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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정입사자 퇴출 관건은 '증거'…탈락자 구제는 더 까다로울 듯

[취재파일] 부정입사자 퇴출 관건은 '증거'…탈락자 구제는 더 까다로울 듯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가 8일 공개됐습니다. 275개 기관에서 2천 234건 적발, 143건 관련자 문책과 징계, 44건 수사 의뢰. 숫자 자체도 보는 이들을 압도하지만, 그 세부 내용은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절로 나오게 합니다. 방법도 각양각색, 무엇보다 기관장이 직접 연루된 경우가 많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밝혀지겠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채용 비리 소식에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비리 실태도 실태지만 관심은 부정 입사자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또 부정 입사자로 인해 부당하게 탈락한 차순위 합격자는 어떻게 조치할지에 쏠립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월 채용비리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정 입사자에 대한 대응 원칙을 밝혔습니다. 부정하게 채용된 직원은 퇴출하겠다는 것입니다. 김 부총리는 당시 "채용 비리 연구 임직원에 대한 직무정지 근거를 신설하고, 해임 등 제재 근거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용 비리 관련자는 향후 5년간 공공부문 입사 지원 자격을 박탈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어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용진 기재부 2차관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정 입사자 조치방안과 부당하게 불합격 처리된 사람에 대한 구제방안이 기관들의 자체 인사규정과 연관돼 있어 심층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공 채용비리 전수조사
우선 부정 입사자를 퇴출하는 내규가 있는 곳은 곧바로 부정 입사자 퇴출 원칙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부정 입사자 합격 취소'를 명문화한 기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기관도 있어 통일된 기준을 우선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모든 부정 입사자가 즉시 퇴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관련 방안을 마련 중인 기재부 관계자는 "핵심은 '에비던스(evidence.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부정 채용 사실이 내외부 감사나 검찰 수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경우는 퇴출에 문제가 없겠지만, 부정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애매한 사례도 있을 수 있어 결국 퇴출 여부를 가리는 것은 증거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서류나 경력 조작 등 당사자가 직접 부정에 개입한 사례야 명백히 퇴출할 수 있지만, 그 부모와 기관의 유력자가 알음알음 일을 처리하고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사안은 소송으로도 비화할 수 있습니다.

차순위자 합격 문제는 부정입사자 채용보다 더 복잡한 과제가 될 걸로 보입니다. A라는 부정 입사자가 퇴출된 후 누구를 입사시킬 것인지가 문제인데, 채용 서류에서 명백한 차순위 후보에 대한 근거가 남아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서류가 없거나 차점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차점자가 복수일 경우 등 경우의 수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학원 줄서기
얼마 전 노량진의 고시 학원을 취재차 들렀다가 학원 관계자로부터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학원은 매주 토요일 새벽 6시부터 다음 주 한 주간 수강생들이 앉을 좌석을 선착순으로 배정합니다. 보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수강생들이 줄을 서는데,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꺼운 점퍼 차림으로 추위를 견딘다고 합니다. 추위 속에 두꺼운 옷차림으로 줄을 서서 책을 보는 취업준비생들을 찍은 사진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특혜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공정하게 실력을 있는 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다못해 학원 자리 배정을 위해서도 '룰'에 따라 차분히 줄을 서서 밤을 새고, 고생을 감내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채용비리 뉴스를 거듭 전해야 하는 기자의 위치가 참담해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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