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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은행, 부행장 전격 해임…교황청 재정개혁 난관 시사

교황청 은행격인 종교사업기구(IOR)의 부행장이 최근 전격 해임된 것으로 드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이후 야심차게 추진해온 교황청 재정 개혁 작업이 여의치 않음을 다시 한번 시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ANSA통신은 줄리오 마티에티 IOR 부행장이 지난 27일 해고됐으며, 그에 대한 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그의 해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고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탈리아 언론은 그는 해고 당시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교황청 외부로 끌려나왔으며, 이는 IOR이 증거 문서 파기 등을 우려해 그를 기습적으로 해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정보기술(IT)회사를 거쳐 1997년 IOR에 합류한 마티에티는 2015년 11월 IOR 부행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20년 동안 IOR에서 일해 누구보다 내부 사정에 밝은 것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교황청 내 대표적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IOR과 교황청의 주식과 부동산을 관리하는 사도좌재산관리처(APSA) 등의 감독 강화와 개혁 작업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 6월 교황청 회계 책임자인 리베로 밀로네가 돌연 사임한 데 이어 IOR 부행장까지 전격 해임됨으로써 교황의 재정 개혁 작업에 또 하나의 의문 부호가 붙었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밀로네는 사퇴 후 3개월여가 지난 지난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청 고위 성직자의 불법 행위 가능성을 조사했다는 괘씸죄에 걸려 사퇴 압박을 받은 끝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폭로, 파문이 일기도 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이탈리아 지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밀로네는 30년 넘게 회계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리와 부패에 물들었다는 의혹에 시달려온 교황청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개혁하기 위해 2015년 6월 그를 교황청 회계 책임자 자리에 앉힌 바 있다.

공교롭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교황청 재정 개혁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로 직접 발탁한 조지 펠 교황청 재무원장도 과거에 여러 건의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모국 호주에서 기소돼 재판을 받느라 자리를 비우는 등 교황청 재정 개혁에 깊숙이 개입해온 인물들의 낙마가 올 들어 잇따르고 있다.

한편, IOR은 1982년 이탈리아 은행가 로베르토 칼비의 시신이 영국 런던의 블랙프라이어스 다리에 매달려 있는 채로 발견되는 사건으로 추문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당시 칼비의 죽음이 IOR을 매개로 한 돈세탁과 연루된 마피아 범죄조직에 의한 것으로 의심했다.

올 초에는 IOR의 전직 임원 2명이 2010년부터 이뤄진 수상한 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집행유예 4개월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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