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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현장실습 중 숨진 이민호 군 영결식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현장실습 중 숨진 이민호 군 영결식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 군의 영결식이 오늘(6일) 오전 제주도교육청장으로 엄수됐습니다.

이 군이 다니던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장례위원장인 이석문 교육감, 학교 관계자와 이 군의 친구·후배들, 원희룡 제주지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영결식 시작 전 영구차가 학교에 도착하자 이 군의 학교 친구들이 차량에서 고인을 운구해 영결식장에 안치했습니다.

이 군의 형이 침통한 표정으로 영정을 들었고 운구 행렬을 뒤따른 이 군의 부모는 깊은 슬픔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고인 약력 보고, 조사, 추도사, 고별사, 헌화와 분향 등의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조사를 통해 "미안하다.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다. 육중한 쇳덩어리에 눌려 고통을 호소할 때조차 어른들은 한 줌의 온기 어린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펼쳐 보일테니 하늘에서 우리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추도사에서 "민호군의 희생은 안전한 교육환경이라는 기본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새삼 되새겨준다"며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고인을 그나마 편히 보내드리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여선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억울하고 원통한 민호의 죽음을 잊어선 안되고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현장실습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또 다른 이민호가 나오지 않도록 함께 행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군의 부모가 헌화와 분향을 한 뒤 "너무나 보고 싶어 민호야"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 군의 이름을 수차례 목놓아 부르자 영결식 참석자들도 애통한 마음으로 함께 눈물 흘리며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영결식 후 이 군의 유가족과 장례위원 등은 영정을 들고 이 군이 생활하던 기숙사와 교실을 둘러봤고, 이후 영구차는 학교 진입로에 두 줄로 도열한 이 군의 친구·후배들과 정든 학교를 뒤로하고 장지인 제주시 양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인 이 군은 지난달 9일 제주시 구좌읍의 음료 제조업체인 제이크리에이션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적재기 프레스에 짓눌려 크게 다친 뒤 치료를 받다 사고 열흘 만인 같은 달 19일 숨졌습니다.

이 군 유족은 심적 고통 속에 그동안 업체의 공식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이 군을 보낼 수 없다며 발인을 미뤄오다가 지난 2일 업체 측의 사과를 받은 뒤 사망 17일 만에야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이 군의 사고가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특성화고생 현장실습의 안전 문제와 과도한 노동강도에 대한 공분이 일었습니다.

제주 등 전국 시·도교육청은 현장실습 실태 점검에 나섰고 지난 1일 사회관계장관 회의에서는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전면 폐지하고 학습 중심의 실습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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