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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중동파문에 '서방 중재자' 자리 굳히는 마크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외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적극적인 중재자로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받는 분위기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마크롱이 미국이 손을 놓은 중동 역할을 접수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중동에서 신속하게 가시적 역할을 맡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예루살렘 수도' 파문이 터지고 나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6일 알제리에 머물던 중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국제법과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도 위배되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일에는 파리를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따끔한 충고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국제법에 어긋나고 평화 협상에도 위험하다"며 "나는 총리가 현재의 막다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다루는 데 용기를 보여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유럽의 강국인 영국과 독일 정상이 각각 자국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지구촌 현안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 탈퇴 문제 때문에 국내 강·온파를 설득하느라 바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차기 정부구성에 차질을 빚으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레바논 총리의 '강제 사임설'에 중동이 떠들썩했을 때도 외교력을 발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를 파리로 초청해 회담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다.

하리리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면담 후 귀국한 뒤 사임을 유보했다.

이런 외교 활동에는 국제주의의 옹호자로 널리 알려진 마크롱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돼 있다.

마크롱의 적극적인 외교 성향과 더불어 프랑스와 중동의 역사적 인연도 중재자 위상과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다.

NYT는 "프랑스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과거 알제리를 130년 이상 식민지로 통치했고 제1차 세계 대전 후에는 영국과 함께 오스만제국을 분할했다.

최근에는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한 서방 진영의 한 축으로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권과 맞서기도 했다.

또 프랑스는 중동 국가들과 방위산업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프랑스의 무기 수출국에서 2∼4위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7일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카타르 측과 총 110억 유로(14조2천억원 상당)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에 서명했다.

프랑스는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로 중동에서 시선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첫 해외별관을 개설하는 등 문화적으로도 프랑스와 중동의 관계는 두터운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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