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서로가 서로를 의심했다.'
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피 묻은 발자국은 누구의 것인가?’를 통해 미국 버지니아 한인 사업가의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윤영석 정순임(가명) 부부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부촌 페어팩스 스테이션에 살았다. 지난 2010년 10월 7일, 아내 정 씨는 골프 약속이 있어 곧 외출할 거라는 남편 윤 씨를 뒤로하고 장을 보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오후 3시경 약 4시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굳게 닫힌 차고 문과 사라진 남편의 차를 통해 남편이 외출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무엇인가 평소와 다른 기운을 감지했다. 집 안엔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있었고 기르던 애완견도 사라진 것이다. 놀란 마음에 다시 차고로 나온 정 씨는 그제야 차고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윤 씨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부검 결과 그의 머리와 상반신에는 20개가 넘는 칼에 찔린 흔적이 발견됐고, 곳곳에 정체 모를 빗살무늬 자국과 T자 모양의 상처들도 목격되었다. 손과 발에는 죽기 직전까지 범인과 격투를 벌였음을 암시하는 방어흔도 있었다.
이 사건 담당 형사인 코니 베이츠는 “나는 경찰로 21년간 일했다. 이 사건은 내가 맡았던 사건 중 유일한 미제사건이다”라며 “타살이라는 게 명백했다. 심하게 구타당했다.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20여개가 넘는 칼자국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법의학자들은 윤 씨 시신에 T자와 빗살무늬 상처에 집중했다. 특히 두 사람으로 부터 공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범인은 1명이 아닌 2~3명 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장했다.
윤 씨를 찌른 칼은 사건 현장인 차고에서 그대로 발견되었다. 이 칼은 원래 윤 씨 부부가 정원 일을 위한 용도로 차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이 칼에는 윤 씨의 DNA 외에는 발견 된 것이 없었다. 더욱이 윤씨 부부의 집 항아리에 있었던 현금 7만 달러(8천만원 상당)가 사라졌다. 코니 베이츠는 “돈을 훔치기 위해 계획한 절도 범행인데 절도범은 윤 씨가 집에 있는 줄 몰랐던 거다. 윤 씨가 침입자와 맞닥뜨렸던 거다”라고 설명했다.
범인은 현장에 단 한 가지의 흔적을 남겼다. 숨진 윤 씨의 혈흔을 밟아 만들어진 걸로 보이는 단 두 점의 발자국.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것이 신발 자국이 아니라 양말 발자국이라는 점이다. 이에 현지 경찰은 “일부러 혹은 우연히 신발을 벗은 거다.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범인은 한국인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강도 살인 사건이라면 집안에서 많은 발자국들이 발견이 됐어야만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마치 강도인 것처럼 위장을 한 계획된 살인사건으로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윤 씨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자산가였다. 유망사업에 대한 판단력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자수성가해 버지니아 등지에서 대형 세차업체를 4군데나 운영하며 한인사회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성공한 사업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돕고 씀씀이에 인색하지 않아 원한을 살 일도 없었다.
윤 씨 조카는 “작은아빠(윤 씨)의 전처가 돈을 더 달라며 고소를 했다. 이혼 하고도 생활비를 줬다”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윤 씨 전처는 “위자료 받을 권리가 있지 않나. 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애들 학비는 아버지가 주지만 권리가 있어서 소송을 건거다. 소송 문제가 이후 윤영석 씨의 소식에 대해 모른다”고 항변했다.
한 제보자는 윤 씨의 집을 관리하는 김목수 씨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는 증거가 없었으며 현지 경찰 역시 “김목수 시는 당시 현장 근처에 가지도 않았고 현장에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관여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윤 씨가 사망 직전 아내 정씨와의 이혼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정 씨를 인터뷰 했고, 정 씨는 “차를 운전하며 차고에 들어오면서 남편을 보지 못했다. 차 트렁크를 열고 옷을 꺼내려는 순간 시신을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피를 그렇게 많이 흘렸다고는…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 분석 결과는 정 씨의 말과는 달랐다. 차고로 들어오는 모든 방향에서 윤 씨의 시신이 보였을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정 씨를 수사했던 현지 경찰은 “누군가 살해됐을 때 배우자가 가장 큰 이득을 챙기니까 조사한다. 조사 결과 정씨가 남편 살인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와중에 정 씨와 김목수는 범인으로 둘째 아들을 의심했다. 정 씨는 “사건 전날 밤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며 “남편이 사망 후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들들이 변호사를 알아보러 다닌다고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면 한 달 안에 아빠 재산을 달라는 고소를 할 수 있다. 남편이 죽은 지 3개월 겨우 지났는데 명의를 안 옮겨준다고 하더라. 둘째 아들은 화를 냈다. 경찰에서도 의심은 하지만 물증이 없다”고 주장했다.
둘째 아들은 오히려 정 씨를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따. “난 상속에 대해 관심이 없다. 난 그냥 떠났다. 불편하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져 겁났다”며 “정 씨가 100만달러짜리 생명보험을 강요해 가입했는데 수혜자는 새 어머니였다. 내가 죽으면 새어머니가 보험금으로 백만달러를 받는거다. 내 앞으로 보험을 들려는 이유가 뭘까 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이들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코니 베이츠는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다들 해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가족간 불화가 생기니까”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상중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며 미국의 수사 담당자와 국내 전문가들은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접근법에 차이를 보였지만 분명한건 범인은 그와 가까이 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지 경찰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을 수 있는 참고인을 찾고 있다. 미국 경찰의 협조 요청에 따라 참고인을 찾는다. 2011년 10월 미국에서 중국으로 출국했고 현재 한국에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로렌 박 씨, 방송을 보고 계신다면 사건 해결에 작은 도움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부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주 토요일 방송된다.
사진=SBS 캡처
손재은 기자
(SBS funE 손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