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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김영란법 무죄 이유…밥값은 격려금·돈봉투는 처벌 제외

이영렬 김영란법 무죄 이유…밥값은 격려금·돈봉투는 처벌 제외
법원이 '돈 봉투 만찬'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위법한 '격려금'을 주고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법원은 제공된 격려금과 식사 비용을 분리해서 각 사안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를 판단한 뒤 당시 저녁 자리의 성격, 검사인 참석자들의 직급상 상하 관계 등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만찬 자리에서 법무부 간부 두 명에게 각각 9만5천 원 상당의 식사와 각 100만 원이 든 격려금 봉투를 전달해 1인당 109만5천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습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은 그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서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 이 조항에 근거해 이 전 지검장을 기소한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동일한 기회에 여러 종류의 금품이 제공·수수됐고 각 예외사유의 해당 여부가 다퉈지는 경우, 제공된 금품의 종류나 제공 형태에 따라 각각 예외사유를 따져 수수 금지 금품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금품을 음식물과 금전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검찰은 두 사안을 합산해 109만5천 원을 범죄 금액으로 보고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뭉뚱그리지 말고 각각 나눠 개별적으로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식대의 경우 김영란법상 예외 조항, 즉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나 격려, 포상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한 금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전 지검장과 만찬장에 나온 법무부 간부들의 경우 상하관계라고 본 것입니다.

재판부는 "죄형법정주의상 엄격한 해석의 원칙과 '상급'의 사전적 의미 등에 비춰, 좁은 의미의 '동일한 공공기관에 소속돼 있고 현실적으로 담당하는 직무에 관해 명령·복종 관계'에 있어야만 예외사유의 '상급, 하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검사는 1∼2년 주기로 전보나 겸직 등 인사이동을 하고 있고,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인데 법무부 근무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검사로 겸직하고 있다"고 근거들을 설명했습니다.

또 "법무부 검찰국의 분장 사항은 일반적인 검찰 업무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격려금을 받은 법무부 간부들도 이 전 지검장을 직무상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전 지검장과 법무부 간부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어 예외사유에서의 상급자와 하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당시 만찬이 국정농단 수사가 끝난 뒤 격려 목적에서 이뤄진 점, 대화 주제도 국정농단 사건의 공소유지 계획이나 특별검사팀과의 협업, 검찰 개혁 같은 검찰 내외의 현안이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9만5천 원 상당의 식사비는 청탁금지법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나머지 100만 원의 격려금의 경우 그 액수가 각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상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 100만 원에 대해선 "수수 금지 금품의 금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해당 여부가 문제 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형법상 형벌인 벌금이 아니라 행정제재 조치로서 행정벌인 과태료 사안인지의 문제라는 취지입니다.

김영란법은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한 경우 그 가액이 100만 원 초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지만, 1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제공한 사람에 대해선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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