 연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게 흘렀다. 강산이 세 번 바뀔 정도로 긴 시간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는 “참 굴곡이 많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굴곡도 있고 힘든 것도 있었겠지만, 고비를 한순간씩 넘길 때마다 연기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져요. 내가 이렇게까지 견뎠는데 참고 인내를 해왔는데 꽃을 피워보자 하는 마음이죠. ‘인어아가씨’로 한풀이를 했고, ‘아내의 유혹’로 인정받았다면, 이번에는 이전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아니지만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서 발판이 되는 작품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더욱 오래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